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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때가 왔다높빛시론
  • 이권우 도서평론가
  • 승인 2018.05.28 15:17
  • 호수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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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 도서평론가

[고양신문] 그것은 아마도 민망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더는 안 되겠구나, 뜻 있는 사람이 모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사발통문이 돌았을 적에 흔쾌히 나서준 일이 말이다. 100만 도시라고 요란 떠는 슬로건을 볼 때마다 불편했을 터다. 인구수 늘어나서 좋아진 일이 무엇이지? 냉소적인 이가 말했다. 공무원 자리가 늘어나지. 다들 웃었다. 좋게 말하는 이가 있었다. 살만한 동네니 모여들은 거겠지.

스스로 물었다. 정말 살기 좋은 곳일까?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서울에 나가는 교통편이 그나마 편해서 몰리는 것이 아닐까? 100만 될 정도로 두루 살기 좋은 동네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러니, 민망할 도리밖에.

그것은 약간 창피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가도 만나면 고양 사람, 저기에 가도 만나면 고양 사람이었다. 거기가 어디냐면, 도서관이나 독서운동, 그리고 출판관련 행사였다. 처음 만나면 나이는 물어도 사는 곳은 묻지 않는다. 그런데 서로 고양시에 사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뒤풀이 자리가 무르익으면 먼저 가거나 남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이쪽 행사가 대체로 홍대쪽에서 있다 보니, 끝까지 남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양시 사람이다. 그 유명한 ㅎ콜이 카카오택시 시대에도 건재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니, 남들보다 더 늦게 놀다가 한 차에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수다꽃을 피우곤 했다. 그럴 때 창피했을 거라는 말이다. 남의 동네 가서 잘난 척, 좋은 얘기 쏟아 놓았는데 정작 내가 사는 동네는 어떤가, 라고 되짚어보았을 테니.

더는 안 되겠다싶어 사람들이 ‘고양시 책·도서관·문화정책’이란 포럼을 꾸렸다. 성마르지 않게 차분히 논의했고, 여러 관련자의 의견을 들으며 다가오는 6·13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시장에 나서는 후보자에게 제안하는 ‘올바른 독서·도서관 정책 공약’을 발표했으니, 그 내용은 이렇다.

가. 고양시 예산의 1% 이상을 <독서진흥 및 도서관 자료 구입비>로 확보한다.
나. 거시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실현하기 위한 <독서문화 진흥 조례>를 제정한다.
다. 고양시 도서관·독서진흥 정책을 전담하는 ‘독서·도서관정책과’를 설치 운영한다.
라. 양질의 도서관 서비스를 위해 시설을 개선하고 전문인력 및 최신 장서를 확충한다.
마.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1인 1책 지역서점 바우처’제도를 시행한다.

전문가 처지에서 보자면, 혁신적인 내용이라기보다는 지역자치체가 독서공동체를 세우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정도나마 현실에 실현하려면 큰 도전이 요구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고양시의 경우 지난 2016년 행사 축제비로 100억원 넘게 지출했다. 이에 반해 2017년 고양시 도서관 자료구입비는 대략 12억원이었다. 일회성 행사에 예산을 쏟아 부은 이유는 뻔하다. 이른바 선심성 행정으로 정치기반을 다지려는 시장의 욕심 탓일 거다. 우리 지방정치의 수준이 이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새로운 시장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치적 이권을 버리고 시민사회의 성장을 돕는 정치력을 발휘하겠다고 말이다.

이제는 우리 시민의 선택이 남았다. 얼핏 보면 당장 이익이 될 법한, 지키지도 못할 공허한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 아니면, 지역 공동체 구성원에게 교양과 지식을 제공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평생교육의 기반을 마련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

바라건대, 이번 여름부터는 어디가도 민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양시가 놀랍게 변화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리고 창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고양시에 사는 게 부럽다는 말을 들었으면 싶다. 책과 문화의 가치를 아는 벗이 많은 동네이니, 가능하리라 믿는다.
 

 

이권우 도서평론가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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