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함께 살며 행복한 공동체 마을들

[고양신문] 육아공동체로 시작한 홍대 앞 성미산마을공동체는 19년 동안 자발적인 자치와 다양한 모임으로 전국적인 마을공동체의 표본이 된 곳이다. 이곳은 집집마다 마실 다니며 밥도 같이 해먹고, 수십 개의 자치소모임이 있는 마을공동체이다. 이곳에 최근 6채의 코하우징(Co-Housing 공동주거) 주택이 만들어졌다. 9~10가구가 협력해 작은 부지를 매입하거나 시로부터 임대를 받아 1~2년간 입주민들이 설계부터 참여해 대화를 통해 만든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라는 이름의 '공동주택'이다. 9층 건물 전체를 맨발로 걸어다니며 네집 내집이 따로 없다. 방과 후 집에 돌아온 아이는 2층 식당 겸 공동공간에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고 서로 돌봐주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에게도 안정감을 준다.

충북 영동에선 40여 가구가 스트로베일하우스로 친환경적 공동주택을 만들었다. 주민들 간의 다양한 문화동아리와 협력활동으로 서로 돕고 나누며 사는 ‘백화마을’, 안성에서 의료생협하는 사람들과 정토회 불자들 10여 가구가 금광저수지근처에 만든 주거단지 ‘들꽃피는 마을’도 코하우징의 대표적인 사례다. 코하우징은 가구별 개별건물은 두되 최소화하고 주방, 세탁소, 손님방 등 공동의 공간을 따로 만들어 함께 공유하면서 사는 공동체다. 최근 은평구에서 시작된 ‘전환마을운동’도 주목할 만하다.

김포공항 가까이 검단역 근처에 20여 명의 청년들이 ‘우동사(우리동네사람들)’라는 이름의 공동체를 만들어 살고 있다. 인도와 필리핀 등 국제구호활동과 사회활동을 오랫동안 함께 해온 대학생과 청년회 출신들로 함께 집을 얻어 살며, 농사도 함께 짓고, 협동조합식 카페도 3곳을 운영한다. 이와 비슷하게 수유리 근처 인수동 마을 빌라 몇 곳에선 150여 명이 ‘밝은누리’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고 있다. 또한 이들은 홍천에도 100여 명이 농사를 짓는 공동체를 만들고 중학교와 ‘고등·대학 통합과정’인 삼일학림도 만들었다. 그리고 도봉산역 근처에 50여 명이 큰 집을 지어 거대 가족을 이루며 사는 ‘은혜공동체’도 있다. 그리고 이외에도 최근 청년들이 방세를 아끼기 위해 룸메이트를 모집해 같이 사는 쉐어하우스(Share House)도 관심이 높아졌다.

 

공구, 옷, 책, 방, 자동차, 지혜를 공유하는 운동

텐트는 1년에 몇 번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집에 보관만 하고 있는 물건이다. 공유기업 ‘빌리지’는 이러한 집기, 의류, 가구, 전자기기, 가전제품, 공구, 도서 등 가끔 쓰는 물건들을 빌려서 사용하게 하는 공유기업이다. 이처럼 공구와 장비를 빌려주는 강서구청의 ‘보물창고’라는 서비스가 있다. ‘녹색장난감도서관’은 서울시가 을지로입구역 근처에 설립한 장난감공유도서관이다. 부산의 해운대구 4동 주민센터의 ‘여민동락 공구도서관’도 공구공유사업을 하고 있다. 전기드릴, 가정용사다리, 쇠톱 등 50여 공구를 빌리는 데 1000~3000원을 내고 빌리지만, 물건을 반납하면 다시 돈을 돌려준다. 금방 자라는 어린이들의 옷을 공유하는 ‘키플(kiple)’, ‘폴업(polup)’이라는 기업도 있다. 그리고 입지 않는 옷이나 정장을 서로 공유하는 ‘열린옷장’도 있다.

쓰지 않는 자신의 방을 여행객에게 숙박하도록 공유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어비앤비(AirBnB)’서비스가 있다. 한국을 비롯한 190여 개국의 3만4000여 도시에서 60만여 개의 숙소가 등록되어 있고, 2014년 6월까지 1500만 명이 넘어섰다. 해외 및 국내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한국의 숙박지를 소개해주는 곳으로는 ‘코자자’, ‘홈스테이 코리아’, 전 세계의 해외한국교민들의 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인텔(Hanintel)’ 등도 있다. 가게의 남는 공간을 공유하는 ‘스토어쉐어(Store-sharing)’, 협업하며 24시간 공간을 공유하는 복합 문화공간 ‘아이디어 팩토리(Idea factory)’도 있으며 ‘위즈돔(Wisdome)’과 ‘지혜공유협동조합’은 누구든 5명만 모이면 자신의 경험과 지혜, 정보를 나누고 가르치고 배우는 공유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또한 ‘소셜다이닝 집밥’은 밥을 같이 먹으면서 대화와 일상, 요리와 음식, 문화예술, 활동과 놀이, 봉사와 나눔, 만남과 연애, 지식과 배움, 공예와 DIY 등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대화하고 교류하는 모임이다.

 

결국 사람끼리 협력과 협동, 공유가 희망

빙산은 10분의 1이 물위에 떠있고 나머지 10분의 9는 물밑에 있다. 우리사회는 마치 물위에 떠있는 빙산처럼 돈과 자본이 전체이자 중심인 듯 보인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는 돈과 관계없이 친절을 베풀고, 배려하며 나누고 봉사하고 협력하며 자비와 사랑으로 움직이는 영역이 90%이다. 월급을 받기 위한 임금노동(지불노동)보다 오히려 돈을 받는 것과는 관계없는 협력, 나눔의 서비스인 그림자노동(무불노동)이 실제 우리사회를 떠받치고 있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 모두 공유와 협동, 협력의 움직임들이다. 공유문화가 확산되면 사람들 간 교류가 늘어나고 단절됐던 관계도 회복되면서 끈끈한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공유는 하나의 자원을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함으로써 자원의 활용성을 높이며,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을 사용하고도 결과적으로는 자원을 적게 사용하게 된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사회가 오늘날 전 지구적 위기를 초래했다. 결국 돈 중심사회가 초래한 위기다. 돈의 사회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표이지만 제로성장, 마이너스성장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은 결국 가난한 사람끼리의 결합, 협력, 상호부조와 협동과 공유만이 살길이다. 성장사회가 끝나고 성숙사회로 들어서면, 인류의 희망은 돈이 아니라 결국 사람만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