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동안 무슨 얘기한 거야. 가서 뭐라고 얘기해야하나.”
“이번 공청회는 원인 무효입니다. 6개월간 자문위원회라고 한번 열고 지금 이 자리에 온 학부모들도 이해할 수 없는 안을 어떻게 돌아가서 설명하란 말입니까.”

지난 19일 고양교육청 강당에서 열린 고교입시 제도 개선을 위한 고양시지역 학생 배정방안에 대한 공청회는 학부모들과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고양지회 등의 거센 항의와 반발로 제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자유토론 시간 마이크를 잡은 이들은 ‘공청회 무효’를 주장하기도 했으며 방청석의 학부모들도 사전 논의과정 없는 장시간의 공청회에서 교육청이 무얼 말하고 싶은지 궁금해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주관, 경기도교육청 후원으로 열린 이날 공청회에는 △학부모 허영미(발산중), △학교운영위원회 조예정(화수중), △교사 박영일(오마중), △조의구(백석고), △오승훈(화정중), △김성근(신일중), △참교육학부모회 김미애, △고양시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박홍나미씨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구충회 경기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교육청의 선지원 후추첨 제도의 추진 배경과 주요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교육청 안에 따르면 고양시의 경우 일반계 고교 정원이 총 19개교 7천380명, 72.5%이므로 선발고사를 통해 입학 가능학생을 우선 선발하게 된다.
그 후 1차 배정은 학군 전체의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하여 각 고등학교 입학정원의 일정 비율만큼 지원자가 지망한 학교 순위를 토대로 무작위 추첨 배정을 하게 된다.
2차 배정은 근거리 배정방법의 하나인 구역내 우선 배정으로 출신 중학교가 소재한 구역 내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1차 배정에서 탈락한 학생들을 각 고등학교의 1차 배정 후 나머지 정원만큼 지원자가 지망한 학교 순위를 토대로 무작위 추첨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이 안을 가지고 지난 4, 5월말까지 고양시 소재 28개 중학교의 내년 2월 졸업예정자 총 1만176명 중 실업계 고교, 특목고 진학예상인원 200명을 제외한 7천명을 대상으로 모의실험을 실시한 결과 70~80%까지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구충회 과장은 이 만족도가 1, 2차 배정 비율이 30~70%까지 달라질 때마다 차이를 보였다며 이날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입장을 물었다.

그러나 참석한 토론자들도 교육청이 충분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1개안에 대해 비율만을 묻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선지원 후추첨제가 평준화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김미애씨는 “서열화를 없애기 위해 평준화를 하는 것인데 교육청 안은 서열화를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라며 “3, 4개의 학교를 선택, 지망해 일정비율을 선발하고 나머지는 지역 내에서 무작위로 추첨하여 배정한다면 선택권도 인정하면서 서열화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화정중학교 오승훈 교사는 “교육청이 이미 수원지역에서 학교간 격차를 유발하고 있는 방안을 확정하고서 비율과 특수지 지정문제만 공청회에서 토론안건으로 올렸다”며 현재 학생 배정방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자유토론자로 나선 시의회 강태희 의원은 고양종합고교가 평준화 비적용 학교로 지정된 것과 관련 “이번 평준화 안으로 인해 소외되는 지역, 학교, 학생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우선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경기도 교육청은 공청회 후 일주일간 중·고교 학교운영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7월경 지역 자문위원회를 거쳐 7월말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참교육 학부모회 등 시민단체에서는 재 공청회를 요구하며 이번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후 계속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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