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백장현 고양파주 통일시민학교 교장

[고양신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벼랑끝 전술’ 구사로 무산될 뻔했던 북미 정상회담이 이달 12일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습니다. 지금 회담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보면 북핵 폐기와 북한체제 안전보장의 맞바꿈에 대해 미북 간 상당한 수준의 의견 접근이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더욱이 정상회담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차례 열릴 수 있다고 말하는 걸 보면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실행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보여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 민족이 살고 있는 한반도에는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요?

먼저 북미 정상회담 성공으로 북핵 폐기와 북한체제 안전보장 조치가 이루어지면 한반도를 뒤덮고 있던 냉전은 사라지고 남북한 간 적대관계가 청산됩니다. 그간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6·25 전쟁 이후 체결된 정전협정에 의해 규정되었습니다. ‘53년 정전체제’는 관련 국가들이 정립하는 세력균형 구도인데 이는 적대와 공포에 토대를 두는 것이었습니다.

미일 진영과 중러 진영은 남북한의 적대적 분단체제를 바탕으로 동북아에서 상대방의 세력 확장을 막는 한편, 군비 증강 등 자신들의 내부 수요를 충족시켰습니다. 누구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상대에 대한 적대와 공포를 필요로 하는 체제였던 것입니다.

그 결과 한국민들은 항상 대결과 위기 속에서 지내야만 했습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잠깐 남북 간 교류협력이 진행됐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로 전면 중단되었던 것도 바로 적대관계에 바탕한 ‘53년 정전체제’ 때문이었습니다.

한반도에서 정전 상태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하는 남북미 간 종전 선언과 북미 간 불가침 선언을 거쳐 남북미중 간 평화협정이 맺어지고, 북미, 북일 간 국교 수립이 이루어지면 남북 간 적대 관계도 끝나게 됩니다. 물론 한 민족이 분단된 채 두 개의 국가를 이루고 있기에 통일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야 불가피하겠지만 남북한 간 경쟁은 비적대 관계 속에서 진행될 것입니다.

한편 북한의 핵무기 폐기는 남북한 간 군축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북한은 앞으로 과감한 군축 제안을 할 것입니다. 병력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재래식 무기의 군축을 요구할 것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재래식 군비경쟁을 남한처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는 사실상 ‘남북연합’의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다음날 남북한은 긴박하게 움직여 비공개로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살려냈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전격적 정세돌파 담판은 강대국 정치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남북공조 선언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회담 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무엇보다 의미가 컸던 것은 남북 정상이 긴급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번잡한 절차와 형식을 생략하고 일상적인 만남처럼 쉽게 연락하고, 쉽게 약속하고, 쉽게 만났다는 사실”이라며 참모들에게 앞으로도 유사한 회담방식이 있을 수 있으니 수시 정상회담에 대비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판문점에서 잇달아 열린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은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넘어 수시화를 의미합니다. 이는 바로 ‘국가연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EU와 ASEAN을 작동시키는 핵심장치도 바로 정례적으로 열리는 정상회담입니다. 개성에 설치하기로 한 연락대표부를 점차 사무처로 발전시키고 연합 의회를 구성하면 남북연합은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미 정상회담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미북 간 뿌리깊은 불신,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성격, 미국 내 군산복합체, 정상회담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워싱턴의 외교정책 기득권층 등에 의해 중간에 사달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우려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종전 선언과 불가침 선언을 한 상태에서 이를 무효화시킬 경우 당사자인 한국민들의 격렬한 저항과 세계 여론의 지탄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적대관계가 사라진 남북연합의 한반도! 그 곳에서는 교류와 협력이 활짝 꽂을 피울 것입니다.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커질 것입니다. 교류, 협력은 민간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히 준비해야 합니다. “동포여!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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