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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마음의 짐을 내려 놓을라요”연극 ‘그날’ 연습하는 극단 아벡
  • 이옥석 전문기자
  • 승인 2018.06.08 22:38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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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주 다룬 '기억과 위로‘의 무대
40여 명의 배우·스태프 함께 구슬땀

 


[고양신문] 햇살이 뜨거웠던 지난 3일, 연극 ‘그날’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휴일도 반납하고 맹연습하고 있는 극단 아벡 단원들을 백신고등학교 강당에서 만났다. 종일 햇살에 달궈진 건물 꼭대기층 강당은 에어컨을 켜놔도 후끈했다. 생수와 초코과자 한두 통이 단원들 간식의 전부다. ‘시원한 수박 한 통 사들고 올 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대관료와 판촉비, 소품·의상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회원들이 회비를 모았지만 턱없이 부족해 결국 펀딩을 통해 부족한 예산을 모았다.

스태프를 포함해 총 40여 명이 매달리고 있는 연극 ‘그날’은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루고 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1980년 5월 18일, 진압군의 폭압 앞에 느꼈던 시민들의 두려움이 억울함으로, 억울함이 분노로 모아졌고 광주를 지키기 위해 단결했던 모습을 연극으로 표현했다.

공연장인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의 무대와 같은 규모인 연습무대 위에서는 아들과 어머니 역할을 맡은 단원이 연습 중이다. 거리 항쟁에 나가겠다는 아들을 필사적으로 막아서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에게 아들은 “엄마도 시민군들 밥 해주며 돕고 있지 않느냐”고, “우리가 나서야 된다”고 설득한다. 말문이 막히는 어머니를 두고 죽음의 위험이 가득한 시위 현장으로 뛰어나가는 아들의 모습. 연습 장면인데도 감정이 이입되어 뭉클해진다.

이어 단원들이 우르르 무대로 올라간다. 공수부대를 철수시키겠다는 방송에 모두들 기뻐 뛸 때 어디선가 총성이 들리고 단원들이 여기저기서 쓰러진다. 절규하며 구하려고 달려가다 또 쓰러지고…. 연습장면을 지켜보던 정유진 감독이 “간격을 좁혀주셔야 석진이가 뛰어나가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주문한다. 다시 연습 시작,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조금 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안무팀, 이 장면은 굉장히 진지해야 돼요. 어설프게 하시면 연극 끝나요!” 라는 한마디에 다시 연습이 시작된다. 안무팀에 합류한 백마고 동아리 ‘더스트릿’ 회원들의 움직임과 표정이 진지하게 상기됐다. 감독의 의도를 120% 알아듣는 단원들이다.

같은 장면을 여섯 번 연습하고서야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그때마다 총에 맞아 질질 끌려나간 배우들은 아마도 무릎이 다 까졌을 듯하다. 정유진 감독은 “열악한 상황에서 열심히 연습에 임하시는 단원들께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한다.

정 감독은 광주 이야기를 쓰고자 했던 이유를 '기억과 위로'라는 두 단어로 설명한다. “민주화의 씨앗을 퍼뜨렸던 광주에서의 일들을 우리 역사가 너무 무심하게 대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에서 출발했다”는 그는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잊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광주 사건을 공부하다 당시 사람들의 ‘시민의식’의 위대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을 통해서나마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희생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단원들의 과반수는 20~30대다. 5·18세대가 아니지만 연극에 참여하며 과거의 아픔을 공유하고, 풀리지 않은 과제를 함께 풀고자 애쓰는 모습이다.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참… 잘한 거 같소. 이제 그만 마음의 짐을 내려 놓을라요”라는 대사를 들으며, 보다 많은 관객들이 그 마음에 공감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6월 23~24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공연한다. 문의 010-3930-6687
 

 

이옥석 전문기자  los1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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