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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제동 왕손무덤에서 백자 지석함 발견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8.06.08 22:42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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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암지구개발 이장과정에서 출토
“고양에서 처음 나온 소중한 유물”
조선후기 왕손 무덤 전형 보여줘

 

벽제동 목암지구 택지개발로 인한 전주이씨 왕손무덤 이장 과정에서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이장 작업은 전주이씨 영성군파 후손들과 문화재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고양신문]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인근에 산재한 조선시대 왕가 후손 무덤에서 백자로 만든 지석함과 백자 지석판을 비롯해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이번에 발굴된 유물들은 벽제목암지구 아파트 건설로 인해 묘를 옮기게 된 전주이씨 영성군파 왕손들의 무덤을 이장하는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영성군은 조선 선조임금의 13번째 아들로서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목암리 산에 묘가 있고, 후손들이 ‘영성군파’라는 일파를 이뤄 벽제동 주변에 세거지를 형성하며 거주해왔다. 이번에 이장된 묘는 영성군의 증손자 해청군부터 10세손 이학응까지 10여 기에 이른다. 화제가 된 백자 지석함과 지석판은 영성군 5세손 이명로의 묘에서 발견됐다.

파묘 작업은 많은 이들의 비상한 관심 속에서 지난 4일과 5일 양일간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10여 명에 이르는 영성군파종회(회장 이창용) 후손들은 물론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전문위원, 김득환 서삼릉태실연구소장 등 문화재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장 전문 업체 인부들이 포크레인과 삽을 이용해 수백년 동안 잠들어있던 무덤 봉분을 파내려갔다.

이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이명로의 무덤에 묻혀있던 백자 지석함 하나가 파손됐다. 다행히 이명로의 무덤은 부부 합장묘라 나머지 한쪽의 지석함은 온전한 형태로 수습할 수 있었다.
순백의 달항아리 모양을 한 지석함을 열자 그 안에 역시 흰 백자 도판에 파란색 글씨를 쓰고 유약을 발라 구운 백자 지석판이 들어있었다. 지석판에는 무덤 주인의 일생이 간략하게 요약돼 적혀 있었다.
 

고양에서 처음 발견된 백자 지석함.
지석함속에 들어있는 백자 지석판.



이장 모습을 지켜본 정동일 전문위원은 “비록 도시개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진행되긴 했지만, 왕손들의 무덤 10여 기가 집중적으로 개방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더군다나 망자의 지석을 백자판에 쓰고, 흙을 채운 백자 지석함에 담아 매장한 경우는 처음 보는 일이라 소중한 유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가 명확히 확인되고 무덤의 양식 전체가 조선 후기 왕손 가문의 매장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사료로서의 가치가 무척 높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정동일 전문위원은 “관 주변을 둘러싼 회곽이 무척 정교하게 제작됐고, 무덤을 위에서 누른 회벽도 매우 육중하며, 그 위에 화강암을 정사각형으로 다듬어 한 글자씩 글씨를 한 지석을 일렬로 붙였다”면서 “이러한 화려한 양식은 일반적인 무덤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매우 드문 사례”라고 밝혔다.
 

선조임금의 6대손 이명로의 묘에서 발견된 지석.

 
이틀 내내 이장 작업을 참관한 김득환 소장도 “경기 북부 인근에서 진행된 수많은 묘 이장 작업을 지켜봤지만 지석과 지석판, 회곽, 관과 그 안의 염습 흔적까지 온전한 형태로 발굴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면서 “우리 지역에 살았던 선조들이 조상들의 무덤을 조성할 때 얼마나 많은 정성과 예우를 다했는지를 보여주는 귀한 경우”라고 평가했다. 

수습의 전 과정은 문화재관리 전문기관에 의해 사진과 기록으로 남겨진 후 그 내용이 종합보고서에 담길 예정이다. 시는 “종합보고서를 근거로 고양시에 산재한 조선왕조 왕손들의 무덤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백년만에 조상들의 유골을 햇빛 아래서 수습한 후손들의 감회도 새로웠다. 이창용 영성군파종회장은 “개발의 손길로부터 조상님들의 묘를 지키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문중이 잘 화합해 이장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발견된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유물들은 고양시민들이 그 가치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문중 회의에서 의논하겠다”고 밝혔다.     
 

종중이 화합해 선조들의 이장작업을 순조로이 진행하고 있는 전주이씨 영성군파 종중들. 오른쪽 세 번째가 이창용 영성군파종중회장이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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