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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제대로 관리하시나요?<설경인의 정신의학칼럼>
  • 설경인 화정병원 정신과의사
  • 승인 2018.06.19 14:10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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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신문] 흔히들 ‘스트레스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과연 스트레스가 나쁘기만 한 것일까? 스트레스가 없으면 행복해지는 걸까?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음식을 많이 먹어 비만이 되면 각종 성인병에 걸리고, 건강에도 당연히 좋지 않다. 그렇다면 음식은 나쁜 것일까? 그럴 리가. 적절한 식사는 건강에 필수적이다. 과식이나 절식이 나쁜 것이지 음식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도 음식과 비슷하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생활에 활력을 주고, 삶의 만족도와 질을 올려준다. 더 이상 스트레스가 없을 것 같은 은퇴자, 또는 힘든 양육의 시기를 지난 중년 여성이 오히려 우울증, 의욕 저하, 불면 등의 각종 정신질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가 없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 셈이다. 반대로 적절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며 스트레스에서 무언가를 성취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자존감도 높아지고, 삶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적절한 도전과 성취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고 성장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스트레스는 근력 운동과 비슷한 면이 있다. 무리한 운동은 부상으로 이어지고 운동에 대한 의욕도 떨어지게 하는 반면, 적절한 운동은 근력을 향상시키고 자신감을 올려준다. 점점 더 근력이 오르며 운동 능력이 향상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스트레스도 이와 비슷하게 극복과 성취를 통해 삶의 만족과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와 관련해 우리는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질문은 “왜 우리는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가?”이다. 이것은 마치 과도한 음식물 섭취로 비만이 되는 것, 과도한 근력 운동으로 부상을 입고 운동에 흥미를 잃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적절한 음식물 섭취와 운동으로 내 삶이 건강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던가.

최근 들어 스트레스가 화두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무한 경쟁 시대를 맞아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스트레스가 시도 때도 없이 던져진다는 점이다. 이에 압도되면 무력감을 경험하게 되고 스트레스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다른 한 가지 측면은 스트레스의 만성화이다. 원시시대에는 수렵을 할 때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사냥물을 잡고 동굴에 들어와서는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와 아닐 때가 명확했다는 뜻이다. 반면에 현대인은 끊임없이 걱정을 한다. 이렇게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혹시나 뒤처지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잠시도 마음 편할 틈이 없다. 이것이 바로 만성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의 선순환, 악순환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삶의 질을 올려주고 더 나아가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을 향상시킨다. 적절한 근력 운동으로 근력이 향상되는 것과 비슷하게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존감도 올라가며 자신감도 상승한다. 악순환은 반대로 작용하는데 스트레스에 압도되면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이 오히려 줄어들며 스트레스는 더욱 커지게 된다. 운동으로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운동을 하게 되면 부상이 심해지는 것과 유사하다.

운동과는 달리 스트레스는 도피 방법도 마땅치 않다. 도망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스트레스의 홍수에 압도되어 스트레스의 만성화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스트레스의 만성화, 악순환 이어지면 문제가 점점 커진다. 늘 피곤하고, 우울하고 의욕도 떨어지고 불안과 불면도 따라오게 된다. 혈압과 혈당도 올라간다. 두통, 어깨나 목의 통증, 화병 등 알 수 없는 만성통증이나 소화불량 등을 달고 살게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점차 약해지는 것이다. 각종 우울, 불안, 불면 등의 마음의 질환이 여기에서 비롯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단순히 증상만 조절하면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의 만성 악순환 구조를 깨주어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란 과연 무엇인지, 또 나의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스트레스에 대한 현재 나의 대처 방법은 무엇인지, 또 대처가 적절하지 않다면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지, 또 피할 수 없다면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잠시 멈춰 서서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잠시 시간을 내어 명상이나 산책을 해도 좋다. 교감신경계의 과흥분을 다스리는 기술인 자율훈련법도 급성 스트레스 관리에 좋은 기술이다.

설경인 정신과의사(상록의료재단 화정병원)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시간 낭비가 아니라 삶의 질을 올리는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내 삶에 좋은 스트레스는 늘리고, 나쁜 스트레스를 줄이는 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좋은 스트레스는 늘어나면 날수록 오히려 몸과 마음을 건강해지게 하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 어쩌면 인생의 비밀 중 하나는 내 삶에 나쁜 스트레스를 좋은 스트레스로 바꾸는 기술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설경인 화정병원 정신과의사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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