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회 고양포럼> 금정굴, 화해 넘어 통일의 길로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준 고양시장 당선자는 “금정굴 추모사업을 반드시 수행해 내겠다”고 약속했다.

[고양신문] 이재준 고양시장 당선자와 이윤승 시의원 당선자가 금정굴 유족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전쟁 중 벌어진 민간인 학살사건인 금정굴(탄현동 황룡산) 사건’에 대한 추모사업을 반드시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금정굴 평화공원 조성을 약속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18일 시민단체 ‘통일을 이루는 사람들’ 주최로 열린 제68회 고양포럼은 ‘금정굴, 화해를 넘어 통일의 길로’라는 주제로 일산동구청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기철 금정굴 인권평화연구소장과 권명애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공동대표가 ‘금정굴 사건의 진실과 그간의 진실규명 노력, 그럼에도 20여 년간 해결하지 못한 유해안치와 평화공원 조성’ 등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 이재준 당선자는 인사말을 통해 “국민에게 저지른 국가폭력은 국가가 나서 사과해야 한다. 이미 제주 4·3사건 등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고 있다. 금정굴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화해위원회가 추모사업을 실시할 것을 오래 전에 권고했지만 지금까지도 지자체가 그 책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족들께 진심으로 죄송스럽다. 취임 이후 금정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라고 말했다.  
 

고양시 황룡산 금정굴 입구 현장모습.


유족들, 시장과 시의회에 큰 기대

그동안 고양시에서는 금정굴 평화공원 조성을 둘러싸고 20년 넘게 갈등이 이어져왔다.
금정굴 사건은 한국전쟁 기간인 1950년 10월 경찰과 우익단체 회원들에 의해 불법적으로 자행된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이다.

2007년 6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을 국가에 의한 민간인 학살로 규정하고 희생자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평화공원 조성 등의 위령사업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고양시에서는 위령사업을 위한 조례 제정이 번번이 무산되며 이렇다 할 추모행사조차 공식적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학살 68년만인 1995년에 발굴된 유해들은 20년이 넘는 지금까지 병원과 납골당 등을 떠돌았으며 현재 안치된 사설 납골당에서는 언제 쫓겨날지도 모르는 신세에 처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희생자들의 유해를 안치하고 기념할 수 있는 평화공원 조성에 힘써줄 것을 7월부터 임기가 시작될 시장과 시의회에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신기철 금정굴 인권평화연구소장이 금정굴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들이 좌우 이념과는 관계없는 일반 주민들이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국가에 의한 명백한 전쟁범죄”

기조 발제를 한 신기철 금정굴인권평화연구소장은 “1950년 10월 한 달 동안 금정굴(폐광)에서 대량 학살이 발생했다. 인민군 점령 시 그들을 도왔을 것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주민들을 재판 없이 불법 처형한 것이다. 가족들이 잡혀왔고 잔혹한 고문이 자행됐다. 증거도 필요 없고 변명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잡혀간 지 2~3일만에 금정굴에서 비명에 사라졌다. 명백한 전쟁범죄였다”라고 말했다.

재판 없이 처형된 것도 문제였지만, 부역혐의자들을 색출하는 과정이 부실했다는 점도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신 소장은 “부역협의에 관한 한 별 차이가 없었던 주민들끼리 서로 고발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으니 참극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주민들은 검거당하는 피의자보다 오히려 그 죄상이 더 심한 자가 검거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소위 의용경찰대원들의 진술만으로 총살이 자행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 소장은 “금정굴 희생자들은 대부분 좌우 이념과는 관계없는 일반 주민들이었다”며 “이들의 억울한 죽음 뒤에 연좌제로 인해 집과 땅을 잃고 항의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유족들이 이제는 고인의 유해를 제대로 안치하고 추모할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회시작과 함께 조례 논의할 것”

권명애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지난 20여 년간 벌여온 험난했던 진실규명 과정 방안을 설명했다.

그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에도 보훈단체와 시의회 구성에 의해 번번이 추모사업을 위한 조례제정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해 안치와 현장보전으로 압축되는 금정굴의 과제는 결국 평화공원 조성이다. 거창하고 대단한 시설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20년간 떠도는 유해를 안치하고, 역사적인 기억의 장소로 학살장소를 보전하자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수장고 깊이 감춰져 있는 유품들이 이제는 빛을 봐야한다. 민간인 학살 사건을 통해 후손들에게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승 시의원 당선자는 “지난 6·7대 고양시의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금정굴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평화의 중심 도시가 될 고양시가 화해와 소통으로 금정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확신한다. 의회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추모사업 조례제정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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