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정범구 대사의 독일편지> DMZ의 평화적 이용을 생각하다
  • 정범구 주독한국대사
  • 승인 2018.06.25 15:04
  • 호수 1376
  • 댓글 0
정범구 대사

<고양의 이웃이었던 정범구 주독한국대사가 SNS를 활용해 흥미로운 일상을 들려주고 있다.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고양신문]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도입된 제도 중 ‘그린벨트’가 있다. 해당지역 안에서는 일체의 개발이나 건축행위를 규제함으로써 도시의 난개발을 막겠다는 것이 도입취지였으나, 해당지역에 살고 있거나 땅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재산권 행사를 제약한다고 해서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그린벨트가 독일에도 있다. 1393㎞에 달하는 독일 그린벨트는 과거 동서독을 가르던 국경선, 혹은 군사분계선을 따라 이어져 있다. 옛 동독정권은 자국민의 탈출을 막기 위해 국경선 일대에 2중3중의 철조망과 감시대를 설치하고, 분계선 5㎞ 이내로는 민간인 출입을 통제했다.

초병들을 곳곳에 배치하는 것은 물론 곳곳에 자동사격장치를 달아 놓아 누가 봉쇄를 뚫고 철조망까지 접근하면 발사되도록 하였다.

실제로 분단시절에는 이 사격장치로 인한 희생자가 많았다.<사진 참조>

민간인 출입이 완전 통제됐던 과거 동·서독 국경선의 철책선 입구.
감시초소 겸 벙커.

그러나 이 분계선은 우리 비무장지대(DMZ)와는 달리 동독지역에만 이런 삼엄한 경계장치와 병력이 배치돼 있다. 그래서 동독 철조망만 넘으면 바로 서독 땅이 되는 것이다. 동독지역에서 탈출을 막기 위해, 시계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순찰구간은 그 너비가 최대 500m를 넘지 않는다. 좁은 곳은 50m 정도 구간도 있다. 우리 비무장지대가 남북 각각 2㎞씩, 4㎞ 너비로 펼쳐져 있는 것과 비교하면 좁다.

1990년 통일이 이루어지고 난 후 독일사회 내에서는, 과거의 이 철책지대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그대로 놔두면 난개발의 위험도 있었다. 또 1400㎞에 달하는 긴 구간의 성격상 구간별 특성도 달랐다.

산악지대를 따라 철책이 쳐져 있던 곳도 있고, 농경지, 또는 도로를 끊고 이어지는 곳도 있다. 결국은 BUND라는 독일의 대표적 환경단체가 이 지역을 맡아 이곳의 녹색 환경을 보존하고, 생태계를 살리는 그린벨트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이곳을 생태관광지로 만들어 많은 이들이 휴식을 위해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남북한 간 대화가 재개되고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면서 남북 간 여러 가지 협력사업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개최되는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는 장차 DMZ의 평화적 이용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며칠 전 이곳의 과거 철책선 지역을 둘러보았다. 베를린에서 240㎞ 정도 떨어진 하르츠(Harz) 지역인데, 산악지대이다. 과거 철책이 있던 곳을 지나 감시 벙커<사진>와 감시탑을 둘러보면서 이제 이곳에선 과거 이야기가 되어버린 분단의 흔적들을 보았다.

우리도 언젠가는 이렇게 가볼 수 있겠지. 노루와 사슴 등 온갖 야생동물들이 뛰어 다닌다는 비무장지대를….

정범구 주독한국대사
※페이스북에서 더 많은 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범구 주독한국대사  webmaster@mygoyang.com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범구 주독한국대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