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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인구감소… 마치즈쿠리로 해법 찾는 일본<도시재생 기획>일본 지방중소도시의 도시재생
  • 김진이 전문기자
  • 승인 2018.06.26 13:50
  • 호수 1376
  • 댓글 0
나가하마는 일본 시가현 동북부의 인구 12만 명의 소도시. 1970년대 이후 교외화 현상으로 중심시가지가 쇠퇴했다. 상점과 거리가 텅텅 비게 되자 주민 주도로 중심시가지 활성화 사업을 추진해 관광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나가하마의 옛 상점 거리.

<사진제공 권상동 우리마을 상임이사>

①‘지방소멸’의 대안 일본의 도시재생
②‘보존과 개발’ 함께, 후쿠이·가나자와시

③도시재생으로 활력찾는 도야마·나고야시
④마치즈쿠리·컴팩트시티 국내 적용 어떻게

[고양신문] 국토부는 올해 3월 도시재생 뉴딜 정책의 본격 추진을 위해 범정부적 추진 전략을 담은 ‘내 삶을 바꾸는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을 수립했다. 지역공동체가 주도하는 도시재생 실현을 위해 주민역량 강화 프로그램, 소규모 재생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여기서 국토부는 ‘왜 도시재생’인가 하는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인구 감소, 고령화, 산업쇠퇴로 인한 지방소멸, 도시쇠퇴’를 겪고 있는 일본. 이제 도시재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한국 도시재생의 당위성을 일본에서 찾는 일은 당연해 보인다. 

국토부가 주최하고, LH가 주관한 일본 지방중소도시 재생사업 현장조사는 이런 취지에서 출발했고 현실화됐다. 도시재생을 통해 지역 소멸의 대안을 찾고 있는 후쿠이시, 가나자와시, 도야마시, 나고야시의 민관 협력 과정, 재개발 추진 상황, 연계 프로그램 운영 현황을 관공서와 거리 곳곳에서 보는 일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그 과정을 4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전국의 민간 활동가 5명이 초대를 받았다. 사회주택 분야 마을기업 ㈜안테나 나태흠 대표,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김동호 센터장, ㈔우리마을 권상동 상임이사. 도시재생주거환경시민연대 안정희 공동대표, 경기도청년네트워크 임재현 대표와 필자가 고양마을포럼 상임이사 자격으로 참여했다. 

국토부에서는 이주원 정책보좌관, 도시재생기획단 박준형 과장, 김태흥 주무관, LH에서는 도시재생본부 성광식 본부장, 도시재생계획처 박병순 차장, 박승민 과장이 함께 했다.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 위한 일본 지방도시 연수
국토부·LH·활동가, 후쿠이 가나자와 도야마 방문
거미줄망 도시재생법과 조례, 지자체별 맞춤 행정
컴팩트시트·마치즈쿠리 민관 거버넌스 시스템 주목

작년 국토교통부의 ‘2017년 뉴딜사업 대상지 선정 공모’에서 전국 68곳 중 2곳(주교동·화전동)이 선정된 고양시. 후발주자로 뒤늦게 출발한 고양시에서 우리동네살리기 유형(50억원 지원)에 원당5구역 일부지역, 일반근린형(100억원 지원)으로 화전 2곳이 선정된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었다. 고양시는 공모사업을 통해 150억원을 확보한 데다 시비 40%를 매칭해 총 250억원의 막대한 재원을 도시재생 시범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제도, 시스템 정비를 위해 도시재생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도시재생센터, 현장지원센터 설립도 서두르고 있다. 

그런데 정작 도시재생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과 이해도는 ‘아직’이다. 왜일까. 2010년 민관 거버넌스, 마을공동체, 자치 개념이 공약과 행정 주요 핵심으로 부각되었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주민주도’를 외치며 권한 이양과 시민의 정부를 외쳤지만 정작 시민들은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자신들이 무엇을 누릴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8년이 흘렀고 이제 고양시에서 자치는 ‘성공’은 아니지만 자연스런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도시재생도 이제서야 첫 출발점에 선 것은 아닐까.

도시재생 선진지 일본 가케가와시 
어느 곳을 가도 얕은 처마 날이 바삐 올라간 전통의 성을 만날 수 있는 도시. 2011년 마을만들기 사례 중 하나로 ‘평생학습도시’를 선언한 시즈오카현 가케가와시를 찾은 적이 있었다. 당시는 국내에 마을공동체, 로컬거버넌스 바람이 불던 시절. 평생교육을 문화센터 프로그램 정도로 이해하던 우리에게 도시재생, 도시계획 측면에서 도시 활성화를 위해 평생학습도시를 선택하고 선언한 가케가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평범한 도농복합도시였던 가케가와의 변화는 신칸센에서 시작됐다. 인구 30만 이하의 도시에만 신칸센역이 만들어졌다. 당시 가케가와는 고작 인구 8만5000명. 우리를 만난 가케가와 시청의 나카야마 담당 과장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신칸센 유치를 위해 신무라 시장이 국가철도부(철도청)을 100번도 넘게 찾아갔다”고 말해주었다. 신칸센 유치라는 숙원을 풀어준 것은 시민들. 유치 비용 120억엔 중 30억엔을 가케가와 시민들이 모금한 것이다. 한 가구당 10만엔.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돈이다. 

사무라이가 머물던 건물도 남아있는 가케가와 성의 복원도 시민들의 참여로 가능했다. 막부시대 말기에 파괴돼 터만 남은 것을 1994년에 시가 나서 재건을 시작했다. 당시 공사비 때문에 콘크리트 복원을 검토했으나 시민들이 10억엔을 모금해 지금의 목조건물로 재건했다고 한다. 

마을만들기 사례를 위해 찾았던 가케가와시에서 지방분권과 도시재생 개념을 배웠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1991년 일본 경제 버블 당시 가케가와에도 땅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계속 개발이 이뤄지는 것이 지역을 망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죠. 평생학습 시스템이 이때도 힘을 발휘한 겁니다. 시민들이 투기와 개발붐을 잠재울 수 있는 조례 만드는 일에 동의를 해준 겁니다.” 당시 담당 공무원의 설명이었다. 

신칸센역이 유치되면서 투기와 소위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있던 상황. 가케가와시와 시민들은 투기를 막을 수 있는 조례와 시스템을 고민했다. 특별계획협정 촉진구역 후보지가 정해지면 시민들은 토지심의회에 이를 상정하고, 심의회는 토지주의 동의를 얻어 도시만들기 계획을 정하고 최종 촉진구역을 정해 사업이 진행됐다. 7년 전 상황이었다. 도쿄, 요코하마 등 여러 도시재생 사례 중에서도 가케가와시는 다시 찾고 싶은 도시다. 일본 만화 ‘우리마을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강제 이주당한 도시 중 하나가 가케가와시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됐다. 

국토부, LH와 민간 도시재생 활동가들로 구성된 연수단. 오이타대학 김대일 교수에게 일본의 도시재생 관련 강의를 듣고 있다.

‘도시소멸’해결 위한 도시재생 전략
일본은 전체 인구가 2010년에 이미 정점을 찍고 거의 16~17%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반면 노령인구는 급속하게 늘고 있다. 일본은 생산 인구가 20년 내에 3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령화, 인구 감소 문제가 지방도시로 가면 ‘도시 소멸’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이타대학 김대일 박사에 따르면 “10만, 5만 작은 도시는 생산연령 인구가 33% 가까이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고령자는 늘고 있는데 최근 일본의 취업률은 120%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지방 국립대라 할 수 있는 오이타대학의 연구소 졸업생들이 다 대기업으로 취업을 하고, 3곳 이상에 합격하는 경우도 있다고. 취업률은 부럽지만 고령화의 증후라고 생각하면 우리나라에도 곧 닥쳐올 위기이기도 하다.  

김대일 박사에 따르면 일본 도시는 10명중 4명이 생산이 어려운 노령인구이고, 그로 인한 빈집 증가율이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은 ‘아키라뱅크’라고 빈집을 관리해주는 은행까지 있다고 한다. 결국 일본에서 도시재생, 마차즈쿠리, 지역활성화 사업을 고민·추진하는 것은 ‘생존’의 고민에서 나온 자연스런 결과물로 이해된다. 

20년 동안 시행착오, 현실화 반복
일본 지방도시화 과정은 ‘도너츠 현상’으로 설명된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심이 공동화되고, 지방도시는 인구 감소, 도시 가치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낙후, 소멸위기에 놓인 것이다. 일본 노후도시의 문제는 환경낙후, 경제낙후, 생활낙후를 도시재생으로 풀고, 도시재생 방안으로 도시기능의 회복, 도시커뮤니티 개발, 도시의 활력 및 매력 창출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1998년 중심시가지 활성화에 관한 법률,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 2005년 구조개혁 특별구역법, 2005년 지역재생법, 2011년 종합특별구역법, 2013년 국가전략 특별구역법을 제정한 일본. 이를 다시 도시재생과 중심시가지 활성화라는 큰 축에서 다면화하고, 정부는 도시활성화, 규제개혁 특정정책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대응해왔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서 도시재생본부, 중심시가지 활성화본부, 지역재생본부, 구조개혁특별구역 추진본부를 근거법과 사업추진 지역(대도시, 지방중핵도시, 시정촌, 지방중소도시)별로 나누어 본부를 세분화했다. 다시 도시재생본부는 거미줄처럼 세분화되고, 분야별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의 역할이 구분되었다. 관할, 예산, 규모, 지원방식과 대상도 다르고 관련 법령, 제도, 규정도 다르게 변화, 발전해왔다. 일본의 도시재생은 결국 촘촘한 법령과 시행에 따른 시행착오와 현실화를 반복해왔다. 

도시재생과 실시 주체를 나눠보면 중핵도시에서는 도시재생 긴급구조지역이나 큰 단위의 개발을 하고 있고, 도야마 카나자와 후쿠이 같은 지방 도시는 중심시가지 활성화 기본계획으로 도시재생을 하고 있다. 중규모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는 행정 중심, 민간 중심 사업이 따로 진행된다. 

도시 특성에 맞는 재생정책 고민해야
마치즈쿠리. 아직 우리에게는 마을공동체 정도로만 이해되는 개념이다. 일본에서 본 마치즈쿠리는 공공과의 파트너, 도시재생·도시개발의 파트너의 역할로 활동하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도야마 마치즈쿠리, 도시재개발과 도시재생 사업을 실질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가나자와 마치즈쿠리재단의 운영과 사업 진행 상황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반영 가능해보였다. 

도시기반정비, 도심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 제도, 지원사업을 진행 중인 후쿠이시. 대부분의 일본 지방도시들은 신칸센역 주변을 중심으로 집중되면서 외곽지역 공동화가 심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전통과 자연을 살리면서도 중심시가지를 집중 지원하는 방향의 도시재생 정책을 펴고 있다.

후쿠이시의 경우 신칸센 연결을 계기로 시가지를 개조하고, 역 주변으로 도시를 활성화시킨 점이 인상적이었다. 에도시대 성벽과 적의 침입을 막기위해 만들었던 해자를 비롯해 환락가, 상가를 적절하게 관광자원화하며 활로를 찾은 중심시가지 활성화 사업이 눈길을 끌었다.  

가나자와시는 40여 년 동안 재해나 전쟁을 비켜가며 옛 건물과 전통이 그대로 살아있는 도시였다. 일본의 대표 역사도시인 이곳은 유네스코 창조도시로 인정받을 정도로 자연과 관광자원을 잘 살린  곳으로 평가받는다. 보존과 개발의 두가지 가치를 살려낸 전통환경 보존조례와 도시재생 정책이 주목받았다. 

도야마시는 인구감소와 도시쇠퇴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집중 투자와 집약적 지원, 다양한 커뮤니티 사업 등으로 도시를 다시 활성화시킨 지역이다. 대형마트 입점을 시가 정책적으로 막고 지역의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도야마시 도심 활력 광장의 그랜드플라자. 유리천장을 높게 지어 시민들이 열린 광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그랜드플라자를 중심으로 도시일대를 돌아보며 우리 일행은 일본 지자체, 공무원, 시민들이 도야마시를 살리기 위해 어떤 과정과 역사를 만들어왔는지를 직접 듣고,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의 앞뒤로도 부산시와 여러 지자체가 앞뒤 다투며 시찰을 다녀갔다. 한국의 도시재생 활동가, 담당자들에게 일본은 다시 ‘핫’한 선진지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본의 활동가들은 "한국에서는 일본을 도시재생 성공사례로 보지만 실제 일본에서는 성공사례가 없다고 자평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일본의  실험들은 아직까지 과정일 뿐 성공을 말하기에는 아직까지 이르다는 겸손함일까. 


 

김진이 전문기자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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