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정수남 소설가

정수남 소설가. 일산문학학교 대표

[고양신문] 지난주 고양신문에서 ‘성장 일변도가 아닌, 시민들에게 삶의 만족감과 행복을 주는 그런 시정을 펼쳐가고 싶다’는 당선인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빨리, 그리고 또 너무 많이, 앞으로 달리는 데만 치중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못내 아쉬웠던 점은 그것을 어떻게 펼치겠다는, 당선인의 구체적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정이란 의정활동과 달라서 보다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과정보다는 성과가 더 중요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곧 큰 뜻을 품고 시청에 입성할 당선인에게 감히 얼굴 없는 시장이 되어달라는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이 말은 지금까지 당선된 고양시의 시장들이 모두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기에 너무 급급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시장은 시를 대표하는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자신이 나서야 할 곳엔 확실하게 나서야 할 것이며, 그런 곳 또한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꼭 그렇지 않은 곳인데도 불구하고 쫓아가서 연예인처럼 방글방글 웃으며 마이크를 쥐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그러므로 이는 전 시장들과의 차별성과 아울러, 과시나 홍보에 연연하지 말라는 경고의 뜻이기도 하다. 물론 시장도 사람이므로 더 큰 꿈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임기 동안 맡겨진 직책에만 충실한 시장을 원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또한 얼굴이 없다는 것은 지역과 지역의 시민들을 바라보는 눈은 냉철하되 내려다보지 말고 눈높이의 기준점을 수평으로 맞춰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특히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실용주의를 뜻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자칫하면 작은 시장으로 부각될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당선인이 그런 가운데 철학을 가지고 초지일관 시정을 펼쳐간다면 시민들은 오히려 자신들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시장을 더욱 신뢰할 것이며, 박수갈채를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고양시의 시민들은 당선인이 인터뷰한 기사대로 삶의 만족과 행복에 좀 더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 아닐까?

얼굴 없는 시장이 되라는 또 하나의 의미는 자신을 내세우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 정치세계는 잘하면 내 탓이요, 못하면 아랫사람 탓으로 돌리는, 잘못된 풍토가 만연되어 있다. 이는 마땅히 버려야 할 악습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자랑과 공로는 아랫사람에게 돌리고 책임은 본인이 당당하게 지는 풍토가 당선인으로부터 고양시에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권하는 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입은 되도록 닫고, 귀는 되도록 크게 열어놔야 한다. 특히 낮은 자, 소외된 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고 당선인의 주관과 소신, 주장까지 모두 닫으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아픔과 고통, 환경과 열망 등을 들으며 정치란 무엇인가 하는 본질을 항상 잊지 말라는 뜻이다.

인사도 마찬가지다. 비록 얼굴은 없지만 유능한 시장이라면 삼고초려를 하여서라도 소신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찾아 등용하는 열정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주변 인물부터 청산할 일이다. 박수와 환호에 휩싸여 고무되면 결코 성공한 시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역사를 통해 모두가 숙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시정은 혼자 펼쳐가는 게 아니다. 항상 낮은 마음으로 그렇게 등용한 그 사람들과 더불어 토론하고,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격려하고, 협력하고, 감독하여야 할 것이다.

문득 간디가 한 말이 떠오른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원한다면 먼저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는…. 그렇다. 당선인이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일한다면 고양시는 더 나은 도시가 될 것이고, 시민들은 당선인을 큰 시장으로 두고두고 기억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아무쪼록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시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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