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양시장 도전했던 정의당 박수택 출마자

박수택 전 고양시장 출마자.

시민활동가, 정계진출의 갈림길
“자유‧민주와 함께 ‘정의’도 중요”
“지방정치, 중앙 귀속 탈피해야”
“정치가 내 삶이다란 생각 가졌으면”


[고양신문] 박수택 전 SBS 환경전문기자의 시장 출마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근래 찾아보기 힘든 원칙주의자다. 그에게, 원칙에서 벗어나는 일에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 SBS 기자 시절,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집중 취재하면서 경영진과 마찰을 빚기도 했던 그다. 박수택 전 시장 출마자는 “원칙은 아름답다”라는 말로 자신의 이런 삶의 성향을 감추기보단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다.

이런 그가 정치계에 발을 들였고, 예상대로(?) 낙선했다. 하지만 성적표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선전이었다. 8.36%의 득표율로 바른미래당 시장 후보를 따돌렸다. 토론회 때는 시원시원한 입담으로 방청객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했으며, 정의당 시의원을 4명이나 당선시키는 데 나름 기여했다. 선거 두 달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정의당에 입당해 선거를 치른 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느꼈던 바는 무엇이었고, 또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물었다. 인터뷰는 선거가 끝나고 2주 뒤인 지난 26일 고양신문사에서 진행됐다.

 

▪8.36%의 득표율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가슴만 뜨거운 채 겁없이 뛰어든 선거였다. 시장 후보 4명 가운데 3위의 성적이다.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다. 선거비용의 절반을 돌려받을 수 있는 10%에도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크게 창피하다거나 원통한 마음은 없다. 그저 담담할 뿐이다. 잘 싸웠고, 후련한 마음이다. 고양시에선 정의당이 약진했다. 이번 선거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정의당 시의원이 2명에서 4명으로 늘었고, 시장에 출마하면서 나의 공약, 즉 정의당의 공약이 많이 알려졌다. 이재준 당선자가 정의당의 공약들을 많이 수용했으면 하고, 시민들이 나의 공약에 공감해줬으면 한다.

 

▪그동안 정당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갑작스런 출마였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정의당에 입당했다. 지역의 한 도의원의 횡포로 미세먼지대책 시민모임 회원들(어머니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보고 “저라도 시의회에 나가 이 문제를 짚어볼까요?”라고 했더니 어머니들이 박수를 보내줬다. 당시 미세먼지대책에 큰 도움을 줬던 정의당 시의원이 저의 이런 뜻을 심상정 의원에게 알렸고, 심상정 의원은 시의원이 아닌 시장 출마를 권유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받아들인 것이다.

계획에 없던 지방선거 출마로 개인연금 6400만원을 합쳐 7500만원이 두 달 사이에 사라졌다(웃음). 당 지원금 2000만원과 후원회 모금 4500만원까지 들어갔다. 지역의 실상과 민심동향을 파악했고, 정치판의 속성과 선거 치르기,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배울 수 있었으니 수업료라고 여길 뿐이다.

 

▪정의당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평생 기자로 활동했기 때문에 정당 가입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심 의원의 제안을 받고 정의당에 대해 생각해 봤다. ‘사람을 사귈 땐 주변인을 보라’고 한다. 정의당을 인격체에 비유하면 그의 대표적인 친구들이 심상정, 노회찬, 이정미, 김종대다. 고양시의원으로는 박시동, 김혜련이 있었다. 친구들을 살펴보니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정의’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선거기간 연설할 때 이런 말을 자주했다.

“대한민국은 ‘자유’와 ‘민주’는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하나가 모자랍니다. 바로 ‘정의’입니다. 자유‧민주‧정의가 함께 가야 우리가 원하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선거를 치르면서 ‘정의’라는 말이 제 삶의 소신과 믿음으로 자리잡았다.

 

선거운동 기간 심상정 국회의원과 전통시장을 찾은 박수택 전 고양시장 출마자.

▪선거를 치르면서 느낀 바가 더 있다면.

돈 없는 사람은 정치하기 힘들다. 선거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유권자들도 선거에 임하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곧 내 삶을 바꾼다’란 생각을 했으면 한다. ‘정치를 통해 시민들의 삶의 구석구석을 바꿀 수 있다’라는 믿음을 가져야한다. 정치인들의 공약과 주장을 꼼꼼히 살피고 지지할 건 지지하고, 문제가 있다면 비판해야 한다. 한 예로 최근 노회찬 의원이 국회특수활동비 폐지 법안을 냈는데, 찬성한 국회의원이 300명 중 단 7명이었다. 유권자들은 이런 것에 분노해야 한다. 물론 이런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는 언론도 문제다.

 

▪지방(지역)정치에 대한 생각도 깊이 해봤을 텐데.

지방정치는 지역을 잘 아는 지역인재들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지방정치마저 ‘소(작은) 중앙’이 돼버렸다. 지역은 중앙정치의 입김이 작용해선 안 된다. 소중앙에서 탈피해야 한다. 결국은 선거제도로 귀착된다. 항아리를 가득 채우기 위해선 작은 돌과 모래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들은 큰 돌만 항아리에 넣고 있는 격이다. 선거법 개정으로 지역정당 설립을 허용하고, 지역정당에서 시도의회 후보자가 나와야 한다. 지역에서 시의원을 뽑는데, 왜 민주당과 한국당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해야 하나?

또 한 가지, 선거구를 2인선거구가 아닌 4인 이상 선거구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양당 구도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지역정치에서 반영할 수 있다. 큰 돌이 아닌 작은 돌과 모래가 많아져야 한다.

 

▪이번 선거로 정치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지역활동가로 남을지, 정계에 진출할지 갈림길에 서있다. 비싼 수업료를 치렀으니 그 배운 바를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다. 나를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지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선거가 끝났다고 정의당에서 탈당할 생각은 없다. 앞서 말했듯이 정의당의 이념이 나와 맞고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계속 할지 궁금해 하는데, 저는 근본적으로는 ‘생활이 곧 정치’라고 생각한다. 정치에 대해 색안경을 낄 필요가 없다. 국민들을 실망시킨 수많은 정치인들이 정치혐오를 양산했지만, 그들이 하는 것만이 정치가 아니다. 우리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모든 행동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공동체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삶의 질을 결정하는 행위’를 나는 정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정치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환경전문 기자 출신인 만큼 지역 환경 감시활동도 꾸준히 할 생각이고, 시의원들의 활동들도 속속들이 관찰하고 감시할 생각이다. 내가 제한한 공약들(대곡국제철도터미널‧고양숲조성‧서울시기피시설문제해결‧미세먼지대책‧국제화훼거래소육성)과 관련된 현안들도 지켜볼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60년 동안의 개인사를 블로그를 통해 정리해보며 내 삶을 돌아보고 싶다. 올해 2월 은퇴했다. 당장은 실업급여를 신청해야 하는지도 확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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