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장항습지 관리’ 세미나

장항습지 항공사진. <사진제공=고양시>

“한강하구 전체 습지등록 했으면”
“김포‧파주 선거 이후 동의 분위기”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중재 나서야”


[고양신문] 고양시 장항습지의 람사르 습지 등재를 위한 세미나가 지난 26일 킨텍스에서 열렸다. 한강하구 습지 중 가장 규모가 큰 장항습지는 세계적으로 7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재두리미 수십 마리가 월동하는 곳이다. 또한 국내에서 유일하게 버드나무와 말똥게의 공생관계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고양시는 장항습지를 비롯한 한강하구습지를 람사르 사이트에 등재하려는 의지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인접 지자체인 김포와 파주시가 람사르 등재를 반대하면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유는 한강변 개발욕구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양시는 장항습지만이라도 람사르 사이트에 등재하는 것을 검토하는 논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로 지자체장이 바뀐 김포‧파주가 한강하구습지 보전에 어떤 자세를 취할지를 확인하고 고양시는 람사르 등재에 대한 정책방향을 재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는 장항습지의 람사르 사이트 등재를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논의를 작년부터 시작해왔다. 이날 열린 세미나는 람사르 사이트 등재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작년 6월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세미나다. 참석자들은 이번 세미나에서 인근 지자체와의 공조도 중요하지만 람사르 사이트 등재와는 별개로 장항습지 보전을 위한 고양시의 노력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 했다.

‘장항습지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발전전략’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는 학계, 환경전문가, 시민단체, 고양시 공무원 등 작년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세미나의 좌장은 현재 ‘장항습지 발전전략 수립 연구용역(7월 중 마무리)’의 연구책임자인 한봉호 서울시립대(조경학과) 교수가 맡았고, 주제발표는 김종엽 환경생태연구재단 연구원, 이은정 에코코리아 사무처장, 조중옥 고양시 환경보호팀장이 맡았다. 토론자로는 박평수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공동대표, 유경종 고양신문 기자, 명호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 최진우 환경생태연구재단 상임이사가 나섰다.
 

26일 킨텍스에서 열린 장항습지 보전 관리를 위한 세미나.

습지보호 완충지대 확실히 해야

토론에 앞서 주제발표 시간에는 ‘람사르 사이트 지정을 위한 관리방안’, ‘시민 생태모니터링 현황’ 등에 대한 내용이 발표됐다. 발표 이후 토론자로 참석한 박평수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고양시가 장항습지 주변을 개발하면서 습지보호 완충지역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는지를 궁금해 했다. 그는 “JDS지구에 행복주택 등 대규모 택지개발이 계획돼 있는데 개발부지가 습지와 너무 가깝다”며 “고양시의 개발담당 부서와 환경보호 부서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람사르 등재를 위한 중앙정부의 의지 부족도 지적했다. 그는 “이미 2006년 당시 환경부장관이 한강하구 전체를 람사르 습지로 등록한다는 약속을 했지만 지금까지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의 확실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습지보전 위한 파주‧김포 의견 모을 것

유경종 고양신문 기자는 장항습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홍보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18년간 진행되고 있는 장항습지 시민생태모니터링의 방대한 자료를 시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양시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은 습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고양시 농업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장항습지의 생태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진행되는 이번 세미나에선 람사르 등재의 공간적 범위와, 한강변 군 철책선 제거 이후 관리 방안 등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을 기대했는데, 그런 내용이 준비되지 않는 것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좌장인 한봉호 교수는 “지방선거 이후 김포와 파주시의 당선자가 람사르 등재에 동의하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며 “7월 이후 의견을 모아볼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1~2개월 내에 군부대가 철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철책선 제거에 따른 습지훼손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탐방로 제한을 어디까지 둘지, 또 관리주체는 어디로 할지가 아직 고민이다. 이에 대한 세부적인 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장항습지의 고라니.


람사르 지정이 아닌 습지보전이 목표

명호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은 람사르 등재 자체가 목표가 아닌 습지보전이 목적이란 사실을 추진 관계자들이 인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람사르는 습지 보호를 위한 하나의 약속이다. 람사르 등재 이후 뭘 하겠다라는 생각 보단, 지자체 스스로 습지를 어떻게 잘 보전해야 할지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람사르 등재는 습지보전의 일환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람사르 등재의 공간적 범위에 대한 의견도 발표했다. 그는 “습지가 여러 개 분포한 지역에서 하나의 습지를 별개로 등재한 경우는 없다. 습지를 인위적으로 나눠서 관리한다는 것을 람사르 사무국이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장항습지의 개별 등재는 옮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끝으로 그는 “습지보전지역을 관광상품화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표자들의 내용을 들은 한찬희 고양시 환경보호과장은 “장항습지는 인간의 영역이 아닌 보호해야 할 영역이란 생각으로 고양시의 정책이 준비되고 있다”며 “습지보전을 위한 노력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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