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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비도 인권도 보장 못받는 ‘위험한 노동’노동인권 사각지대 내몰린 청소년 배달알바 실태
  • 남동진 기자
  • 승인 2018.07.02 17:30
  • 호수 1377
  • 댓글 1
배달오토바이를 몰던 한 고등학생의 죽음을 계기로 청소년 배달대행 노동 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덕양구 한 주택가에서 콜대기를 하고 있는 배달오토바이 모습.

[고양신문] 꽃다운 나이의 청소년이 오토바이배달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1376호 ‘배달오토바이 몰던 고등학생 차량충돌로 사망’ 참조>. 사망원인은 차량과의 충돌로 인한 장기파열.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응급치료에도 끝내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조사결과 직접적인 사고원인은 오토바이의 신호위반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열악하다 못해 참담한 청소년 배달노동의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들 청소년들은 법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각종 노동착취와 안전사고에 노출되어 있었다. 

부족한 용돈 충당 위해 배달대행 알바
숨진 윤호선(가명, 18세)군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한 뒤 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택배업에 종사했던 아버지는 여느 부모처럼 아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길 바랐다. “배달오토바이를 타는 건 꿈에도 몰랐어요. 알았다면 바로 뜯어말렸을 거예요. 용돈도 부족하지 않게 주고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해달라고 했는데….” 지난 20일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군의 아버지는 침통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학교 선생님들은 숨진 윤군에 대해 “밝고 성실했던 아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군이 다녔던 일산 S고등학교의 한 선생님은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었고 학습에도 충실했던 학생”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다만 아버지의 이야기와 달리 윤군의 집안형편은 그리 넉넉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또래에 비해 생각이 깊었던 윤군의 특성상 아버지에게 손을 벌리기보단 본인 스스로 부족한 용돈을 충당하기 위해 배달알바를 시작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윤호선군이 배달알바를 하게 된 것은 작년 무렵이었다. 자주 어울리던 중학교 시절 친구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같이 시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함께 일했던 한 청소년은 “주변의 소개로 업체에 찾아갔더니 별다른 조건 없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줬다”며 “배달알바가 다른 일보다 쉬워 보이기도 했고 일한 만큼 돈도 더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군이 일했던 곳은 관산동의 한 원룸에 사무실을 둔 배달대행업체였다. 윤군과 같은 청소년들이 배달인력의 대다수였던 이곳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가맹점으로부터 음식 배달업무를 의뢰받아 소속 배달기사를 통해 주문자에게 배달하는 방식이었다. 즉 고용된 형태가 아닌 일종의 개인사업주에 해당하는 특수형태근로인 셈이었다. 실제로 이곳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은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부모동의서 또한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비용에 발목 잡혀 억지로 일하기도 
배달 한 건당 2500~3500원. 여기에 업체에서 떼는 수수료와 오토바이 대여비 등을 빼고 나면 막상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일의 특성상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윤군과 일했던 친구들은 이야기했다.   

“음식점에서 배달주문을 받으면 바로 센터에서 콜을 띄워요. 그러면 10~15분 사이에 그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받고 배달을 가면서 또 다른 주문을 받고 이런 식이죠. 일의 특성상 한번 움직이면서 3~4개씩 콜을 잡아야 돈을 벌 수 있거든요. 늦으면 사장님이나 주문자에게 욕을 먹으니까…. 빨리 움직이다 보니 신호위반도 하고 사고도 날 수밖에 없어요.”


취재를 통해 만난 윤군의 친구들은 모두 배달알바를 하면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겪었으며 윤군 또한 작년에 사고를 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하다가 발생한 사고였지만 사고비용은 오로지 이들 청소년들의 책임이었다. 배달대행은 산재보험법상 특수고용직에 해당하기 때문에 산재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사고가 나면 저희는 병원에 보내고 업체사장이 따로 합의한 뒤 사고비용을 청구해요. 구체적인 내역 같은 건 알려주지 않고 그냥 얼마가 나왔다 그러면 저희가 한 번에 갚을 방법이 없으니 배달비에서 까는 방식이죠. 그렇게 몇 번 사고가 나면 열심히 일해도 사고비용 때문에 오히려 빚만 남게 돼요. 그때부턴 일을 그만 두고 싶어도 다 갚을 때까지 반강제적으로 할 수 밖에 없어요.”

심지어 이 대행업체는 배달청소년들에게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까지 팔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무보험조차 가입되지 않은 위험천만한 오토바이지만 하루에 1만1000원의 대여료가 부담스러운 청소년들은 120만원 정도를 나눠 내면 본인의 배달오토바이를 가질 수 있다는 업체의 제안에 혹할 수 밖에 없었다. 윤군 또한 대여비를 아끼기 위해 업체에 오토바이 구매를 신청했으며 몇 달간의 고된 배달알바 끝에 마침내 구매비용을 완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고로 목숨을 잃었던 당시 타고 있었던 바로 그 오토바이였다. 

청소년 특수고용직 금지, 노동인권교육 강화 필요성 제기
윤군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함께 일했던 친구들은 모두 배달오토바이를 타는 일을 그만둔 상태다. 남아있던 빚은 윤군의 아버지 도움으로 모두 청산했다. 윤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사고수습이 정리되는 대로 해당 배달업체에 대한 법적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배달대행은 현행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산재보험은 고사하고 근로조건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방안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지양 노무법인 하나 대표는 “최근에 등장한 배달대행기사 같은 소위 ‘플랫폼 노동자’들의 경우 사실상 법제도 바깥에 존재해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차원의 전향적 노동정책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소년 배달대행 아르바이트에 대한 보호방안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양시청소년알바센터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고양시에서 청소년 배달대행과 관련된 노동상담 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3월 고용노동부에서는 청소년 배달대행과 관련해 관계부처와 함께 청소년 종합 근로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민선 고양시청소년알바센터장은 “배달알바 같은 특수고용직에 청소년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강력한 청소년 노동 보호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아울러 고양시 차원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노동인권교육을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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