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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이끌고 민관투자기관이 밀어주는 ‘살고픈 도시’<기획>일본 지방중소도시의 도시재생
  • 김진이 전문기자
  • 승인 2018.07.02 18:37
  • 호수 1377
  • 댓글 0

<사진제공 권상동 우리마을 상임이사>

역사도시·유네스코 창조도시 인정받은 지방도시
도시기능 고도화, 집약 정책을 공동체방식으로
신칸센 유치로 관광·상가활성화 기회 적극 활용
민관 투자기관(TMO), 도시재생·프로그램 운영


일본 이시카와현 현청 소재지인 가나자와시는 인구 46만 명, 세대수 19만 가구로, 2009년 일본 역사도시, 유네스코 창조도시로 인정됐다. 3개의 구릉과 대지, 2개의 하천, 작은 강들이 그물처럼 시가지를 연결하고 있어 자연과 전통이 살아있는 그림같은 지방도시다.  

도시 살리기 위해 시민 정주의식 높여
가나자와시는 전주시와 2002년부터 우호교류를 추진해 2017년에는 협력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가나자와는 일본에서도 드물게 400년 동안 재해나 전쟁을 겪지 않았다. 덕분에 전통적 도시경관이 그대로 남아있고 몇백 년 됐다는 건물을 도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역사적 건조물과 차, 전통악기, 문화, 금박공예 등은 가나자와시의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가나자와시의 마치즈쿠리(마을만들기)는 전통문화 보존과 미래의 도시집약형 개발·발전, 두 가지를 조화시키는 것에 중점을 둬 진행되고 있다. 1968년 전통환경보존 조례 등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최근에는 산사풍경보전, 야간경관형성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가나자와시 인구는 2040년 2~10% 감소하고, 2060년에는 7~25% 감소예정이다. 가나자와시는 인구를 늘리고 도시를 살리기 위해 도시기능 고도화, 집약도시 형성계획을 통한 고품질 도시로의 전환을 시도해왔다. 도시를 바꾸는 과정은 마치즈쿠리, 도시재생 방식을 선택했다.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도시의 매력을 확보해야한다. 도시 안에서 미래를 개척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시민들의 정주 의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가나자와시청 도시정비국 시키모토 과장은 시의 도시기능 고도화 사업을 맡고 있다. 가나자와는 시가화지역의 50%에서 5개년 도시재생정비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중심시가지 주차장 재배치 추진
“중심시가지의 문제점은 시간대별로 주차가 늘어나고, 교통이 혼잡하고, 도로가 좁기 때문에 재건축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과 두 가지 약속을 지키자고 했다. 보행자 전용도로를 확보하고, 상가 활성화를 위해 20년 목표로 계획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보행자전용도로 확보를 위해선 보행자전용도로에서 활력거점거리 밖으로 주차장을 내보내는 사업을 한다. 광범위한 면적에서 추진하며, 현재 주민들과의 워크숍을 준비 중이다.”

중심시가지 어디에서나 있는 주차·교통 문제를 주민들과 장기적 과제로 선정하고 마치즈쿠리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주차정책, 차없는 거리’를 정부가 공표하고, 시민들은 현수막으로 정책을 알게 되는 우리의 방식과는 분명 달라보였다. 

“주차장 재배치는 이것으로 완성된 게 아니다. 주민들 사이에서 주차장을 집약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심시가지에서 주차장을 빼내고 도보권 내에서는 200~300m 걸어 다니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최종적인 의견은 상점과 거리 안에 주차장이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심 상업지역의 주차장을 외곽으로 몰고, 보행권을 확보해 거리와 상가의 활성화를 꾀한 것이 바로 주자창 재배치 사업이다. 시키모토 과장은 이 사업이 시민들 스스로가 결정하고 제안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거주민들에게는 예외가 적용된다. 

가나자와 서쪽 지역은 도심축에 해당되는 거리로 수로를 정비하고, 전선 지중화사업을 통해 보행환경을 향상시켰다. 최근 주요상업지에서 보행자 통행량을 계산해보니 기복이 있었지만 상승 경향이 나타났다. 가나자와시의 순환버스는 시 내부의 혈관 역할을 하고,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코림보·무사시 중심거리 활성화 추진 TMO
마을조성, 마을만들기를 뜻하는 마치즈쿠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일본은 1998년‘특정비영리 활동촉진법’을 제정했다. 10명 이상의 비영리단체인 NPO(특정비영리 활동법인)를 지방자치단체가 인정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마치즈쿠리 3법이 제정됐다. 도시계획법, 중심시가지활성화법, 대규모 소매점포 입지법이 그것이다. 이 법에 따라 도입된 시스템이 TMO(Town Management Organization)이다. 지역 마치즈쿠리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일본에서는 지역 상공회의소, 공익법인, 지자체, 민간기업이 공동출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된다. 

가나자와시에서도 중심시가지 활성화를 위해 TMO가 만들어졌다. 무사시와 코림보 중심시가지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가나자와 상업활성화 주식회사다.  

“1998년 6월 구 중심시가지 활성화법이 제정됐다. 그에 따라 가나자와의 2개 중심지 무사시와 코림보 활성화를 위해 상공회의소, 대형 점포들이 머리를 맞댔다. 중요한 과제 해결을 위해 마치즈쿠리 TMO를 위해 활성화센터를 설립했다.”

시노다 타케시 사장의 설명이다. 자본금이 1억6000만엔, 투입자본이 4600만엔, 주주수는 29명인데 가나자와시가 50%, 중소기업, 대형점포, 금융기관 등으로 구성돼있다. 직원은 6명. 조직은 독립채산성을 가지고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보조금은 거의 없다. 

유휴지 활용 상업시설 프레고 운영
활성화센터가 추진하는 사업은 3가지다. 우선 상업시설인 프레고를 운영한다. 프레고는 중심시가지 내의 유휴지를 광역, 기초지자체 보조금을 활용해 2001년 완성한 상업시설이다. 점포공간, 광장으로 구성돼있는데 패션, 카페 레스토랑 등의 업체를 입주시켜 중심상점가의 거점 시설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땅은 토지주와 사용 용차지권 계약을 하고 있고, 건물은 점포, 건물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다. 

두 번째 사업이 가나자와 도심‘파킹 렛’이다. 코림보와 무사시에서 350개 점포 28개 주차장(2018년 1월 현재)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통 주차서비스권을 발행하는 사업이다. 가맹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가맹점을 이용하면 주차요금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12년 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 번째 사업으로 가나자와 쇼핑 라우나, 일명 도시버스다. 토요일·일요일·공휴일에 지역을 순회하는 버스다. ‘원코인’ 버스로 거리와 상관 없이 100엔, 어린이는 50엔이다. 외국인들도 이용하기 쉽다. 2007년 6월부터 무료 버스로 시작해 2008년부터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매년 약 34만 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10대, 20대 젊은 승객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이런 분석과 평가가 시의 활성화 사업에 다시 지표로 반영된다. 

“우리 주식회사는 이러한 3가지 사업만으로 독립채산성 경영을 하고 있다. 3개 이외의 다른 사업은 주식회사로 주주 배당은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최근 주력하는 것은 도심출점 서포트센터 사업인데 간단하게 말하면 도시지원 사업이다. 중심상점가와 대형점포들이 마치즈쿠리 활동가들과 함께 상가나 공간 임대차를 연결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양측에 지역 관련 마케팅 데이터를 제공하고 각종 상담에 대응하고 있다. 상담은 원스톱으로 한다.”

신칸센 방문 인구 유입 위한 ‘도심네비’
쇼핑맵,‘도심네비’사업도 하고 있다. 한국어·영어·불어·대만어·중국어 서비스가 가능하다. 신칸센 개통으로 유입된 방문객들이 지역 중심상점가로 유입될 수 있도록 만든 지도다. 홈페이지에는 지면지도로 표현이 어려운 상점의 상세 정보도 표현돼있다. 이 서비스는 2013년부터 시작했다. 총 22만 부를 발행했다. 한국어는 5000부, 영어는 3만 부. 일본어판은 18만 부다.  

2001년부터 도심 퍼포먼스 시어터도 추진하고 있다. 상점가와 대형 점포에서 아마추어 퍼포먼스 장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도심에 활력을 불러오는 이 사업에는 음악·미술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벤트를 사전에 등록해 행사를 여는 사람들도 다채롭다.

‘가나자와 키즈스테이지’는 어린이들이 춤이나 음악을 발표하는 무대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3세대가 즐기는 이벤트로 상점가와 대형점포들이 개최한다.

‘멋있는 옷을 샀을 때,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웃을 때, 울 때, 싸웠을 때, 사랑할 때 누군가 마음이 움직일 때 언제나 바람이 일고 있다. 우리 도시의 일을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면서 가나자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때로는 가끔은 마음 든든하게 바람을 보내고 싶다. 우리는 가나자와의 TMO입니다.’

가나자와TMO 팸플릿에 실린 글이다. 도시를 어떤 철학을 가지고 계획하고 만들어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시노다 사장에게 일본의 TMO들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나자와TMO가 유독 수익을 내면서 운영되는 이유를 물었다. 

“우리 회사를 만들 때부터 시가 50%를 지원했고, 수익이 나는 게 당연했다. 다른 지자체는 공영주차장을 단순위탁만 받고 있다. 우리는 가맹점과 이용자 모두 주차요금 형태로 받으면서 가맹점과 이용자 모두가 원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버스사업의 경우 100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에도 흑자가 나고 있다. 대표가 직접 발로 뛰면서 버스 광고를 유치하고 있다. 광고비만으로도 수익이 나고 있다.”

상황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몇 명 안 되는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도시쇠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마치즈쿠리 방식의 접근. 도시 활성화를 위한 선택적 개발전략. 큰 전제를 장기 과제로 선정하고 시민들과 100% 열린 논의. 추진주체로 만들어진 민관 거버넌스 조직인 TMO. 도시재생 정책 과정에서 풀어야할 보존과 개발, 편리함과 가치의 조화. 문제해결의 출발과 열쇠가 되어주는 법과 정책. 일본 도시재생에서 봐야할 것들을 단어로 정리하면 대충 이 정도다. 그러나 비슷해보이면서도 전혀 다른 숙제들을 각각의 지방자치단체, 민간들이 풀어나가는 과정은 일본 지방도시의 알 듯 말 듯한 차이처럼 다르고 흥미로웠다. 성곽과 해자, 하천 사이 구불구불한 거리를 앞으로 좀 더 걸어봐야할 것 같다.


 

김진이 전문기자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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