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들 “휴게시간 대체인력 마련돼야”

[고양신문] 그동안 요양보호사들의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악용해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요양시설기관들의 ‘휴게시간 임금공제’ 관행에 제동을 거는 법원 판결이 나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판사 강영기)은 지난달 20일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민간요양원을 운영하는 A씨에 대해 요양보호사 김모씨 등 2명의 임금 약 355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작년 경 해당사건에 대한 고용노동부 고양노동지청의 고발로 약식 기소됐으나 이에 항소해 정식재판으로 치러졌다. 이번 판결은 요양보호사들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첫 사례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 등 요양보호사들은 2013년 12월 25일부터 2015년 2월 28일까지 오전 9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 24시간 근무했다. 해당 요양보호사들은 시간대별로 근무와 휴게를 반복하는 교대제 형태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으며 요양원 측은 휴게시간 7시간과 식사시간 등을 제외한 나머지 근무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들은 야간휴게시간이 실제로는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며 해당시간에 대한 요양원 측의 임금체불을 주장한 것.

요양원 측은 요양보호사들이 사용자의 지시나 감독이 없는 야간휴게시간을 실제로 보장받았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작업시간 도중에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놓여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며 요양보호사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시간대별로 야간근무조를 편성하긴 했지만 실제로 요양보호사들은 입소자들의 방 앞에 함께 모여 휴식을 취하다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각 조치에 나섰다는 점 ▲휴게공간이 근무장소와 분리된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업무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며 야간에 자유로운 외출이 불가했다는 점 ▲야간에도 입소자들의 배변처리나 난동이 발생할 경우 근무 중인 1명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점 ▲해당 요양원 내 휴게실이 실제로는 탈의실로 사용됐다는 점 등을 들어 이같이 판결했다고 밝혔다.

노동계와 요양보호사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한성영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고양파주위원장은 “휴게시간은 사용자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그동안 요양보호사들은 쉬는 시간에도 일을 하기 위한 대기상태로 있어왔다”며 “이러한 요양보호사들의 휴게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이야기했다. 한 위원장은 아울러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휴게시간에 실제로 쉴 수 있도록 하는 대체인력 도입 등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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