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사람들> 이윤희 ‘담주화분-들꽃나드리’ 작가

[고양신문] “야생초에 마음을 사로잡혀 10년 넘도록 식물에 어울리는 화분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라고 하는 이윤희(63세) 작가.

서오릉 지하차도 끝나는 지점 SK충전소 뒤 창릉천변 뚝방 너머는 고양시지만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아 이런 곳이 여기에 숨어 있었구나’하는 감탄사를 쏟아내게 한다.

이곳은 이 작가가 13년째 취미공간을 너머 전문가의 손길로 도예작가의 솜씨를 한가득 담은 자연 속 도예전시장이다.

‘담아주세요’라는 뜻이 담긴 ‘담주화분’ 들머리에는 잠시 창릉천에서 놀러온 듯한 둥그런 머릿돌이 반긴다. 이어서 무늬인동초가 늘어진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비닐하우스와 앞뜰에는 솔잎도라지, 황금 쎼라토스 시그마, 솔채, 금봉화, 왕관골무꽃, 좀꿩의 다리, 노랑꽃 삼지구엽초, 좀비비추 등 수천 종류의 야생초들이 제각각 모양이 다른 멋스런 화분에 심어져 어여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넨다.

이윤희 작가는 “처음엔 야생초가 주는 소소한 아름다움에 행복을 느껴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화분이 꽤 비싸서 아예 공방을 찾아가서 수강을 했다"라며 도예 입문 계기를 소개했다.

이 작가는 13년 전 고양시 두 군데를 비롯해 김포, 부천 등에 있는 4명의 도자기 대가들을 직접 찾아가 배웠다. 그때 배운 기본을 바탕으로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해 자신만의 색, 모양과 질감의 작품을 완성했다. 수십 번의 반복된 연습의 결과였다.

2000년도쯤, 알뜰한 남편의 도움으로 지금의 도예전시장 부지 2000여 평의 땅을 구입해 손가락 크기만한 소나무 묘목 1500주를 주변에 심고, 비닐하우스를 짓고 도예공방을 만들었다. 

이 작가의 손길이 닿은 분마다 심은 다양한 야생초들로 이곳 비닐하우스와 앞뜰은 마치 식물원을 보는 듯 싱그럽다. 흡사 보라색 종이 대롱대롱 매달린 것같은 공방 입구의 보랏빛깔 '종으아리'가 드나드는 이들을 반긴다.

이 작가는 “된장 담는 항아리만 숨쉬는 게 아니라 담주화분도 숨을 잘 쉬어서 분을 쏟았을 때 노란 뿌리가 화분 벽 안으로 모두 박힐 정도로 통풍이 잘 된다”고 설명했다.

이곳 야생초 분들은 거친 조합토, 돌가루(샤모트) 등을 사용해 '전기 환원 가마'에서 굽는다. 이렇게 구운 화분은 빛깔이 오묘하다. 때로는 초벌구이 후 왕겨를 태워 굽는 라꾸(일본기법) 방식으로 굽기도 한다. 화분 모양도 독특하다. 어떤 것은 황제 고분에서 나온 듯 신비롭고, 탄피 모습의 흥미로운 화분도 있다. 

“좋아하는 야생초에 둘러싸여 도예를 빚는 하루하루가 그저 감사하다”는 이 작가는 도예를 배우기 전엔 보석디자이너로 오랫동안 일을 했다. 그러다 친정과 시댁 부모님 병간호를 위해 퇴직했다. 지난해에 작고하신 친정아버지까지 모두 네 분을 지극정성으로 수십 년 모시다가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이 작가는 “자투리 시간에 야생화와 도자기를 만지는 취미를 가졌던 게 부모님들을 모시는 데 큰 힘이 됐다"라며 "이젠 도예에 관심과 감각을 가진 아들과 딸같은 며느리가 있어 더 든든하다"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 작가는 10년 넘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남편 예광수 작가와 ‘조선 도자회 9인전’을 갖는다. 이때는 특색 있는 도자기전시뿐만 아니라 ‘만원의 행복’이라는 생활도자기도 함께 전시 판매할 예정이다. 8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어울림누리 미술관에 들르면 이들 부부의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다. 

인생의 동반자이자 동료작가인 남편이 듬직하다는 이윤희 작가는 “마음 한켠에 간직한 야생화와 도자기가 있는 그림 같은 찻집을 꾸미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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