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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화’로 들여다 본 부모세대의 삶노명우 사회학자 '마을학교' 특강
  • 정미경 전문기자
  • 승인 2018.07.12 17:34
  • 호수 1379
  • 댓글 0

저서 『인생극장』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 조명
"아버지ㆍ어머니 세대에 바치는 이야기"

 

(사)마을학교에서 강연을 마친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 교수


[고양신문] “권력자가 아닌 평범한 보통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심정이나 자신의 인생에 대해 말할 기회가 없었어요. 자신의 인생은 별게 아니어서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죠. 기록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기록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지난 10일, 설립 10주년을 맞은 (사)마을학교(이사장 이승배) 주최로 덕양구청에서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1960년대 후반에 태어난 노 교수의 아버지는 1920년대, 어머니는 1930년대 생이다. 아버지가 3년 전에, 어머니마저 2년 전에 돌아가신 후 노 교수는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를 계기로 영웅이나 위인이 아닌 보통의 ‘그저 그런’ 사람이었던 부모의 자서전을 쓰기로 결심했다.

올해 1월 그는 『인생극장』이라는 책을 통해 아버지와 어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부모님은 엄청난 격동의 시기인 우리나라 현대를 온몸으로 살다 가신 분들이지만 자료는 부족했다. 자서전을 쓰기 위해 그는 대중영화를 활용했다. 강연에서는 책에 소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수업료, 집 없는 천사, 오발탄, 마부 등 영화 속 많은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그는 JTBC ‘김제동의 톡투유’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저서로는 『인생극장』, 『팽목항에 불어오는 바람』, 『세상물정의 사회학, 세속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등이 있다. 강의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지난 10일 덕양구청에서 강연 중인 노명우 교수와 청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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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극장』을 쓰게 된 배경

부모님이 1년 2개월 차이로 돌아가신 후 인간의 인생이란 뭘까, 부모님 세대의 인생을 어떻게 봐야 할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들의 삶을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책 『인생극장』을 썼다. 1차적으로는 내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부모님과 동시대분들의 이야기다.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젊은 나이에 한국전쟁을 겪었고, 50년대 전후 원조 달러 경제하에서 20-30대를 보냈고, 60·70년대 고도 성장기에 중·장년기를 보내면서, 베이브 부머들을 낳은 부모세대의 사람들이다. 한국의 현대사를 영웅이나 정치 지도자의 관점이 아닌 우리 부모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2가지

선택할 수 없지만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2가지 중 하나는 가족이다.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가족은 계급이 재생산되는 통로다. 예를 들어, 부모가 돈을 가지고 있으면 자식에게 물려진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또 하나는 언제 태어나느냐이다. 능력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 능력을 얼마만큼 발휘할 수 있는가는 언제 태어났는가에 따라 다르다.

유언도 남기지 않고 떠난 부모님

부모님은 유언도 남기지 않고 돌아가셨다. 사진 몇 장을 남겼을 뿐 자료가 거의 없었다. 부모님이 유년기와 사춘기를 보냈던 현장 답사를 했다. 그곳에서 역사적 기록과 부모님의 증언을 크로스 체크했다. 옛날 영화 중 실제적인 사회 관행을 보여주는 상업영화를 참고했다. 그를 통해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왜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았는가를 알 수 있었다.

식민지 시대 전·후로 사회적 환경이 급격히 변화했다. 이전까지는 일본어를 잘해야 했는데, 이제는 영어를 잘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거리에 영어간판이 보이고 달러로 부가 표현되는 시대였다. 아버지는 사진기사로 캐나다 군인을 대상으로 돈을 벌었다. 이후 미군을 상대로 양공주(양색시) 장사를 하는 ‘레인보우 클럽’을 운영해 엄청난 달러를 벌었다. 지금 사회학자가 되고 사회학 교수가 된 것도 양공주를 통해 쌓은 부모의 부 덕분이다.

무수히 많은 부모님들에게 바치는 책

우리를 만든 기원은 1950년대 혹은 그 이전 부모세대의 인생과 연결된다. 부모들의 삶의 태도나 세계관을 받아들일 수 없고 인정할 수는 없더라도 이해할 필요는 있다. 부모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옛날 영화를 같이 보면 된다.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그들 각자의 인생을 회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책을 쓰기 위해 식민지시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영화 150여 편을 봤고 책에 98편을 사용했다. 인생극장은 나의 부모님에 관한 책이자 그들과 동시대를 살았던 이 세상의 무수히 많은 아버지와 어머니, 혹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한 책이다.

 

'인생극장' 강연 후 책에 싸인 중인 노명우 교수

 

부모의 삶을 이야기 하는 노명우 교수

 

정미경 전문기자  gracesoph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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