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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개구리 잡으려다 물고기 떼죽음물빼기 작업으로 어류 등 수생태 파괴
  • 이성오 기자
  • 승인 2018.07.20 10:28
  • 호수 1380
  • 댓글 2
남아 있는 작은 물웅덩이에선 물고기 사체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황소개구리 올챙이 잡는다며
삼송동 덕수공원, 물빼기 작업
물 빼자 어류 등 수생태 파괴
물고기 사체로 산책길 악취 진동


[고양신문] 고양시 환경보호과가 생태교란종인 황소개구리를 잡기 위해 연못(삼송동 덕수공원)의 물을 뺐는데, 실수로 너무 많은 물을 빼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공원관리과에 물을 빼달리는 요청을 하면서 어느 정도까지 뺄지에 대해 정확한 소통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일이 벌어졌음에도 큰일이 아니라는 듯 너무도 태연한 시 당국에 있었다. 공원의 물을 빼기 시작한 것은 13일부터다. 2~3일에 걸쳐 물이 빠졌는데도 관리감독을 해야 할 주무부서인 환경보호과 직원이 현장에 나가지 않고 전화로만 업무협조를 부탁하면서 실제로는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와 같은 민간인들이 물빼기 작업을 주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환경보호과 관계자가 현장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한 사실을 확인한 것은 연못이 바닥을 드러낸 지 2~3일이 지난 후였다.

주민들도 크게 놀랐다. 갑자기 물이 사라지고 연못 바닥에 물고기들이 죽어있자 고양시에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한 주민은 지난 22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큰 메기와 잉어, 붕어, 누치 등 수백 마리의 물고기들이 바닥에 죽어있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물고기 사체가 너무 많아서 썩은 냄새로 산책로를 지나기 힘들 정도였다. 눈에 보이는 물고기만 수백 마리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치어 등 작은 수중생물까지 합치면 수천 수만 마리의 생물이 죽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빼기 작업으로 덕수공원 연못이 바닥을 드러냈다. 바닥에는 죽은 물고기들이 널려 있었다. 15일 촬영 <사진=독자제공>

이런 민원이 며칠간 지속됐지만 시 관계자들은 황소개구리 잡는 데만 혈안이 돼서 물을 다시 채워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취재가 시작된 18일, 고양시 환경보호팀장은 “내일(19일)은 남아 있는 물을 더 빼고 통발을 설치해 황소개구리(올챙이)를 잡을 계획”이라고까지 말하며, 물빼기 작업 이후 황소개구리 올챙이들을 많이 잡았다는 식의 설명을 하는 데 치중했다. 물고기들이 많이 죽어 악취가 발생해 민원이 있지 않냐는 질문엔 “새들이 먹어서 지금은 사체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투였다.

물을 다시 채울 생각이 없었던 고양시는 취재가 시작되자 취재 당일 급하게 양서류 전문가를 섭외해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현장을 찾은 김종범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장은 “이렇게 대대적인 물빼기 작업으로 황소개구리를 잡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방식의 작업은 수생태계를 전반적으로 망가뜨리기 때문에 토종개구리의 먹이까지 다 죽일 수 있다. 황소개구리의 포획시기와 방법 등을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19일 고양시 공무원이 통발에서 황소개구리 올챙이와 함께 잡힌 물고기를 인근 하천에 풀어줬지만, 수량이 부족하고 날이 뜨거워 통발에서 이미 폐사한 상태였다.
누치 사체.


박평수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물빼기 작업 후 2~3일간 잡은 황소개구리 성채가 3마리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 말이 되냐?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황소개구리를 잡는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했다. 개구리 3마리 잡으려고 수많은 생명을 죽인 사건”이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김훈래 신도동 주민자치위원장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상식적인 선에서 일이 처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9일 현장에 모인 전문가와, 주민, 공무원들은 연못의 수생태계를 빨리 회복하기 위해서는 물을 다시 채우는 것이 맞다고 합의하고 곧바로 펌프를 이용해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고양시 환경보호팀장은 “황소개구리를 잡는 일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앞으로는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다른 생물들도 고려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평수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공동대표는 “항상 문제를 만들어 놓고 사후에 대책을 논하게 된다. 이런 사건들이 반복되면서 고양시의 환경관련 정책들이 신뢰를 잃고 있다”면서 “황소개구리와 같은 생태계 교란종은 조급한 정책으로 일시에 없애겠다는 생각보다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으로 일을 처리해 가야한다”고 말했다.

 

고양시 환경보호과가 황소개구리를 퇴치한다고 걸어 둔 안내문.
넒은 연못의 물이 거의 다 빠지고 작은 물웅덩이만 남았다. 웅덩이에는 이미 죽은 물고기 사체도 떠다녔다. 무더운 날씨 탓에 얕은 웅덩이에 모여 있던 남은 물고기마저 생명이 위태로워 보였다. 수면 위로 입을 벌리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백로 등의 새들이 무리를 지어 물웅덩이에 모여 들었다.

 

 

이성오 기자  rainer4u@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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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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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엽 2018-08-03 15:37:44

    좋은 기사입니다!!!   삭제

    • 정인완 2018-07-21 09:14:18

      기자님! 찜통같은 무더위에 취재하신다고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고양신문의 올바른 보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자연을 인위적으로 컨트롤하는 것부터가 환경재앙으로 인간에게 돌아올수 있다는걸 알아야 합니다.
      시청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이 결국은 생태계파괴로 수많은 자연산 물고기를 떼죽음으로 몰고갔다는 사실이 시민의 한사람으로 부끄럽기 그지없네요! 고양시가 백만도시라고 수많은 프랑카드의 자랑이 더욱 부끄럽게 만듭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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