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범이와 아버지의 슬픈 사연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의 간만 있으면 아버지가 건강하게 예전처럼 우리와 행복할수 있을거란 생각으로 어떤 망설임도 없이 수술에 임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됐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가족이 아버지의 건강을 되찾아 드리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을 했기 때문에 후회스러움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고등학교 2학년인 어린 학생으로만 생각했는데 다시 찾은 이준범(백양고 2년)군의 모습은 너무도 대견하고 의젓했다. 기말 고사를 앞두고 친구들은 공부에 열중할 때 준범군은 20여일을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간경화 말기로 간 이식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처한 가장을 위해 아내와 아들이 절반의 간을 떼어 가장을 살리기로 한 것이다.

아버지는 아직 어린 아들에게 수술을 시키는 일을 망설였지만 이군의 효심어린 간청으로 아버지도 설득을 당하고 말았다. 이군은 20시간이 넘는 긴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두사람이 동시에 간을 기증한 경우는 흔치않은 사례로 우리나라에서 두번째이고 이준범 학생은 최연소 간이식 수술에 기증자가 됐다. 하지만 너무도 안타깝고 가슴이 아픈 것은 수술 후 힘들게 견뎌주던 아버지가 20일만에 돌아가신 것이다. 이군은 병원에서 상주가 됐다.

이제 엄마와 중학교 2 학년인 여동생을 아버지 몫까지 해서 사랑하고 아껴주며 돌보아야 하는 한 가정의 울타리이자 가장아닌 가장노릇을 해야 하는 준범이의 앞날에 이제 더이상 어두운 그림자가 없기를 기대하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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