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고양포럼>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이 지난 16일 고양시를 방문해 '남북관계'에 대해 강연했다.


[고양신문]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전 통일부 차관)이 ‘남북관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고양시를 찾아 강연을 펼쳤다. 지난 16일 일산동구청에서 열린 고양포럼에서 이관세 소장은 “지금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고, 가야할 길을 가고 있다”며 “국민들의 뜻을 모아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 북한이 경제제재를 당하는 지금도 남한이 준비해야할 남북교류 준비는 다양하다”며 “단계적으로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강연내용을 요약한다.


일관성 없는 통일정책은 성과 없어

북한은 1962년부터 경제·군사 병진노선을 견지해왔고, 최근까지도 경제·핵 병진노선을 유지해왔다. 북의 노선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북한의 입장에선 주한미군이 걸림돌이다. 결국 미국과의 대화가 중요했다. 남한과 북한은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이 맞물리며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남한의 정권이 바뀌면서 냉전과 평화모드의 굴곡 속에 냉·온탕을 오갔을 뿐이다.

남북관계의 진전이 없었던 이유를 남한 정부에서 찾는다면 ‘일관성 부족’이 가장 크다. 크게 진전된 협상도 다음 정부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평화모드가 냉전모드로 갑자기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국제관계, 특히 남북관계는 일관성 없이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 통일은 장기적으로 꾸준한 준비가 필요하다. 다음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야한다.

지금 남북과 북미 사이에선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북미 장성급 회담이 9년 만에 열렸다. 그것도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있었다. 이런 엄청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 이미 남북, 북미정상회담을 겪었기 때문에 이런 일은 큰 뉴스로 다뤄지지도 않는다.

현재 북한은 경제·핵 병진노선에서 사회주의 경제노선으로의 올인을 선언했다. 전제 조건은 체체보장이다. 북한이 이 불안요소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협상국들이 서로에게 어떻게 믿음을 주느냐도 중요해졌다.
 

16일 일산동구청 강당에서 열린 고양포럼.


북한, 미국과의 수교가 최종 목표

북한 문제는 불신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불씨는 각 나라마다 여전하다. 북한은 물론 미국, 한국, 중국 내에도 ‘아직은 믿을 때가 아니다’라는 불신의 기운이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미국 내 입장이 중요하다.

북은 최종적으로 미국과의 수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야만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제안전보장에 대한 서로의 신뢰가 구축돼야 한다. 이후 수교(관계 정상화)와 함께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되면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 미국과의 수교 없이는 정상적인 경제국가로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북도 알고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돈도 빌려야 하고, 첨단기술도 들여와야 하는데 현재 그것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런 문제들을 북한은 미국과의 수교로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요한 점은 북한이 이미 방향을 선택했고 이 길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중국의 입장이다. 지정학적으로 중국은 전략적으로 북한을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국 간의 힘겨루기가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가 중요하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국제관계가 복잡해질수록 국내 대북정책에 대한 목소리는 하나로 통일돼야 한다. 여야가 함께 뭉쳐 일사분란하게 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대북정책에 대한 일관성 또한 중요하다. 강대국들의 개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북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남북관계 개선이 빠르게 진전돼야 한다.


“기회 살리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남한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통일을 위한 준비는 너무 많다. 제재가 풀릴 때까지 기다려선 안 된다.

비핵화와 함께 제재가 단계적으로 풀릴 것을 대비해 남북교류를 다양한 방면으로 할 필요가 있다. 철도·도로는 지금 당장은 못하지만 준비는 해둬야 한다. 체육과 산림 등 사회적 교류는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교류를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 각 분야별로 어떤 협력이 가능한지 미리 계획을 세우고 협상을 진행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민간과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북한의 실태를 언론이 정확히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북한은 내부적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그 변화를 알아야 우리도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 감성적인 통일 구호로는 통일을 맞이할 수 없다. 꾸준하고 장기적이고 치밀한 준비로 통일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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