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신동 소만6단지, 17개 초소 34명 경비원 혜택

▲ (사진 왼쪽부터) 서재기 관리소장, 19년간 같은 동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조연용 경비반장, 김은희 입주자대표회의 총무. 머리 위로는 이번에 설치한 벽걸이 에어컨이 보인다.

[고양신문] “경비초소가 찜통이라 한낮엔 초소 밖에 나와 나무그늘을 찾아다녀야 했는데, 이젠 일할 맛이 납니다. 주민들께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 경비반장

“에어컨을 설치한 후로 경비원분들의 얼굴도 밝아지고 더 활동적으로 일하시는 것 같아요. 미리 설치해드리지 못해 오히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 주민

찜통더위를 이겨내기 힘든 이번 여름, 경비원들을 위해 에어컨을 설치하고 있는 아파트들이 늘어나고 있다. 덕양구 행신동 소만마을6단지도 지난 21일 17개 경비초소에 에어컨을 모두 설치했다. 이곳 입주민들은 무더운 여름을 견뎌야 할 경비원들의 건강이 걱정돼 초소마다 에어컨을 설치하는 주민투표에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 6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먼저 에어컨 설치 의견이 나왔고 곧바로 찬반동의를 주민들에게 묻는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주민들은 각 동 입구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1602세대 중 1236세대(77.2%)가 찬성해 이번에 에어컨을 설치하게 됐다.

안정희 입주자대표회장은 “우리 아파트는 장기근속자가 많아 경비원들의 연세가 다른 단지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주민들 중에 경비원들의 건강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 작년부터 초소마다 에어컨을 달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제야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재기 관리소장은 “경비초소가 현관입구에 돌출돼 있다 보니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이면 선풍기로는 더위가 감당이 안됐다”며 “에어컨이 경비원들의 근무의욕을 고취시키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경비업무 특성상 24시간 2교대 근무하시는 것도 기본적으로 힘든 직업인데 매해 여름마다 더위에 너무 고생하셨다. 정원 작업 등 외부 업무를 하고 잠깐 쉬는 시간에라도 근무지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시면 피로회복도 빨라 업무효율도 좋아질 것”이라며 “경비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면 입주민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소만6단지에서 경비원 일을 19년째 이어오고 있다는 조연용(74세) 경비반장은 “같은 동 같은 초소에서 19년 동안 근무하다보니 경비초소가 내 집만큼이나 중요한 공간이었는데, 이렇게 살림살이가 하나 늘어 너무 좋다”며 “가족처럼 대해주시는 주민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에어컨을 설치하는 데 든 비용은 총 610만원 정도. 6평형의 소형 벽걸이 에어컨이지만 초소가 그보다 작아 용량은 충분하다. 에어컨 구매‧설치비용도 최소화해 입주민들의 부담도 줄였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소가 부지런히 여러 업체들을 가격 비교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설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계산해보면 세대 당 3850원만 부담하고 경비초소에 에어컨을 설치한 셈이다. 동 대표들은 “커피 한잔 값으로 경비원과 주민들이 모두 만족하게 됐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소만6단지는 에어컨 설치 외에도 경비원들에 대한 대우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최저인금 인상으로 올해 초부터 경비원 수를 줄이거나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단지도 많았지만, 소만6단지는 34명의 모든 경비원들이 인원과 근무시간 변경 없이 올해도 그대로 일하고 있다. 임금은 작년에 비해 10여 만원 올랐다.

안정희 입주자대표회장은 “정부로부터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받고 있어 경비원들의 임금인상분은 관리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주민들이 수년간 함께한 경비원들을 떠나보내는 것에 대부분 동의하지 않아 지난해 말 이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연용 경비반장은 “19년간 같은 동에서 일하다 보니 입주민 중에는 초등학생이던 꼬마가 이젠 애 엄마가 돼서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가족같이 살펴주시는 주민들이 있어 이번 여름은 더욱 시원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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