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아시아의 친구들', 시리아 출신 압둘 자합 초청토론회 개최

24일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열린 난민문제 토론회에 참석한 난민지원단체 '헬프시리아'의 사무국장 압둘 와합씨.

최근 예멘 출신 난민 500여명의 제주도 입국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난민문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에서도 난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고 연대를 도모하기 위한 작은 토론의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고양시 시민단체인 ‘아시아의 친구들’은 24일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왜 우리는 난민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그동안 다른 나라의 문제로만 여겨오던 난민문제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지역 차원에서도 난민들과의 연대를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사전행사로 시리아내전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화이트헬멧’이 상영됐으며 이어 김대권 아시아의친구들 대표와 함께 시리아 출신 최초 유학생이자 난민구호단체 헬프시리아 사무국장인 압둘 와합 씨<사진>가 함께 난민문제를 주제로 한 대담을 진행했다. 이날 내용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해봤다.

이번 예멘난민 이슈는 작년 화두가 됐던 시리아난민보다 더 낯선 문제인 것 같다. 이들이 왜 한꺼번에 한국에 오게 되었을까.

두 나라 모두 내전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원인은 비슷하다. 예멘의 경우 민주화운동인 ‘아랍의 봄 ’이후 정권교체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동맹군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과 후티 반군 간의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들은 어느 곳을 지지하던 모두 난민이 되어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 일부 난민들이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다가 90일 체류기간이 만료되자 자의반 타의반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던 제주도로 넘어오게 된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난민 대다수가 젊은 남성들이라는 점을 들어 난민이 아닌 취업목적으로 온 사람들이라는 주장을 하는데

난민은 모두 굶주리고 다친 모습일 것이라는 것은 일종의 환상이다. 본인이 원하지 않은 상황 때문에 떠난 사람들 모두가 난민이다. 시리아 경우만 보더라도 집이 폭격당해 몸만 겨우 챙겨서 떠난 사람도 있지만 위험을 느끼고 미리 탈출한 사람도 있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제 가족들도 난민이다. 남동생이 가장 먼저 탈출했는데 왜냐면 젊은 남자는 정부군이건 반군이건 모두 징집대상이기 때문이다. 내전에 휩싸이고 싶지 않아서 떠난 것이다. 징집문제 뿐만 아니라 먼저 타국에서 터를 잡게 하고 가족들이 나중에 합류하려는 이유도 있다.

난민들이 들어오면서 범죄율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실인 부분도 있고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어서 애매하다. 유럽의 경우 실제로 난민들이 저지른 범죄가 있긴 했지만 난민 때문에 범죄율이 증가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오히려 난민 중 한명이 문제를 일으키면 그 집단이 도매급으로 묶이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16년 독일에서 성폭행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언론에서 시리아 난민들이 저지른 범죄로 몰아갔다. 하지만 경찰 수사결과 범인은 시리아 사람이 아니었다. 문제는 여론재판을 통해 이미 시리아난민들이 성폭행한 것으로 몰아갔고 2달 뒤 사실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편견은 여전히 남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난민집단이 낯설고 두려운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난민 모두가 범죄자인 것은 아니지 않느냐.

난민 대다수가 이슬람 국가에서 넘어왔기 때문에 한국이 무슬림화 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지나친 우려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이미 살고 있는 무슬림의 수가 15만명 정도다. 하지만 출신국가도 다양하고 교리 또한 제각각이다. 이들이 단일한 목표를 가지고 한 나라를 이슬람화 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런 걱정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외국에 한국교민들이 많이 산다고 해서 그 나라를 강제로 한국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한국사람들 중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난민들을 받으면 안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제기준으로 따지면 적어도 난민들에게 기초생활비가 제공되어야 하고 그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까지는 마련해줘야 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난민들은 정부지원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살고 있다. 한국의 난민제도가 제일 까다롭고 제일 보수적이고 제일 지원체계가 취약하다. 난민신청만 받아만 주고 알아서 살아남도록 방치하는 시스템이다. 건강보험도 되지 않아 병원비도 많이 낼 수밖에 없고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한국 사람들이 하지 않는 힘들고 궂은일 만 찾아서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난민들도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왜 한국 사람들이 난민을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일은 70년 전 한국에서 벌어졌던 일이고 이미 경험했던 일인 걸로 알고 있다. 난민들이 바라는 것은 물질적 지원 이런 것들이 아니다. 먼저 우리 손을 잡아주고 우리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것 뿐이다. 처음에는 왜 우리 아픔을 공감해주지 않고 오히려 반대하는 걸까 실망도 많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공감해주고 함께해주는 한국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아 지금은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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