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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마을’ 우리도 가능할까공공·기업·시민이 ‘함께·천천히’가야 가능
  • 김진이 전문기자
  • 승인 2018.07.27 20:10
  • 호수 1379
  • 댓글 0
나고야시는 본청과 현재 시청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는데 본청이 일본 정부 지정 문화재다.

“거리가 너무 깨끗한 거 아냐?” “대부분의 TMO(민간투자기관)들이 다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데 이곳만 제대로 되는 이유는 뭘까?” “결국 사람의 문제인가? 일본의 지방도시, 인구 절벽, 고령화, 다 같은 조건인데 이 도시들만 도시재생이 성공적이라 평가받는 이유는 뭘까?” “지방자치의 역사가 고스란히 도시재생의 성과로 이어진 건 아닐까.”

포브스 재팬 기자가 본 ‘멋진 마을’

5박6일 동안 일본의 지방소도시 도시재생 연수 팀은 매순간 진지하고 수다스러웠다. 거리에서, 재래시장에서, 시청의 브리핑이 끝난 이후. 각각 선 자리에서 평가하고, 궁금해 했다. 국토부, LH 담당자에 대한민국의 손꼽히는 도시재생 활동가들을 한자리에 모았으니 당연한 분위기다. 저녁 일정이 끝나고, 뒤풀이 이후까지도 고민은 이어지고, 한국과 일본의 정책, 현실은 끊임없이 비교됐다. 물론 결론은 나지 않았다. 

포브스 재팬 후지요시 마사하루 기자가 쓴 『이토록 멋진 마을』의 후쿠이시. 책 한 권으로 북유럽 어느 마을처럼 주목받았던 후쿠이는 사실 여느 중소도시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우리나라와도 가까워 한일 교류의 거점 역할을 하며 성장해온 도시이다. 에도시대 만들어진 성벽과 해자, 물을 매립하면서 형성된 중심시가지. 중심부를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상업지역. 행정구역이 확대되면서 시가화예정지역이 넓어지고, 행정의 고민도 커진 도시. 서울의 위성도시로 확장된 고양시의 고민과 닮아있다. 

나고야 사카이지역에서는 민간의 사회적 실험으로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하고, 자전거 나눔 사업도 하고 있다.

‘도시재생 긴급 정비사업으로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공공 서비스 확대,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자동차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도시로의 전환’ 

많이 들어본 목표다. 여기에 후쿠이시는 중심시가지의 목표를 ‘만남, 생활, 놀이를 만족시키는 현 중심 시가지’라 잡았다. 후쿠이의 매력인 역사와 음식을 중점 사업으로 중심 시가지를 활성화하겠다는 것. 목표에 따라 계획의 수치 목표는 1기 방문자가 편한 환경만들기, 거주인구 증가, 걸어보고 싶은 매력률 높임이었다. 2기는 만나는 사람 증가, 생활하는 사람 증가, 노는 사람 증가이다. 

생활하고, 노는 사람 증가가 목표

후쿠이시는 도시가치를 높이기 위한 재개발 사업에 공공이 지분참여를 통해 개발을 촉진하고, 민간인 마치즈쿠리 회사가 사업을 주도하도록 주선·지원한다. 이런 취지의 입지적정화 사업에 예산을 투여하는 것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은 없을까.

“지금 일본의 사회문제에 시민들이 더 깊이 공감하기 때문에 중심 시가지, 인구 집중 지역에 예산을 투자하는 것에 불만은 없다.”

답변은 간단하다. 문제를 시민들이 먼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불만이 있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수 일행이 가장 마지막으로 머문 도시는 나고야시다. 인구 230만 명으로 일본의 4번째 도시다. 제조업이 주요 산업으로 바로 옆 도시에 도요타 자동차가 있다. 나고야시는 본청과 현재 시청으로 나누어 있는데 본청이 일본 정부 지정 문화재다.  

나고야시는 개통이 예정돼있는 중앙신칸센을 중심으로 한 개발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신칸센을 이용하면 도쿄에서 나고야까지 1시간 40분, 리니어신칸센이 개통하면 40분 가량 걸린다. 도쿄와의 1일 생활권 시대에 대응해 나고야시는 첫째는 국제경쟁력 강화, 두 번째는 도시의 매력을 어떻게 향상시킬까, 세 번째 어떻게 하면 재해에 강한 도시를 만들 것인가를 과제로 잡고 있다. 많은 대도시가 안고 있는 공통과제이기도 하다. 리니어신칸센 개통은 어쩌면 나고야시가 안고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할 수도 있다. 나고야시의 전 부서가 사활을 걸고 세 가지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 

용적률 완화, 세제 혜택 원칙은 공공성 
도시재생 관점에서 나고야시는 이것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을까. 일본 도시재생은 민간에 활력을 주자는 것이 큰 목적이다. 민간에서 도시재생을 잘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도시재생 긴급정비구역이다. 나고야 시내에는 건축한 지 40~50년 된 건물이 많다. 재건축 수요는 많지만 용적률 완화 없이는 사업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도시재생을 활용해 추진하고 있다. 

민간 개발에 대한 지역과 특혜의 기준은 공공성. 백화점 1층을 통로나 도로로 활용하는 사례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도시재생 특별지구로 지정하면 도시계획 특례로 용적률 완화를 하거나 용도지역을 새롭게 지정할 수 있다. 나고야시는 도시를 도시재생 특별지구, 시가지재개발사업지역, 우량건설 지역, 긴급정비구역으로 나눠 관리한다. 우량건축물 사업은 법정 사업이 아니고 민간이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민간 개발의 경우 국비지원, 세제혜택을 주는데 다 특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나고야시가 협의해서 공공성이 있다고 판정이 되면 특별조치법상의 특례혜택을 준다. 예로 나고야시는 역주변 통행량이 많지만 보도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이 재개발할 때 건물 내에서 길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나고야시 주택도시국 가게가와 오사무 계장의 설명이다. 일본 주요 도시를 보면 백화점 1층이 도로로 활용되거나, 건물과 도로가 연결되는 곳을 자주 볼 수 있다. 유연한 지원, 개발 방식이 도시를 살리고 민간의 참여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JR 게이트타워는 건물안에 버스터미널을 확보하기도 했다. 버스터미널을 공공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하기가 어려운데 민간과 협력해서 추진한 사례이다. 

나고야에서는 나고야 역과 사카이지역에 사람이 제일 많다. 신칸센 개통을 앞두고 나고야역을 통해 인구가 유출될 것을 우려한 사카이 지역 사람들은 5년 전부터 지역 활력 방안을 고민했다. 이러한 구상을 토대로 사회적 실험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디지털 사인을 보도 위에 만들어 광고도 하고 지역 정보, 홍보도 하고 있다. 자전거가 불법으로 세워져있는 걸 방지하기 위해 유료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하고, 자전거 나눔 사업도 하고 있다. 보도 위에 설치물을 만드는 일은 허가가 필요한데 이때 지자체가 나서 민간을 지원한다. 

사카이 지역의 사회적 실험은 시범사업으로 올해 3월까지 추진됐고, 10월부터는 법정 사업계획이 추진 예정이다. 민관 협업의 결과로 도시재생 정비계획을 만든 것이다. 민간이 나서서 사회적 실험을 하고, 그 실험을 바탕으로 법정 정비계획은 시가 만든 것이다.  

도시재생 안전확보 계획도 논의 

지진과 재난에 민감한 일본에서 안전대책은 중요한 과제이다. 도시재생특별조치법에 보면 긴급정비구역 안에서 방침을 정하고 협의회를 구성해 검토하게 되는데 그 하나의 분과에서 도시재생 안전확보계획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나고야역은 통행량도 많고 사람도 많다. 예를 들면 나고야 역 하루 승객수는 122만 명이다. 이런 복잡한 나고야역을 대상으로 도시재생특별조치법에 의해 안전확보계획을 수립했다. 핵심은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 피난경로, 대피장소, 비축장소, 비상용 전기 등을 공급 정비하는 계획이다. 재해에 강한 지역브랜드를 만드는 사업을 통해 도시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지진 발생 시 귀택 곤란자수가 8만5000명, 귀택 내방자수가 4만2000명이다. 체류자와 방문자를 20만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귀택 곤란한 내방자수를 4만2000명으로 잡은 것이다. 
“귀택 곤란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돌아가려는 본인의 의지이고, 그 다음은 행정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검토 결과가 나왔다. 그에 따라 이 계획을 수립했다. 추진 목표는 우선 지진이 발생했을 때 혼란을 겪지 않을 것, 24시간 체류자 안전을 확보할 것, 귀가를 지원할 것. 두 번째로 다음에 도시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회사나 사업을 계속할 것, 세 번째는 지진의식을 공유해 인식을 높이는 것이다.”

나고야시 주택도시국 이무라 미사토씨의 설명이다. 현재 체재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진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피하도록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핵심이다.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있는 시라카와고 마을. 전통 마을을 보존해 마을공동체가 운영하고 있다. 연수단 일행이 시라카와고를 배경으로 섰다.

이무라씨는 “지금의 안전 계획은 완성된 것은 아니고 계속 반복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협의회를 만들어 민간 철도사업자 지방정부 광역정부 라이프라인사업자가 연계해 협업 체계를 추진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민관이 연계할 수밖에 없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질문이 나왔다. “용적률을 올려주는 것은 사적 이익을 높여주는 것 아닌가. 공공성을 기준으로 검토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예를 들어 답이 돌아왔다. 

“공공성 확보 사례로는 통로확보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민간 개발이다. 도시계획 특례, 금융, 세제지원을 하는데 그 전제는 어떤 공공성을 확보하고 있느냐이다. 예를 들면 공공이 사업을 했을 경우 지하에 도로를 내려고 했을 때, 버스터미널을 2층에서 1층으로 옮기거나, 두 건물의 관통 통로를 만들거나 민간 땅에 관통 통로가 필요할 때의 경우가 해당된다.”

시장 어린이집에 정규직 공무원 채용

필요가 생겼을 때 도시재생, 공동체사업이 추진되고, 그 필요를 느끼는 시민, 지역이 주체로 나서는 것. 민간의 실험이 무르익어갈 무렵 공공이 지원에 나선다. 촘촘한 도시재생 관련 법령과 제도는 기본이고 거들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민간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공공성이라는 정확한 잣대가 주어진다.

조금씩 다른 도시의 여러 사례를 보았지만 그중 기억에 남는 곳은 두 군데. 재래시장 옆에 공공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고 그 안에 미술관, 어린이집, 공유 공간을 만들었다. 미술관에서는 청년 예술가가 작업을 하고, 어린이집은 장을 보러온 부모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어린이집의 교사들은 시가 정식 채용한 정규직 공무원들이었다. 공공이 언제, 어떤 형태로 민간에 개입하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였다. 

후쿠이시는 중심시가지의 목표를 ‘만남, 생활, 놀이를 만족시키는 현 중심 시가지’라 잡았다. 후쿠이의 매력인 역사와 음식을 중점 사업으로 중심 시가지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

또 하나는 도야마 재래시장에서 만난 밀레 미술관이었다. 마치즈쿠리 회사와 중심시가지 활성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 은행이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밀레 그림을 오픈한 공용 미술관이었다. 어쩌면 비밀스러울 수 있는 자산을 공공을 위해 공유해준 것이다. 

일본 지방도시의 도시재생 사례가 성공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무언가를 감추고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공공, 민간, 기업,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작은 사례, 상상, 실험들이 축소, 소멸, 사라짐의 위기에 있는 도시를 살려낼 수 있으리란 기대가 생겼다. 

한국, 고양시의 도시재생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성공, 목표를 바라보는 일은 당연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달음박질을 치다가 넘어지지 말아야겠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차근차근, 시민들과 공공이 함께 가는 도시재생이 필요하다. 답은 언제나 가까이 있다. 


 

김진이 전문기자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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