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 의무휴업 어디까지 적용될까?

▲ 지난해 8월 개장한 스타필드 고양점.

고양시 복합쇼핑몰 현장조사 실시
국회 유통산업발전법 처리 주목
자치단체장 임의 휴업 지정 ‘논란’


[고양신문] 민주당과 정부가 현행 대형마트처럼 복합쇼핑몰에 대해 매달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현재 추진 중이다. 국회가 8월 중 민생법안을 처리하면서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을 함께 처리할 수도 있어 유통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지난 1월 대표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대기업 계열의 복합쇼핑몰을 월 2회 의무휴업을 하는 조항과 ▲일정면적 이상의 복합쇼핑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장이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현재까지는 스타필드와 같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은 규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해 8월 스타필드 고양점이 문을 열 당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정부가 쉬라면 쉬어야 한다”며 의무휴업에 동참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케아도 의무휴업에 포함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신세계가 이번 법안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봐선 법 시행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대기업 계열 복합쇼핑몰 조항보다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임의로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조항에 있다. 대기업 계열이 아니더라도 ‘일정면적 이상의 복합쇼핑몰’에 대해서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에서 많은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것. 이유는 복합쇼핑몰이라고 통칭할 수 있는 유통매장의 종류와 형태, 규모가 각 지역마다 매우 다양해 일관성 있는 법적용이 힘들기 때문이다.


스타필드, 원마운트 등 현장실사

이런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도 복합쇼핑몰을 비롯한 영업장 형태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초부터 전국 지자체의 대규모점포를 대상으로 영업제한 포함여부에 필요한 업태 재정비를 위해 영업환경을 현장조사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고양시의 경우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스타필드 ▲이케아(롯데아울렛) ▲롯데백화점 ▲뉴코아아울렛 ▲원마운트 ▲고양터미널(롯데아울렛) ▲현대백화점(레이킨스몰) 등을 현장조사했다”며 “법 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규제방침을 정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을 방문해 실제로 복합쇼핑몰 형태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8월에는 라페스타, 웨스턴돔, 벨라시타와 같은 스트리트형 상가도 고양시에서 현장실사가 예정돼 있다.


점포 형태 다양, 규정하기 어려워

산자부 관계자는 “전국의 대규모점포를 다녀보니 업태를 혼용해서 등록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간판은 백화점이지만 복합쇼핑몰로 등록돼 있었고, 대부분의 아울렛은 쇼핑센터로 등록돼 있었다”고 말했다.

고양시의 경우 고양터미널은 아울렛과 서점, 푸트코트, 대형마트, 극장이 혼합된 형태이고, 현대백화점 킨텍스점과 레이킨스몰은 한 개의 쇼핑몰로 간주해야 한다는 현장실사단의 입장도 나왔다. 또한 이케아 고양점은 광명점과 달리 아울렛이 한 건물에 있어 업태구분을 어떻게 할지 애매하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같이 쉬지 말고 ‘순번제로 쉬자’

대기업 복합쇼핑몰을 어디까지 포함시킬지, 또한 지자체장이 의무제한에 포함시킬 복합쇼핑몰은 어디까지인지도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현장실사에 포함된 쇼핑몰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은 “우리도 소상공인들인데 소상공인 보호정책 시행으로 정작 보호 대상인 당사자가 피해를 입게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 원마운트에 입점해 있는 한 상인은 “고양시 일산은 쇼핑몰이 지속적으로 개발되면서 주요 상권이 이동만 했을 뿐 소비가 늘지는 않았다”며 “중요한 것은 각 쇼핑몰에 입점한 상인들도 대부분 소상공인들이다. 쇼핑몰은 늘었지만 옛날보다 장사가 안 되는데 규제까지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일부 상인들은 상가활성화에 대한 해법으로 의무휴업을 활용해보자는 의견도 냈다. 한 상인은 “만약 원마운트만 의무휴업을 하는 것은 절대 반대지만 라페스타나 웨스턴돔, 뉴코아아울렛 등과 같이 지역 쇼핑몰이 같은 날 쉬지 않고 순환제로 쉰다면 손님이 몰리는 효과가 있어 각 쇼핑몰이 활성화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워낙 장사가 힘들다보니 돌아가면서 쉬고 손님 몰아주기를 해보자는 안까지 나온 것.


지자체별 규제조항, 적용 힘들 듯

이렇게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상황인데 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지자체장이 원래의 목적대로 복합쇼핑몰을 규제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의무휴업에 대해선 지자체별로 시행할 수 있다는 조항만 있을 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고양시에선 대기업이 쇼핑몰 전체를 운영하는 형태인 스타필드나 이케아(롯데아울렛)를 제외하고는 복합쇼핑몰에 대한 의무휴업이 사실상 힘들지 않겠냐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전국에서 20곳이 넘는 지자체가 현재 시행 중인 대형마트 의무휴업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고양시는 대형마트 14곳과 SSM 58곳, 둘째·넷째 수요일 의무휴업).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하더라도 여러 잡음을 우려해 시행을 미루는 지자체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각에선 법이 아니라 지자체마다 영업규제를 다르게 적용할 경우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입 초기와 마찬가지로 행정소송이 난무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혼란 막으려면 유예기간 충분해야

복합쇼핑몰 영업제한의 실효성에 대해 원론적인 의문을 품는 이들도 많다. 복합쇼핑몰을 규제하면 영업일을 기다리거나 온라인에서 구매하기 때문에 지역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오히려 대형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 방문자 수도 함께 줄어들었다는 조사도 나온 바 있다(청주·광주 전통시장 2곳. 조사업체 ‘E컨슈머’). 앞서 언급했듯이 쇼핑몰 내의 일부 소상인을 희생시켜 다른 소상인을 살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현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지역 현장실사를 담당하고 있는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현장실사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일관성 있는 법적용을 위해선 업태 구분을 꾸준히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별로 대형점포를 확인하는 실사작업은 아직까지 중간단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는 알 수 없지만 유예기간을 충분히 두고 현장에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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