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본 세상>② 『안녕! 만나서 반가워』

『안녕! 만나서 반가워』(한성민 글·그림/파란자전거)


[고양신문] 어? 어? 어? 어?
매너티, 듀공, 바다코끼리, 펭귄. 미국 플로리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 만난 네 마리 동물들은 첫 만남이 너무도 어색했다. 하긴 네 마리 동물은 각각 사는 곳이 너무도 다르니까. 호주에 사는 듀공은 태풍과 해일 때문에 살 수 없어서, 북극의 바다코끼리와 남극의 펭귄은 집이 녹아내려서 살 곳을 찾아 헤매는 중이라고 했다. 자기네 집이 왜 무너지는가 이야기하던 동물들은 사람들이 사는 집이 커지고 높아지면서 많은 나무를 베어내서 그런 거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럼, 다시 나무가 많아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묻는 듀공의 말에 바다코끼리와 펭귄은 “그럼 사람들이 사는 건물을 없애면 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건물을 없애면 사람들은 우리처럼 집을 잃을 거야.” 매니티 말에 다들 고민에 빠지기 시작하는데….

 

『안녕! 만나서 반가워』(한성민 글·그림/파란자전거)에 나오는 멸종위기 동물들은 지구가 더워지는 원인을 찾고 스스로 해결해보려 하지만,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게다가 자신들만 살겠다고 사람들이 사는 집을 부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한다. 나에게 되묻는다. 우리는 그러한가? 우리는 한 번이라도 다른 생명들 삶터를 훼손하면서 우리 삶을 편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가?

매너티, 듀공, 바다코끼리, 펭귄과 그 밖의 많은 동물들이 못살겠다고 지르는 비명을 외면한 채 살던 우리는 올해 최악의 더위를 맞았다. 그리고 “못살겠다!”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올해 3월에 돌아가신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구온난화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섭씨 250도까지 올라 인류는 타죽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어디 인류뿐이겠는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 생명체들이 모두 같이 타죽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올해 이 폭염은 그 시작일 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런 지구온난화 주범이 바로 ‘사람’이라는 것이다. 많은 정보들이 지구온난화 원인을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같은 온실가스라고 말한다. 이산화탄소는 화력발전소와 자동차 배기가스가 주된 원인이고, 메탄가스는 가축들 분뇨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지만, 인류가 소비하는 육류량이 증가하면서 축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벌어지는 벌목으로 인한 자연 훼손은 물론이고, 가축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결국 사람이 잘 먹고 편하게 살면 살수록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사람이 불편하게 살면 해결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기 안 먹고, 자동차 안 타고, 전기 사용량을 최대로 줄여서 에너지 소비율을 낮추면 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 자신이 없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한 입 베어 무는 햄버거 광고는 언제나 나를 패스트푸드점으로 달려가게 하고, 하루 꽉 찬 일정을 소화하려면 자가용을 움직여 서둘러 움직일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도 충전해야 하고, 노트북도 써야하고, 밤늦게까지 하는 재미난 드라마도 놓칠 수 없다. 이 더운 날 에너지 소비를 줄인답시고 에어컨 대신 부채를 사용하라고 하면 아마 미쳐버릴 거다.

이 책이 끝나갈 즈음 네 마리 동물들은 사람들 집을 부수는 대신 나무를 심자고 한다. 하지만, 동물들은 자신들이 나무를 심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마지막 페이지, 동물 네 마리의 눈은 모두 책을 들여다보는 우리를 향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그럼 누가?’

고기를 안 먹을 자신은 없다(내 주변엔 이런 이유로 육식을 끊은 사람이 꽤 많지만). 자동차를 안 탈 자신도, 에어컨을 켜지 않거나 스마트폰, 노트북, TV를 쓰지 않을 자신도 없다. 하지만, 크게 줄이기로 한다. 자꾸 잊어버린다고 포기하지 않고 텀블러도 갖고 다니고, 어떤 행사를 기획할 때도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 한다. 바삐 살지 않으면 자동차 운행도 적어질 게다. 전기 차나 하이브리드차를 고민해보기도 한다. 혼자 있을 땐 에어컨은 켜지 않는다. 이렇게 살기 녹록치 않고 너무 불편하겠지만, 누군가는 혼자 그런다고 세상이 바뀔 것 같냐고 물을 테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보려 한다. 그러다 너무 힘들면, 동그랗게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던 그림책 속 네 마리 동물들을 떠올릴 거다.

박미숙 (책과도서관 대표 / 책놀이터 작은도서관 관장)

‘그럼 누가?’ 
그래, 내가. 내가 하자. 사람만 나무를 심을 수 있으니까. 사람만이 스스로 망가뜨린 지구를 다시 돌려놓을 수 있으니까. 그래야 동물도 사람도 다 같이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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