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느릅나무 잎과 나무껍질. <사진=김윤용>



[고양신문] 나무를 볼 때마다 그 나무가 자라온 사계절을 머릿속으로 그려봅니다. 꽃과 열매는 어떤 모양이고 색깔은 어떠한지 그림으로 연상합니다. 나뭇잎 모양은 어떤지, 나무껍질은 깊게 갈라지는지, 얼룩무늬가 나타나는지 따위를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나무에 대해 온전히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다면 그 나무에 대해 조금은 아는 것입니다. 그려낼 수 없으면 나무 공부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면 나무에 대한 좀 더 많은 관찰과 공부가 필요합니다. 나무가 등장하는 문학작품을 읽을 때도 작품 속 나무를 그림으로 형상화합니다.

느릅나무를 보면 세 가지 문학작품이 떠오릅니다. 하나는 시 ‘느릅나무에게’, 하나는 희곡 『느릅나무 아래 욕망』, 마지막은 『삼국사기』입니다.

돌아가신 김규동 시인이 쓴 시 ‘느릅나무에게’는 2005년 출간된 동명 시집 표제작입니다. 함경북도 종성 출신인 김규동 시인은 “나무/ 너 느릅나무/ 50년 전 나와 작별한 나무/ 지금도 우물가 그 자리에 서서/ 늘어진 머리채 흔들고 있느냐/ 아름드리로 자라/ 희멀건 하늘 떠받들고 있느냐…”라고 읊었습니다. 그런 다음 느릅나무 그늘 밑에서 낮잠 자던 기억을 떠올리다가 죽어서라도 갈 테니 옛날이야기 들려달라고 마무리합니다. 김규동 시인은 고향마을 우물가 느릅나무를 회상하며 북녘 땅에 가지 못하는 마음을 표현했겠지요.

『느릅나무 아래 욕망』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유진 오닐이 쓴 희곡 작품입니다. 느릅나무가 있는 한 집안 식구들 안에서 벌어지는 탐욕과 근친상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 배경으로 느릅나무 두 그루가 나옵니다. “집 양쪽에는 거대한 두 그루의 느릅나무가 서 있는데 축 늘어진 가지들이 지붕 위로 휘어져 내려와 있다. 그것들은 그 집을 보호하려는 것 같지만 동시에 정복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 작품은 김부식 삼국사기에 나오는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입니다. 가출한 평강공주는 가난한 온달집에 도착합니다. 공주가 온달을 만날 때 온달은 느릅나무 껍질을 메고 오는 길이었습니다.

이제는 느릅나무를 볼 때 새로운 장면을 하나 더 연상할 것 같습니다. ‘산채’라 불린 느릅나무출판사입니다. 느릅나무출판사는 드루킹 김아무개 패거리가 인터넷 댓글 조작 작업을 위해 ‘킹크랩’을 시연했던 곳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름만 출판사지 출판 실적이 전혀 없는 출판사입니다. 정치 브로커인 드루킹 일당 때문에 아까운 진보 정치인 한 분만 목숨을 잃었습니다.
 

느릎나무 잎과 나무껍질. <사진=김윤용>


느릅나무는 온달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오랜 옛날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이용했습니다. 느릅나무 어린 잎으로 떡을 해서 먹었고, 뿌리껍질과 몸통 껍질 속살을 벗겨 물에 달여 약으로 이용했습니다. 제가 나무 효용과 민간요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어서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간이나 당뇨, 암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뿌리껍질 속을 벗긴 걸 유근피라 하고, 나무껍질은 유백피라고 부르며 시중에서 팔고 있습니다.

느릅나무는 키가 30미터까지 자라는 큰키나무로 나무껍질은 회갈색입니다. 오래될수록 세로로 깊고 불규칙하게 갈라집니다. 잎은 어긋나게 나며 긴 타원형이고, 잎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습니다. 잎 자루가 있는 잎 아랫부분은 심하게 비대칭입니다. 꽃은 4월쯤 모여 피고 날개열매는 5월에 핍니다. 호수공원 게이트볼장에서 아랫말산 사자상 사이 참나무과 나무가 심어진 곳에 몇 그루 자라고 있습니다.

전통공원에서 자라고 있는 참느릅나무는 느릅나무와 달리 가을에 꽃이 피고 9~10월쯤 열매를 맺습니다. 나무껍질은 그물 모양 작은 조각으로 벗겨집니다. 저동고에서 호수공원까지 가는 길에 가로수로 심어 놓은 참느릅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느릅나무 열매. <사진=김윤용>

 

느릅나무 뿌리 껍질인 유근피. <사진=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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