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준호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대표

수많은 화제작과 명품 연기자의 산실
고양시 상주단체로서 다양한 무대 선보여
“극단과 새라새극장 함께 명성 얻었으면”


[고양신문]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대표 민준호, 이하 간다)’는 고양문화재단이 선정한 고양시 상주단체 극단이다. 2016년부터 고양문화재단으로부터 공간과 예산을 지원받아 다양한 연극작품을 꾸준히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무대에 올리고 있다.

대학로에서나 만날 수 있는 수준 높은 공연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고양의 연극팬들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달 25일부터 막을 올리는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의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는 민준호 대표를 만나봤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대표.


▶ 공연을 앞둔 ‘우리 노래방 가서…’ 작품소개를 해 달라.

‘거울공주 평강’과 함께 간다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다. 2004년 탄생해 ‘간다’의 이름을 알리며 3년여간 반복 공연된 ‘거울공주 평강’은 몸을 많이 쓰는 연극이었다. 그러다보니 단원들로부터 대사가 많은 리얼리즘극을 해 보고 싶다는 요구가 쌓여, 원 없이 대사 칠 수 있도록 작정하고 쓴 작품이다(웃음). 고맙게도 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어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재공연됐다. 모든 연령대 관객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연극이다.

▶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시나리오작가를 지망하며 대학에 진학했지만, 연기와 무용 창작으로 관심을 틀어 한예종에서 공부했다. 졸업작품으로 발표한 ‘거울공주 평강’이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20대 중반 이른 나이에 연출가 겸 극단 대표로 데뷔했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다 보니 14년 동안 ‘연극계의 젊은 피’ 소리를 듣고 있다(웃음). 공연예술 시장이 점점 위축되고 있지만, 다행히 할 일이 항상 이어져 늘 바쁘게 살고 있다.

▶ 극단 이름이 독특하다.

역시나 첫 작품의 영향이다.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든 공연할 수 있는 작품인 까닭에 여기저기 초청이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아예 ‘공연예술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다짐을 담아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라고 이름을 지었다. 지금도 그 정신은 고스란히 지키려고 한다.

▶ 간다가 만든 주요 작품은.

앞의 두 작품 외에도 ‘나와 할아버지’, ‘뜨거운 여름’ 등 여러 편의 창작물을 올렸고, ‘유도소년’, ‘올모스트 메인’ 등의 화제작도 올렸다. 최근에는 지난해 새라새극장에서도 공연했던 ‘신인류의 백분토론’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정보와 재미를 결합한 ‘인포테인먼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올 봄에는 인포테인먼트의 새로운 상품 ‘변용학의 먼나라 이노무나라’를 새라새극장에서 쇼케이스 공연하기도 했다.
 

연극 '나와 할아버지'의 한 장면.


▶ 간다는 명품 배우들의 산실로도 유명하다.

무명시절부터 함께 했던 배우들 중 영화와 방송에서 제법 얼굴을 알린 친구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희준과 김민재는 ‘우리 노래방 가서…’에 아들과 아버지로 단골 출연했던 배우들이고, 최근에는 진선규(영화 ‘범죄도시’의 빡빡이 악당)가 신인배우상을 타며 주목받고 있다. 사실 연극만 해서는 먹고 살기가 힘들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 각자 커리어를 쌓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 그렇다고 해서 간다가 신인 시절 스쳐가는 등용문만은 아니다. 스케줄 바빠진 후에도 연극무대를 자신의 고향처럼 여기며 작업을 함께 하는 이들이 많다. 후배들을 챙기는 정도 어느 극단보다 끈끈하고.

▶ 고양시 상주단체로 활동 중이다.

2016년부터 의뢰를 받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함께 파트너십을 맺었다. 한 해 4회 정도 공연을 한다. 그 중 창작극이 1편 들어가고, 시민과 함께 만드는 참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거액의 제작비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연습 공간과 공연 기회가 주어지는 것만으로도 무척 고마운 조건이다. 상업적으로 기획된 공연과 달리 흥행 부담에서 일정부분 자유롭기 때문에 작품이 지향하는 예술적 콘셉트를 과감히 시도해 보기도 한다. 그래서 출연배우들이 어느 무대보다도 새라새극장 공연에 만족도가 높다. 새로운 시도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마음가짐도 진지해지고.
 

연극 '올모스트 메인'의 한 장면.


▶ 고양시의 공연 환경은.

일단 인프라는 100점이다. 고양아람누리는 교통도 편리하고 시설도 좋다. 새라새극장도 다양한 연극적 시도를 하기에 참 좋은 극장이다. 하지만 아직은 일정한 규모의 관객층이 형성되지 못했다. 아직까지 연극 공연을 보려면 대학로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대세다. 가까운 곳에서 재밌고 완성도 높은 연극이 정기적으로 공연된다는 사실을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 희망적 조짐도 보이나.

당연하다. 3년차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일산 팬층이 만들어지고 있고, ‘간다’라는 극단만의 개성과 매력을 알아봐주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나를 비롯한 극단 식구들이 시간이 갈수록 고양시와 새라새극장을 점점 더 좋아하게 됐다. 애정이 있으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왕 상주단체라는 이름을 얻었으니, 고양의 공연문화를 우리가 살리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 극단 ‘간다’와 새라새극장이 지역의 공연예술 명소로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 외국에는 지방 극단과 극장이 함께 유명세를 얻는 경우가 많다.

▶ 고양시가 마음에 드나.

생활하기 편하고 문화적 잠재력이 풍부한 곳이라 생각한다. 연극계 선배님들이 여러 명 고양시에 살고 계신데, 다들 살기 좋은 동네라고 하시더라(웃음). 나도 조만간 고양시로 이사를 올 계획이다.

▶ 올해 연말 레퍼토리는.

‘거울공주 평강’을 한 번 더 올린다. 연극은 새롭게 올릴 때마다 대사나 상황이 새로워진다. 특히 올 연말 공연은 에딘버러 연극제에 출전해 호평을 받으며 또 한 번 업그레이드 된 버전을 만날 수 있다. 기대해 달라.

 

※ '우리 노래방 가서...' 공연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아래 관련기사를 참조하세요.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의 한 장면. 이달 25일부터 새라새극장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꾸미는 무대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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