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송역 인근 식당주인 1주일 넘게 연락 끊겨

삼송동의 한 식당주인이 동네 주민들에게 약 30억원을 빌리고 잠적했다. 답답한 주민들은 식당에 진을 치고 주인과 연락이 닿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딸 결혼자금 2억 빌려준 주민 등
알려진 피해자만 50여명 넘을 듯


[고양신문] 동네 주민 50여 명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빌려간 식당 주인이 갑자기 사라졌다. 40년 동안 알고 지냈던 주민들은 차용증도 없이 돈을 빌려줬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황당해했다.

지난 21일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 인근 주민들 10여 명이 셔터문이 내려진 한 음식점 앞에 진을 치고 모여 있었다. 돈을 빌려간 가게 주인 A씨(여성)가 약 일주인 전인 12일부터 갑자기 전화도 받지 않고 가게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A씨에게 돈을 빌려준 주민들은 40년 동안 알고 지내던 이웃사촌이 돈을 빌려가고 연락이 닿지 않자 사색이 돼서 가게로 몰려들었다.

피해 금액은 주민들끼리 수소문해서 확인한 것만 약 30억 원 정도, 피해자는 50여 명에 이른다. 피해 금액은 개인당 많게는 3억6000만 원에서 적게는 100만 원까지 다양하다.

“40년을 알고 지낸 사이에요. 한자리에서 20년 동안 부대찌개 장사를 했어요. 장사도 자기 건물에서 했으니 안심하고 빌려줬지. 난 딸 결혼자금으로 아껴둔 2억 원을 빌려줬는데….”

“그 집 남편이 고등학교 선배라 믿고 빌려줬지. 하도 급하다고 하니깐 모아둔 금을 전당포에 저당 잡히고 350만 원을 현금으로 만들어서 줬는데 이렇게 될지 알았나.”

“올해 1월에만 1000만 원, 500만 원씩 분할해서 총 5500만 원을 빌려갔어요. 가지고 있던 부동산만 팔리면 금방 돌려준다는 말에 차용증도 안 쓰고 그냥 줬지 뭐에요.”

“작년부터 거의 매달 1000만 원씩 빌려줬더니 2억 원 가까이 되네요. 동네에서 평판도 나쁘지 않고 돈 거래를 십 년 넘게 오랫동안 해오던 사람이라 믿고 빌려줬어요.”

가게 앞에 모인 주민들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목소리를 높여 하소연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라진 A씨는 돈을 분할해서 현금으로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 차용증 쓰기를 미루고 곧 돌려준다며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또 동네사람들 흉을 보며 주민들끼리 말을 섞지 못하게 하면서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교묘히 숨겼다고 한다.

한 주민은 “40년 간 가족들끼리 알고 지낸 사이고 그 전까진 거래도 나쁘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을 황당해했다. 그러나 사라진 A씨의 남편은 식당 옆 철물점 장사를 계속 장사를 하고 있고 아직 가출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B씨는 “아내가 집에 안 들어오니 나도 답답하다”면서도 “일주일 뒤엔 돌아온다고 했는데 왜 안 오는지 나도 모르겠다. 어제는 내가 치과예약 등 바쁜 일이 있어 경찰서에 못 갔다”며 가출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 명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했다.

주민 중에는 남편도 남아있고, 부동산도 가지고 있으니 그래도 희망을 버리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A씨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돈을 못 받을 것이란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걱정이 가장 큰 사람들은 차용증 없이 현금으로 빌려준 사람들이다.

피해 주민들은 “사건이 장기화될 것 같다”며 “법률 전문가를 통해 A씨를 고발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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