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고광석 대명한의원 원장

고광석 대명한의원 원장

[고양신문] 폭염이 한창인 때 뒤늦은 휴가를 떠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영업자의 삶은 그렇다. 휴가기간엔 수입이 없고, 그러나 수입이 없어도 나가야 할 돈은 정해져있다. 같이 일해 준 사람들에게 적으나마 휴가비도 건네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요즘은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한다. 건물주는 말 할 것도 없고 작은 점포 하나만 있어도 사장님이 될 수 있다. 목이 좋고 장사가 잘 되는 곳이면 월세를 올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다. 맘 놓고 장사하기 어려운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애써 키워 놓은 상권이 값비싼 임대료 때문에 무너지는 일도 있다. 사람의 끝없는 욕심이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정든 점포를 떠나 또 새로운 곳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만 이해한다면 상생의 길이 열릴 것 같은데 그게 불가능한 모양이다.

누구나 다 불확실한 미래를 산다. 그 불확실함이 불안으로 이어져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욕심을 내게 된다. 부의 분배 과정에서 문제점을 보완해 가더라도 분명 피해를 입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씩 양보를 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누구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이해관계에서 양보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나 또한 그럴 것이다. 그러나 내가 조금 양보를 해서 다른 사람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나의 삶의 기반이 무너지도록 양보를 요구한다면 그 문제에 대해선 저항할 수밖에 없겠지만 조금 나누는 정도라면 받아들이면 좋겠다. 사실 희생을 강요할 순 없다. 누구라도 삶이 점점 더 풍요로워지길 바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가진 자는 더 풍요로워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점점 더 극빈층이 되어간다. 경제를 연구하는 사람들, 그리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지금은 어쩌면 큰 변화의 시기일지 모른다. 일자리, 기후 변화 그리고 보장 받지 못한 노후 등 모든 갈등 요소들이 뒤엉켜 서로를 미워하고 불신하게 만든다.

언론은 연일 좋지 않은 뉴스에 악의적인 기사까지 슬쩍 끼워 넣으며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여름 하늘의 구름들은 마치 기이한 봉우리처럼 다양하다고 한다(夏雲多奇峰). 휴가 길에 바라본 여름 하늘은 딱 그랬다. 뜨겁고 지루한 여름 속에 피어난 흰 봉우리들이 참 신비로웠다.

잠시만 여유를 갖고 그 맘에 사랑을 담아 하늘을 보자.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얼마나 대단한 재화가 필요한 것인가. 비록 불안한 미래가 두려워 한껏 치졸해지고 욕심 사나워졌다고 하더라도 잠시 마음을 비우고 인간을 사랑하는 본연의 마음으로 돌아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가을 달이 밝고 환한 날이 곧 온다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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