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우트 아시아’ 공연 총괄 안태경 대표

“인도네시아 팀의 공연이 시작되자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 온 노동자들이 맨앞으로 나와 춤을 추며 환호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된 거죠.”

지난달 28일 호수공원에서 1만5천여명의 대규모 인파가 몰렸던 ‘2003 고양 샤우트 아시아’공연을 총괄 지휘, 진행한 플래너의 안태경(46)대표는 당시의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시아 각국의 로커들과 윤도현, 강산에 등 유명 가수들이 함께 했던 당시 공연은 고양시민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겨주었다. 문화도시 고양시에 사는 행복함과 자부심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행사였다.

“사실 예산이나 인력이 너무 부족해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죠. 그런데 공연 중에 행사장을 돌면서 어떤 남자분이 다가와 진행요원 두사람만 붙여달라고 하는 겁니다. 자원봉사자 두 명을 보내주니 그 분이 행사장 한쪽편을 완전하게 정리를 해주었어요. 제가 기획일을 20년을 하면서 그런 경험 처음이에요. 고양시민들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문화도시 고양시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처음 샤우트아시아 공연은 안대표가 서울에서 유료공연을 준비했던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일산문화센터에 대해 함께 ‘비분강개’했던 여균동 감독이 그의 아이템을 듣고는 ‘여기랑 딱맞는 것 같다’고 제안을 해왔다. 결국 샤우트 아시아는 무료 공연으로 고양시민들이 만날 수 있게 됐다.

왜 하필 락인가. 안대표는 락을 시발점으로 아시아의 아트 페스티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는 연극, 무용, 영화 등으로 장르를 다양화하고 탈장르적 형태의 공연을 준비하겠다는 것. “아시아적 정서를 밑받침으로 이번에 빠진 몽골, 러시아, 인도까지 포함해 풍성한 아시아 아트 페스티벌을 고양시에서 만들겠다”는 것이 안대표의 생각이다.

왜 고양시인가. 배드타운이란 자조적 목소리가 나올 만큼 문화적 뿌리가 탄탄하지 못한 고양시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라고. 서울,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조건에 자발적이고 능력있는 인적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 안대표는 “고양시민의 문화 수준은 양질의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다.

공연을 제안, 기획, 총괄하면서 아쉬움도 컸다. 우선 예산의 부족으로 기획의도의 3분의 1정도밖에 선보이지 못했다. 또하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는 달리 행정기관의 도움이 전혀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가수들이 무대를 내려오기도 전에 호수공원에 전원이 꺼져 출연진 뿐아니라 1만5천여명의 시민들까지 우왕좌왕해야 했다. 관리사무소에서 퇴근을 이유로 서둘러 전원을 내린 것이다. 당일 혹시나 있을 사고를 대비해 보건소, 소방서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공무원들이 주최한 행사가 아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안대표의 고생모들은 벌써부터 내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 뿐아니라 러시아, 몽골, 티벳 등 아시아가 함께 어우러지는 한바탕 축제의 본고장이 될 고양시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