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신곡수중보 철거 찬반논리>

고양에서 김포 방향으로 바라 본 신곡수중보.

신곡수중보, 어떻게 탄생했나?

[고양신문] 신곡수중보는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만들어졌다. 한강 서울구간의 수심을 확보해 대형 유람선을 띄우고, 한강으로 올라올 수 있는 북한의 잠수정을 막아 안보를 튼튼히 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밀물 때 역류하는 바닷물을 막아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함도 있다.

김포 신곡리와 고양 신평동을 잇는 1700m 길이의 신곡수중보는 김포대교 아래 위치한다. 김포 쪽으로는 길이 124m의 ‘가동보(높이 5m, 수문 5개)’에 댐처럼 수문을 설치했고, 고양 쪽은 물속에 길이 883m의 ‘고정보(높이 4.2m)’를 쌓은 형태다. 가동보와 고정보는 작은 섬으로 연결돼 있다. 가동보는 한강 수위를 2.7m로 일정하게 유지해 사실상 한강 서울시 구간을 담수호의 기능을 하도록 했다.   
 


서울시, 일단 가동보 상시 개방해 실험

신곡수중보 철거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철거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찬반논리가 팽팽히 맞서면서 결국 철거가 무산됐었다. 하지만 이번엔 약간 다른 분위기다. 서울시가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갈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는 지금까지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가동보를 상시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인근 지자체와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가 가동보를 상시 개방하려는 이유는 수중보 전체 철거에 대한 환경변화를 사전에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지난 23일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모니터링은 수중보 철거를 가상해 어떤 환경적 변화가 있는지 미리 알아보는 것이 기본취지”라며 “농어촌공사의 요청대로 10월부터 3월 사이 농업용수 취수가 적은 시기에만 제한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는 “정확히 언제부터 실시할지에 대한 내용은 아직까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농어촌공사도 시기만 맞춘다면 가동보의 상시개방을 반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모니터링 시행을 무리 없이 계획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수중보에 막혀 있던 한강 물길이 30년 만에 열리게 된다.
 


철거 앞서 ‘농업용수’ 대체시설 필요

서울시의 이런 행보에 관련 지자체와 기관들도 각자 의견을 냈다. 먼저 김포시는 신곡수중보 철거와 가동보를 한강 중앙으로 옮기고 통문으로 구조변경하는 두 가지 안을 공식 입장으로 내놨다.

고양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수중보 개방은 농어촌공사와 한강어민(행주어촌계)과의 사전 조율만 된다면 가능하다는 의견을 서울시에 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김포·고양지사 관계자는 “보를 개방하면 바닷물 때문에 농업용수로 쓸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취수가 크게 필요치 않는 10월부터 3월까지는 수중보를 개방해도 별 문제가 없다”며 “가동보 개방기간만 잘 준수한다면 모니터링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곡수중보 상류에서 하루 40만톤을 취수하는 행주양수장은 고양지역 농업용수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며 “서울시에 ‘수중보를 철거하려면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취수할 수 있는 대체시설이 설치 된 후에야 가능하다’라는 검토의견도 함께 제출했다”고 답했다. 


환경단체 “기수지역 생물다양성 확보”

신곡수중보를 없애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했던 곳은 역시 환경단체 쪽이다. 최근 수중보에서 구조작업을 하던 소방관 2명이 순직하면서 안전문제로까지 확대되면서 수중보 철거 여론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영강 고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한강 재자연화에 역행하는 개발사업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한강의 물길을 터 기수지역의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항습지의 침식 우려에 대해서는 “보가 철거되면서 습지의 침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침식작용도 생태계의 자연스런 모습”이라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여의도 선착장 사업과 상충 우려

수중보 철거를 주장했던 사람들은 서울시가 가동보를 상시 개방하는 계획이 수중보 철거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며 크게 반기고 있지만 일부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지난해 6월 서울시가 대형 선착장을 여의도에 만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유람선 사업은 한강의 수심이 확보돼야 가능한 일인데, 앞으로 서울시가 수중보 철거에 적극성을 가질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수중보가 철거 전에 살펴야 할 것들이 한강 수위, 농업용수, 안보, 장항습지 등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한강 수위인데, 서울시가 작년에 발표한 선착장 건설 계획은 더 큰 유람선을 띄운다기 보다는 소규모 선착장을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수중보 철거에 대한 수위변화를 고려해서 선착장이 설계될 수도 있기 때문에 유람선 선착장 사업과 수중보 철거 논의가 상충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토부 등 중앙정부에선 이번에 계획하고 있는 가동보 개방 모니터링과 수중보 전체 철거에 대해 ‘관계기관과 잘 협의해 진행하라’는 의견만 냈을 뿐 명확한 입장을 주진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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