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굴 위령사업 지원조례안' 8년 만에 상임위 통과 현장보도

28일 의원들의 출석을 막기 위해 보훈단체 회원 30~40명이 의원실 앞에 모여 있다.

보훈단체, 방청석에서 “빨갱이” 외치기도
금정굴 측, 보훈단체 주장에 ‘소송 준비’

[고양신문] 금정굴 관련 지원조례가 상임위를 통과한 지난 28일은 보훈단체 회원들이 조례 저지를 위해 시의회 곳곳을 점거하면서 하루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아침부터 시의회를 찾은 보훈단체 회원 40여 명은 가장 먼저 의원실 복도를 점거했다. 의원들이 해당 상임위(환경경제위) 개회를 하지 못하도록 출석을 막아선 것. 실제로 보훈단체 회원들의 의원실 봉쇄로 상임위는 정족수 미달로 오전 내내 개회조차 하지 못했다.

조례를 저지하기 위해 시민들이 의원들의 상임위 출석을 막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시 공무원도 “이런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스럽다”며 “자칫 폭력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임위 8명의 시의원 중 오전 내내 김미수‧윤용석‧정봉식(이상 민주당)·장상화(정의당) 시의원, 이렇게 4명의 의원만이 회의실을 지켰다. 최소 5명의 의원이 참석해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1명의 의원이 모자라 4명으로는 회의진행을 할 수 없었던 것. 같은 시각 의원실에서는 민주당 조현숙 의원(상임위 위원장)과 송규근 의원이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한국당 2명(손동숙·심홍순)의 의원은 상임위 출석을 미루고 있었다.

점심 식사시간을 핑계로 방에서 나올 수 있었던 민주당 의원들은 식사 이후 함께 모여 논의하며 상황을 지켜봤다. 보훈단체 회원들은 의원들이 방에서 나오자 의원실과 함께 오후에는 상임위 회의실 문 앞을 지키며 회의실 봉쇄에 들어갔다. 대치가 오후까지 이어지자 의회사무국 등 일부 공무원들은 “금정굴 조례만 내일이나 모레로 일정을 미루자”는 의견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냈고, 충돌을 우려한 일부 의원은 “오늘은 힘들 것 같다”며 공무원의 말에 동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례를 대표발의한 김미수 의원이 “다음으로 미루면 어차피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게 뻔하다”며 “오늘이 아니면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몸싸움을 감수하고라도 상임위 회의실에 당당히 걸어 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오후 3시쯤 의원들이 의회 공무원들과 함께 상임위 회의실을 찾았고 다행히 보훈단체 회원들이 길을 터주면서 별다른 충돌 없이 회의실에 들어갈 수 이었다. 상임위는 개회됐지만 방청을 원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은 회의실에서도 일부 소란을 피우며 회의진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한 보수단체 회원은 “금정굴은 빨갱이고 부역자”라며 큰소리를 지르기도 했으며, 의사진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퇴장을 당한 사람도 있었다. 조례는 무기명 표결로 찬반을 물었다. 표결에서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을 제외한 7명이 표결했으며 5명 찬성, 2명 반대로 원안대로 가결됐다. 반대표는 조례를 줄곧 반대해 온 한국당 2명의 의원(심홍순‧손동숙)이 던진 것으로 보이며, 찬성표는 정의당 장상화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4명의 의원(조현숙‧송규근‧윤용석‧정봉식)으로 예상된다.

앞서 고양시 보수단체 회원들은 임시회가 시작된 지난 27일 본회의장 입구에서 금정굴 조례 반대 피켓팅을 한 이후 관련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묘상 고양시 보훈·안보단체 연합회장은 “금정굴 사망자는 무고한 양민이 아니라는 방증… 연고자 없는 유골은 장사법에 의거해 처리하라. 군인, 경찰, 반공청년단원을 무고한 양민학살자로 규명하는 것에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민간인희생자 고양유족회와 금정굴인권평화재단 등은 다음날 즉시 입장문를 내 보훈단체 회원들의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고 법적 소송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정굴재단 측은 입장문에서 “이미 고양시 한 시의원이 금정굴 희생자를 ‘부역자’, ‘빨갱이’라고 공격하다가 대법원으로부터 희생자와 후손들을 모욕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보훈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금정굴 사망자가 무고한 양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며 “금정굴 학살을 자행했던 자위대장, 민청위원장, 인민위원회 서기장 등의 태극단원들과 의용경찰대원들은 무고한 양민인가? 진짜 부역자들은 이들이었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금정굴재단은 “전국에서 벌어진 민간인학살 현장은 예외 없이 시신을 확인하지 못하게 집단매장한 곳”이라며 “이는 국가범죄자들이 자신들의 반인륜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저지른 행위의 결과이고 가장 대표적인 현장이 금정굴”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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