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국제다큐영화제 ‘내 생애 최고의 다큐 10’

진중권·황교익 등 명사 10명 추천 다큐
전문가적 안목과 개인적 취향 함께 담아

[고양신문] 오는 13일부터 20일까지 고양·파주에서 열리는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는 국제·아시아·한국·청소년으로 구분된 경쟁부문 외에도 마스터클래스, 글로벌비전 등의 비경쟁부문 파트를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 중 ‘내 생애 최고의 다큐 10’은 영화의 울타리를 넘어 각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10명의 유명인이 각각 추천한 다큐 필름을 소개하는 독특한 기획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음악, 무용, 건축, 음식, 정치 등 다양한 장르에 포진된 명사들의 면면도, 이들이 각자 추천한 ‘인생 다큐’ 목록도 흥미진진하다. 분야별 식견과 더불어 개인적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자그마치 144편이 소개되는 DMZ국제다큐영화제 작품 목록 중 어느 영화를 선택할지 망설여진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명사들의 안목을 한번 믿어보면 어떨까. 6작품은 상영 후 추천자를 초대해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한다. 추천자별 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 발레리나 강수진이 추천한 ‘라 당스’
(프레드릭 와이즈먼, 프랑스·미국, 159분)

세계적 다큐멘터리 거장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이 파리국립오페라 발레단의 속살을 카메라에 담았다. 감독은 무용수 뿐만 아니라 유서 깊은 건물도국립오페라 발레단의 공연을 완성하는 요소라는 것을 보여준다. 화려한 공연을 위해 연습실 마룻바닥에 흘리는 무용수들의 땀을 생생히 전달하며, 발레단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강수진은 한국의 발레를 세계에 알린 주역. 오랫동안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나로 활약했던 그는 2014년부터 국립발레단 단장을 맡고 있다.
- 9. 16(일) 15:30 / 롯데시네마 파주아울렛 7관

 

■ 리처드 용재 오닐이 추천한 ‘테이크 미 홈’
(이창준, 한국, 80분)

엄마의 나라가 콩고인 흑인 소년 다니엘. 한국에서 태어나 15년간 살았지만 한국국적 신청을 거절당한 채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안산 다문화 청소년 앙상블 ‘원컨트리’ 단원들은 엄마의 나라가 제각각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 태어난 아델리아도 6년 전 한국을 찾아왔지만 늘 고향이 그립기만 하다. 이들이 리처드 용재 오닐 선생님과 중앙아시아 음악여행을 떠난다. 상처를 딛고 선 아이들이 들려주는 위로의 선율이 감동적이다.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비올리스트 최초 아티스트 디플로마를 받은 리처드 용재 오닐은 최고의 연주실력과 따뜻한 인간미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9. 19(수) 18:00 / 메가박스 백석 컴포트관,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 야외상영

 

■ 건축가 승효상이 추천한 ‘위대한 침묵’
(필립 그로닝, 프랑스·독일·스위스, 162분)

프랑스 알프스의 샤르트뢰즈 산맥 정상. 세상과 고립돼 기도와 묵상으로 신을 만나는 그랑드샤르트뢰즈 수도사들이 있다. 감독은 이 비밀스럽고 성스러운 수도원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무려 19년을 기다렸다. 마침내 아무에게도 열리지 않았던 공간에서 6개월간 함께 생활하며 인공조명, 음향, 내레이션을 배제하고 제목처럼 ‘위대한 침묵’으로 가득한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승효상은 다양한 설계와 저작을 통해 예술로서의 건축의 저변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건축의 본질을 질문하는 그의 시선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를 찾아보면 좋을 듯.

- 9. 15(토) 16:00 / 메가박스 백석 2관 ▶ 영화 상영 후 GV

 

■ 정치인 심상정이 추천한 ‘헬렌의 도전’
(게일린 프레스톤, 뉴질랜드, 93분)

세계에서 가장 파워 있는 여성 25인에 이름을 올린 헬렌 클라크는 뉴질랜드 최초의 여성총리이자, UNDP(유엔 개발도상국기구)에서 행정관을 지냈다. 개발도상국 원조를 승인하고 가장 투명한 개별기관으로 조직을 이끈 그녀의 도전은 2016년 UN사무총장 출마 선언까지 이어진다. 치열한 선거현장에 뛰어든 헬렌의 도전을 따라가며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사회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질문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 심상정은 고양시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진보정당의 간판 역할을 하며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한 그의 여정이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과 여러 모로 오버랩된다.

- 9. 17(월) 14:30 / 메가박스 백석 6관 ▶ 고양신문 주관 지역공동체 상영

 

■ 윤재갑 미술관장이 추천한 ‘구름 뒤편의 태양’
(리투 사린·텐징 소남, 인도·영국, 79분)

1951년 중국의 무자비한 티벳 점령 이후 티벳에서 쫓겨난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인도 다람살라에서 망명정부를 세운 지 반세기. 소년은 어느 새 노인이 됐지만 티벳 독립의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과의 평화 협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만 국민들은 지쳐만 간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 시위가 벌어진다. 중국의 탄압도 극에 달하며 비폭력 협상을 원하는 달라이 라마의 딜레마도 깊어진다.
윤재갑은 중국 하오 아트뮤지엄 관장으로 한중 미술 교류를 이끌고 있으며, 아시아 미술사의 독보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 9. 17(월) 19:00 / 롯데시네마 파주아울렛 6관 ▶ 영화 상영 후 GV

 

■ 전위미술가 이이남이 추천한 ‘코야니스카시’
(고드프리 레지오, 프랑스, 86분)

 

‘코야니스카시’는 호피 족 인디언 언어로 ‘균형 깨진 삶’을 의미한다. 기술문명의 위선이 몰고 온 위험을 깨닫지 못하는 인간의 통제불능상태가 깊어지며 자연이 지녔던 평정심이 사라지고 있다. 대사 없이 음악과 영상으로 채워진 이 작품은 고대 인디언의 신비로운 벽화에서 시작해 경이롭고 광활한 자연 자체의 모습, 그리고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손길을 더듬는다. 영상과 영적 음악이 어떻게 조응하는지를 살피는 것도 감상의 포인트.
‘포스트 백남준’으로 불리는 이이남은 21세기 하이테크 기술관경과 전통문화를 결합해 미디어의 본성을 실험하고 전통적 예술 기반을 흔드는 혁신적 아티스트다.

- 9. 18(화) 13:00 / 롯데시네마 파주아울렛 7관 ▶ 영화 상영 후 GV

 

■ 소설가 장강명이 추천한 ‘프랑스 영화학교 입시전쟁’
(클레르 시몽, 프랑스, 115분)

프랑스 명문 영화학교 ‘라페미스’ 입하 전형을 다룬 작품. 영상은 심사단과 응시자가 3차에 걸쳐 치르는 면접 현장을 비춘다. 입학이 허가되면 수업도 없고 선생도 없다. 영화와 역사, 정치, 사회로 확장되는 프랑스 학생들의 수준 높은 답변도 놀랍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생을 위해 과격한 논쟁도 마다하지 않는 심사위원의 모습도 신선하다. 예술의 탁월함에 도전하고 평가하는 모습에서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기자생활을 하다 소설가가 된 장강명은 ‘표백’, ‘댓글부대’ 등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주제의 작품을 연이어 발표하며 독자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다.

- 9. 15(토) 11:00 / 롯데시네마 파주아울렛 6관

 

■ 미학자 진중권이 추천한 ‘디어 평양’
(양영희, 일본, 107분)

재일조선인 2세 양영희 감독의 평양 연작 중 1편. 재일교포의 메카로 불리는 오사카에서 막내 여동생으로 자란 감독. 제주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 와 해방을 맞은 아버지는 북한국적을 선택하고, 1959년 시작된 북한의 ‘귀국사업’을 지지하기 위해 조총련 간부가 된다. 1970년대 세 아들을 북한으로 보낸 부모님을 감독은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10년간 아보지의 삶을 렌즈를 통해 바라보며 미움과 갈등이 그리움과 사랑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진중권은 자타 공인 대한민국 대표 논객이다. 그가 쓴 미학책은 우리 시대의 고전 반열에 올랐다. 그의 관심은 정치, 시사, 문화 등 한국사회 전반으로 여전히 확장 중이다.

- 9. 14(금), 19:00 /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 ▶ 영화 상영 후 GV

 

■ 평론가 토니 레인즈가 추천한 ‘태양 없이’
(크리스 마커, 프랑스, 104분)

한 여성이 세계를 여행하는 친구로부터 온 편지를 읽는다. 감독은 편지와 논평, 이미지를 뒤섞어 허구적 기억을 탄생시킨다. 1960년대 서구 영화계에 일어난 ‘시네마베리테’ 운동의 대표주자 중 한명인 감독은 여행 기록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에세이 타큐멘터리를 많이 남겼다. 이 영화에서도 1970년대 소비주의의 첨단을 내달렸던 일본과 아프리카의 작은 신생독립국 기니비사우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기억과 역사가 구성되는 방식을 독특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토니 레인즈는 아시아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데 큰 기여를 한 영국의 영화평론가다. 그는 특별히 한국영화에 각별한 애정을 쏟으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9. 19(수) 20:00 / 메가박스 백석 3관 ▶ 영화 상영 후 GV
 

■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추천한 ‘스시장인: 지로의 꿈’
(데비빗 겔브, 미국, 81분)

도쿄 번화가 긴자의 지하에 있는 ‘스키야바시 지로’는 미슐랭 가이드 역사상 최고령 쓰리 스타 셰프 지로의 스시 레스토랑이다. 85세의 고령에도 완벽한 스시를 만들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는 스시 장인 지로. 비록 단 10명의 손님만이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장인의 스시를 맛보기 위한 예약이 늘 줄을 잇는다. 밥을 짓고 참치를 고르는 일 하나에도 혼신의 힘을 다하는 노장의 모습이 어떤 드라마보다도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황교익은 ‘맛 칼럼니스트’라는 이름을 스스로 개척한 선구자다. 한국의 음식과 맛에 대한 그의 차별화된 정보와 관점은 대중적 선입견을 깨는 쾌감과 즐거움을 던져준다.

- 9. 16(일) 12:30 / 메가박스 백석 2관 ▶ 영화 상영 후 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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