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주독한국대사

<고양의 이웃이었던 정범구 주독한국대사가 SNS를 활용해 흥미로운 일상을 들려주고 있다.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고양신문] 휴가철이 대충 지나가면서 베를린 외교가도 조금씩 활기를 찾아간다. 워밍업 할 겸 오랜만에 외국 대사들을 관저로 초대했다. 인도, 싱가포르, 브라질, 멕시코 대사 내외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본국으로 한 달간 휴가 갔다가 막 돌아왔다는 싱가폴 대사가 가장 활기차 보인다.

나까지 5개 국 대사가 모였는데, 아시아 3개 국, 라틴 아메리카 2개 국이다. 다섯 나라 인구를 모두 합쳐 보니 16억명이 넘는다.

세계 2위 인구대국인 인도(12.5억) 대사와 560만의 도시국가 싱가포르 대사가 한자리에 앉았다. 중남미 강대국인 브라질(2억)과 멕시코(1.2억)는 인구 강국이기도 하다. 한때 미국과 함께 세계를 양분하였던 러시아의 성장 잠재력이 의심받는 데에는 여간해서 늘지 않는 러시아 인구(1.5억)가 주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우리도 통일되면 남북한 7500만 명에 740만 해외동포를 갖는, 숫자에서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된다.

묵타 인도 대사는 여성 외교관이다. 남편도 외교관인데 인도 외교부 본부에 근무하고 있어서 베를린엔 혼자 나와 있다. 과거 해외공관에 근무할 때 상관이었던 남편에게 넘어가서 부부 외교관이 되었노라고 깔깔댄다.

모르핀 멕시코 대사는 1999-2004년 까지 5년간 주한 멕시코 대사로 근무해서인지 한국에 대한 정이 남다르다. 올해 28살 먹은 아들은 아직도 한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한다. 저녁식사로 나온 비빔밥을 부부가 모두 밥 한톨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웠다.

한국이 그립다는 멕시코 대사 내외와 함께.

배이 싱가포르 대사는 마침 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이산가족 상봉 뉴스를 보고는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남북한 간 대화가 잘 이루어져서 이산가족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넨다.

빌랄바 브라질 대사는 미국 배우 잭 니콜슨을 닮았다. 그런 얘기를 하니 자기도 더러 그런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한국도 세 차례 방문 했다고 하는데, 2005년 룰라 대통령 방한 때에도 수행했다고 한다. (…중략)

훌륭한 세일즈맨들인 대사들이지만 과도한 근무시간은 역시 부담스럽다. 밤이 깊어가자 서로 간에 슬슬 눈치를 본다. 이번엔 브라질 대사가 먼저 바람을 잡는다. 초대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꺼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들 일어나면서 감사 인사를 건넨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다. 6시 반부터 시작된 만찬이었으니 이 정도면 양호하다. 오늘 영업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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