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대적할 수 있나?’

장마가 우리를 빗겨간 것일까?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파아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산마루가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무척 상쾌한 하루의 시작이다. 아침 식사를 마친 오전 9시. 오늘은 세 번째 강연으로 아시아나 아카데미의 대표강사인 박보영 강사의 ‘태도의 경쟁력’시간이다.

나의 태도의 경쟁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가? 나는 지금까지 어떤 이미지로 살았을까?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만일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컴퓨터에게 시킨다면 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라고 묻는다면, 과연 뭐라고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야만 할까.

이번 기회를 통해 나를 한번 반성해 보고, 앞으로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공무원이 되어 아날로그적인 스페셜리스트를 쌓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어느 누가 내게 와서 이러한 질문을 한다 해도 절대로 당황하지 않고,‘아니오, 제 일은 절대로 컴퓨터가 할 수 없습니다. 오직 저만이 할 수 있습니다.’하고 외칠 수 있을 때까지.
오후엔 설악산 등반이다. 워낙에 많은 인원이 움직여야 하다 보니 시간의 여유가 별로 없었다. 코스는 소공원 - 비선대 - 금강굴 - 비선대 - 소공원.

오후 1시, 약간의 간식들을 나눠 가진 후 조별로 출발을 한다.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니 완만한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한 두 방울씩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비선대를 지날 무렵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는 듯하다가 만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철제 다리를 건너면서부터는 조별 간격이 조금씩 벌어진다. 여기서부터는 경사가 좀 있는 바윗길이다. 하지만 다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열심히 올라간다.

금강굴이 보일 무렵 땀이 비 오듯 흐르기 시작한다. 땀을 훔쳐 닦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금강굴이 눈앞이다. 가파른 바위 위로 난 철제 계단을 밟으며 오르는데 조금은 겁이 나기도 한다. 정상에 오르니 정말로‘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 옛날 원효대사는 사방 2미터가 겨우 될까말까한 이 곳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발 아래로 산봉우리를 감싸안고 도는 운해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한번 깨달은 이와 마주 앉아 세상 이치에 대하여 논하여 보고픈 생각도 든다.

오후 2시 30분 이제 하산이다. 행여 미끄러질세라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비선대를 지날 무렵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지친 발을 시원한 계곡물에 담그기가 바쁘게 다시 일어나 발길을 재촉한다. 빗발이 우리의 발걸음보다 더 빠르게 세어진다. 내려오는 길옆에 있는 가겟집에서 우의를 하나씩 사서 입고 나니 비야 내리든지 말든지 우리는 한갓지게 설악산의 비 내리는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내려간다.

소공원에 도착하니 예정했던 오후 5시가 다 됐다. 조별 인원점검을 마친 후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설악산의 운해가 이별을 못내 아쉬워하여 뒤따라오는 듯하다.
<일산구청 사회위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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