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계형 국립여성사전시관장

전시관 위상 높이려 다각적 노력
‘허스토리’로 함께 만나는 플랫폼 꿈꿔

[고양신문] 국립여성사전시관은 고양시에 자리한 유일한 국립전시공간이지만, 그동안 지역주민들에게 존재감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4월 기계형 관장이 부임한 이후 공간의 위상과 역할을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관에서 기 관장을 만나보았다.
 



▲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어떤 곳인가.

역사 속 여성의 역할을 조명하고 여성운동의 역사를 발굴·전시하려는 목적을 지닌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으로 2014년 고양시로 이전 개관했다. 그동안 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수탁 운영했지만 최근 2종 박물관에서 1종 전문박물관으로 승격됐고, 12월 이후부터는 여성가족부에서 직영하는 공익법인으로 전환된다. 장기적으로는 특수법인화해 보다 능동적이고 독립적인 운영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 ‘여성통문’ 기획전의 의의는.

120년 전 만들어진 ‘여권통문’은 여성사전시관 정체성의 토대가 되는 소중한 자료이기에 그 가치를 적극적으로 재조명하려 했다. 전시와 함께 학술세미나를 열어 서울 청계천 광교 부근 신한은행 백년관 부지가 여권통문 운동이 시작된 역사적 장소임을 찾아내기도 했다. 이곳에는 조만간 표지석과 기념조형물이 세워질 예정이다. 여성 유물 기증운동 선포식도 함께 열었다. 유물기증운동본부를 통해 모아진 자료들은 갈무리해 소장·전시할 계획이다.

▲ 본인 소개를 해달라.

문학과 역사를 전공했고, 한양대 교수를 역임했다. 10여 년간 여성사전시관과 관련한 다양한 전시와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세계 여러 대륙 전역의 100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성격의 여성박물관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국제여성박물관협회 아시아 대표를 맡고 있다.

▲ 여성사전시관 입지로서 고양시를 평한다면.

고양시와 인근 파주시는 여성성과 관련한 풍부한 역사적, 문화적 콘텐츠를 지닌 곳이다. 근대 이후에도 독립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의 스토리, 접경지역과 미군기지로 인한 문제 등 다채로운 의제를 곳곳에 품고 있다. 이와 함께 평화와 생명을 희구하는 여성 조직과 운동도 무척 활발하다.

반면 고양·파주를 합쳐 150만명이 거주하는 공간 치고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의 문화 인프라가 무척 부족하다. 시민들의 높은 문화의식에 부합하는 공간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본다.

▲ 상설전시관을 리뉴얼하며 지역의 콘텐츠를 반영했다고 들었다.

지역주민들과 교감할만한 주제를 찾다가 2015년 고양·파주 여성들이 중심이 돼 진행한 DMZ 평화걷기운동에 주목했다. 분단의 역사를 넘어 민족평화의 미래를 꿈꾸는 여성들의 능동적 발자취였기 때문이다. 평화야말로 여성성이 중심이 돼야 하는 테마가 아닌가.

▲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달라.

전시관의 위상을 높이는 일은 존재감의 확대와 유물 확보,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가까이에 있는 고양의 이웃들에게 전시관의 가치를 알리는 일에 주력하려 한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여성들이 써 내려온 역사인 ‘허스토리’를 통해 여성과 남성이 만나고, 지역과 세계가 만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내년에는 세계 여성박물관 대회를 열 계획도 추진 중이다. 고양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에 여성성과 성평등의 가치가 더해질 수 있도록 국립여성사전시관이 앞장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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