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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배다리 지키고 가꾸기 10년, 공유와 대안을 모색하다기획취재 | 공유자산화와 고양시 도시재생의 미래 ③도로개발에 맞서 공유지 지켜온 배다리 마을
  • 남동진 기자
  • 승인 2018.09.11 09:35
  • 호수 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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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공유지에서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 마을 주민들<사진제공=인천 스페이스빔>

[고양신문] 헌책방거리로 유명한 인천 배다리마을은 지난해 1월 종영된 인기드라마 ‘도깨비’의 주요 촬영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인천을 대표하는 역사문화공간인 이곳이 한때 산업도로를 낸다는 이유로 두 동강날 뻔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배다리마을 주민과 예술인들은 2007년부터 도로착공에 맞서 마을을 지켜왔으며 도로 지하화가 결정된 2010년부터는 비어있는 도로부지를 시민들을 위한 공유지로 활용하기 위해 행정과 계속 싸워나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배다리위원회’는 현재 도로반대투쟁을 넘어 배다리마을과 공유지를 새로운 도시재생모델로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기도 하다. 기획취재 3번째 순서로 배다리마을의 도로반대투쟁 역사와 그 과정에서 등장했던 공유지(Commons)운동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통해 대안적 도시재생 모델의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도로개발로 양분될 위기 배다리마을
경인선이 지나는 배다리철교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인천 배다리마을. 1883년 인천항 개항 후 인천 동구에 생겨났던 3개 시장 중 하나인 배다리시장이 자리했던 곳이다. 일제식민지 시절부터 수로와 육로를 통해 온갖 문물이 넘쳐났을 정도로 매우 크고 번창했던 이곳은 해방 이후에도 인천의 서민들이 모여 살던 오래된 마을이기도 하다. 

평온했던 이 마을에 개발광풍이 몰아닥친 것은 10여년 전부터였다. 인천시는 국책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적 조성을 이유로 송도와 청라지구를 잇는 최단거리 직선도로 건설을 계획한다. 신흥동 삼익아파트에서 동국제강을 잇는 산업도로, 일명 ‘배다리 관통도로’는 길이 2.5㎞, 폭 50m의 6차선으로 계획돼 2006년부터 해당 구간 주택에 대한 보상과 철거에 돌입한다. 배다리마을 또한 일부 주택이 수용 당했으며 이 도로계획으로 인해 마을은 한순간에 양분될 위기에 놓였다. 

2007년 배다리 산업도로 공사현장에서 도시유목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스페이스 빔 예술인들. <사진제공=인천 스페이스빔>

몇몇 주민들이 공사문제점을 제기하며 탄원서와 주민서명운동을 벌였으나 인천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도로계획은 마치 거스를 수 없는 대세처럼 보였다. 이러한 흐름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2007년 초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시유목’ 활동을 진행 중이던 예술단체 스페이스빔 활동가들이 도로반대싸움에 결합하면서부터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도로개발로 인해 마을이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곳 배다리마을에 자리잡고 반대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주민, 시민단체, 예술인 반대투쟁 벌여

예술 활동가들이 도로관통문제를 알리기 위해 현장전시와 퍼포먼스를 진행하자 도로관통문제는 점차 지역사회에 이슈화됐다. 이후 배다리 주민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중·동구 관통 산업도로 무효화를 위한 주민대책위’와 인천지역 시민문화예술단체, 활동가를 중심으로 한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도로반대투쟁이 시작됐다.

수많은 집회와 행진, 1인 시위와 토론회를 통한 반대운동을 전개하는 가운데 수차례의 공사중단과 재개가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현장방문과 주민의견 수렴, 공사담당기관의 지시불이행, 주민들의 공사저지와 이에 대한 시행사 측의 고소고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주민대책위 차원의 공익감사청구를 통해 배다리철교를 지나는 구간의 문제점이 밝혀지면서 배다리마을 관통구간(3구간) 일부는 지하화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2010년 즈음의 일이다. 

지방선거 이후 시정이 바뀌면서 도로건설 관련 결정은 한동안 연기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하화 구간을 둘러싸고 배다리구간 일부만을 지하화 하겠다는 인천시와 전체를 지하화 해야 한다는 주민 측의 요구가 부딪치면서 다시 갈등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2017년에는 배다리구간을 제외한 1, 2구간을 먼저 착공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책위 구성원들은 해당구간 내 천막농성을 전개해나가며 반대운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주민들이 지킨 땅, 왜 행정이 관리하나”
지난한 싸움이 펼쳐지는 가운데 배다리 주민과 예술가들은 마을 안에서 대안적 활동도 함께 전개해나가기 시작했다. 투쟁과정에서 배다리마을에는 다양한 문화공간들이 생겼고, 마을소식지, 도시생태캠핑, 텃밭, 마을사진관, 배다리안내소, 요일가게, 생태놀이숲, 느릿느릿 헌책잔치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문화 실험이 이어졌다.  

배다리 마을에 위치한 스페이스빔. 양조장건물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스페이스빔 내부 작업실 모습
배다리마을그림지도

이 과정에서 도로 지하화로 인해 비어진 공간에서 대안적 실험을 전개하는 주민·활동가와 이를 끊임없이 방해하고 철거하려는 행정 간의 반목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제1 갈등이 도로를 낼 것인가 말 것인가였다면, 제2 갈등은 공사중단으로 발생한 새로운 부지를 어떻게 관리하고 만들어갈 것인가를 둘러싼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2009년쯤에 펜스로 쳐져있는 도로부지 안에 한번 들어가 봤는데 쓰레기들이 엄청나게 버려져 있더군요. 몇몇 사람들과 몰래 쓰레기를 치우고 자라난 들풀과 꽃을 가꾸면서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시작했어요. 움집도 만들고 근처에 버려진 자재들로 다양한 작품도 전시했죠. 나중에 ‘에코파크’라는 이름으로 개장행사도 진행했다가 공사 관계자들에게 들켜서 철거당하고 쫓겨나는 일도 있었죠.”

지하화 결정 이후에도 이곳 배다리공유지 활용방안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차마 웃지 못할 일들도 많았다고 한다. 

“관리주체인 동구청은 이곳에 천편일률적으로 코스모스 꽃밭을 조성했어요.  이듬해 관리가 소홀해 질 때쯤 개망초, 달맞이꽃, 코스모스가 번갈아 피고 지면서 생태계가 복원되는 듯 했는데 행정은 그걸 못 참고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리고는 유채꽃 씨를 뿌리는 일도 저질렀어요.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서 저희가 그곳에 허수아비도 세우고 쥐불놀이 행사도 가지면서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계속 찾아갔어요.”

배다리공유지에서 진행된 생태캠프 배다리 밭캉스.<사진제공=인천 스페이스빔>

스페이스빔 활동가들은 배다리 공유지를 주민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에코생태캠프 밭캉스’라는 프로그램을 매년 운영하고 아이들을 위한 생태놀이터를 조성하는 등 계속해서 실험적인 활동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동구청은 항상 관리주체라는 이유로 철거하기 바빴다고 한다.

민운기 대표는 “동구청은 매번 이곳이 인천시 땅이고 본인들이 관리주체이니 나가라고 하는데 공공부지는 본래 시민의 땅 아닌가”라며 “게다가 배다리공유지는 주민들의 싸움을 통해 지켜낸 땅인데 주민들을 구경꾼으로 내모는 행위가 도저히 납득이 안됐다”라고 이야기했다. 다행히 동구청과의 협의 끝에 공유지의 절반을 마을텃밭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의가 받아들여져 현재는 이곳을 중심으로 주민 간의 소통공간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개발 패러다임 넘어선 도시재생 꿈꿔 
주민대책위는 오는 12일 산업도로 무효화 천막농성 1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활동을 보고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아울러 현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이 문제를 원점에서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단순히 도로공사 재폐기 여부를 넘어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나아가 배다리마을의 도시재생 방안까지 다룰 예정이다. 그렇다면 민운기 대표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의 그림은 무엇일까.  


“우선은 장소성의 회복, 즉 대규모 개발방식이 아닌 기존의 건축물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공동체, 사회적 경제, 생태적 측면을 함께 아우르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전면철거에는 당연히 반대하지만 이곳을 관광산업화 하는 방향도 맞지 않아요. 그보다 성장이라는 낡은 패러다임을 넘어 이곳을 진정한 삶의 터전으로 가꾸는 방식으로 나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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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반대 넘어 도시 패러다임 전환 고민해야”

민운기 인천스페이스빔 대표 인터뷰

민운기 인천스페이스빔 대표<사진>는 2007년 공공도시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천의 상징적 도시공간을 탐사하는 ‘도시유목’ 활동을 벌이던 중 배다리마을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살리기 위해 이곳에 정착했다. 예술인이었던 그가 도로반대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전까진 미술계 내부문제를 바꾸는 데만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배다리마을을 오고 나서 이토록 가치 있는 마을이 망가질 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자기성찰을 하게 됐죠. 예술의 목적이 결국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함인데 이렇게 삶의 근거지가 파괴되는 상황에서 가만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다리 관통도로 반대싸움에 대해 그는 “단순히 도로를 막는 문제를 넘어 우리의 삶을 지배해온 개발과 효율의 논리에 저항하는 투쟁”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개발에 대항하는 것을 넘어 공동체, 생태와 같은 새로운 가치로 전환하는 활동까지 펼쳐나가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민운기 대표는 배다리공유지운동을 통해 개발과 효율로 점철되어온 인천의 도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민 대표는 “도시 내에서 공공소유, 사적소유를 넘어 시민 모두가 누려야 할 가치들이 존재하지 않나. 이런 것들이 개발논리에 의해 특정 소수의 이익으로만 변질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천시의 경우 최근 개방된 항구들이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대기업을 위한 개발도구로만 사용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민 대표는 “이러한 싸움이 궁극적으로 도시에 대한 권리를 찾아가기 위한 운동으로 확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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