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은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나눠지기 전 서울과 신의주를 이어주는 주요한 교통수단이었다. 지금은 서울과 문산간의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출근시간에 서울역까지는 다른 어떤 교통수단보다 빠르다. 나도 과거 서울역 근처의 직장에 다닐 때 이용했다. 기차공간은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고 기차시간을 맞추는 일은 기차타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지하철과 달리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하나의 그림으로 여겨졌다.

1996년 경의선 복선화가 결정되고 난 후 최근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경의선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철도청의 지상화 결정에 대해 경의선 주변의 주민과 시민단체에서는 지하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하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주로 지역경제와 주거환경의 파괴, 통과교통의 문제로 삶의 질을 악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문제는 지역발전에서 경의선이 담당하게 될 역할을 함께 고려하면서 제기될 필요가 있다. 경의선은 지역발전의 저해요인이 될 수도 있고 긍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우선 지역발전의 저해요인은 무엇인가? 일단 고양시를 동서로 나누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속도로나 철도는 인접한 지역을 이질적인 지역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동일 지역이면서도 통합적으로 계획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한다. 현재 고양은 신도시지역과 구도시지역으로 나뉘어진 채 계획적인 통합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이다.

기반시설의 차이도 크다. 계획개발로 체계적인 기반시설을 확보한 신도시지역과 달리 구도시지역은 신도시에 편승한 개발압력으로 인해 소규모 단지로 개발되어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이것은 고양시가 도시계획적 고려없이 무분별한 개발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도가 고양시를 양분하여 통합개발을 못하게 한다는 비판은 계획적 도시개발을 추진하지 못하는 고양시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구도시의 부족한 기반시설을 신도시지역에서 충족하는 통합개발보다는 구시가지의 계획개발이 우선 추진되어야 하며, 두 지역이 각각 자족적인 단위로 발전되어 통합되어야 한다.

그러면 보존 등 긍정적 요인은 무엇인가? 지상철도는 철도부지를 기찻길이라는 공공시설로 이용함으로써 다른 구조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할 수가 있다. 이는 후세를 위한 부지확보방안이다. 기술적인 문제 차원만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을 도시내에서 실천하는 의미일 수 있다. 철도 지하화시에는 반드시 지상의 부지에 대한 공공개발 및 주변지역에 대한 민간개발의 압력이 거세질 것이고 개발밀도의 증가에 따라 고양시의 삶의 질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지상부 전체를 녹지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고 현재 남아있는 녹지대마저 파괴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지상철은 일종의 개발유보지로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철도의 지상화는 절대 안되고 지하화만이 바람직한가? 또는 지하화는 절대 안되고 지상화만이 가능한가? 평행선으로 달리는 경의선 논란을 보면서 이제는 주민과 고양시, 그리고 철도청이 새로운 혜안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상화냐 지하화냐를 두부모 자르듯이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상화와 지하화의 장점을 가진 제 3의 계획안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복선화에 의한 교통편의를 고려하여 새롭게 이주한 구도시내 주민들 역시 경의선의 지하화에 따르는 과대한 비용문제와 지역발전의 문제를 이해하고 점진적인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지상화냐 지하화냐의 양분론보다는 반지하화를 적극 고려했으면 한다. 반지하화는 앞서 얘기한 복선화로 인한 부정적 측면도 줄이고 후세를 위한 부지확보 등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고양시의 용역결과에 따르면 반지하화는 하천의 단절문제와 침수 등에 따른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을 지었지만, 이는 향후 기술적인 검토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 판단된다.

그리고 고양시는 구도시지역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문제를 지역주민에게 전가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계획개발과 기반시설 확충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상화이든 지하화이든 철도가 확장되면 두 지역의 연계교통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되어야 한다. 고양시와 주민들은 두 지역의 장래 발전계획을 근거로 연계교통로를 4차선으로 할 것인지 6차선으로 할 것인지를 우선 결정하고 철도청과 협의해야 할 것이다. 서로의 주장을 들으려 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개별적으로 주장을 거듭한다 하여도 혜안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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