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실랑이 200여대 택시 도로 점령

고양시에서 고양시택시와 서울시택시 사이에 영업권 다툼을 놓고 쌓여왔던 해묵은 감정이 새벽 출근길 중앙로 점거농성으로 폭발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 19일 새벽 2시 일산구 마두동 R나이트클럽 부근에서 고양시 택시와 서울 택시가 자리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인근 파출소가 고양시 택시를 불법 주정차로 단속하려 하면서 시작됐다. 고양시 택시기사들은 “서울택시는 봐주고 고양시 택시만 단속한다”고 강하게 항의. 이날 새벽 영업 중이던 고양택시들은 서로 무선연락을 통해 정황을 주고받으며 순식간에 200여대의 택시가 마두역 인근 8차선 중앙로를 가득 메웠다. 연행된 택시기사의 석방을 요구하며 4시간 여 동안 계속된 도로 점거농성을 해산하기 위해 일산경찰서는 인근 지역 경찰서의 도움을 받아 21개 중대 1천여명의 경찰병력을 투입해 강제 해산에 나섰다. 또한 경찰은 견인차 30여대를 동원해 중앙로에 서 있던 택시 300여대를 인근 이면도로와 주차장으로 옮기는 작업을 벌였지만 이날 9시까지 중앙로를 이용하던 버스와 승용차가 이면도로로 한꺼번에 몰리는 등 극심한 출근길 정체에 시달려야 했다.

경찰은 연행된 택시기사 200여명을 부천과 파주 등 인근 10개 경찰서에 분산 수용하고 조사에 나섰다. 21일 새벽 경찰은 연행된 204명의 기사 중 4명을 구속하고 107명을 불구속, 93명을 훈방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고양시택시들은 경찰의 동료기사 연행에 항의하며 사건 당일인 19일 고양시에 있는 7개 택시회사가 전면 휴업에 들어가고 20일에도 많은 개인택시와 법인택시가 운행을 멈추면서 경찰에 항의했지만 경찰은 이번 사태에 대해 처벌을 강화할 계획이어서 기사들을 자극하고 있다.

고양시택시기사들은 지난 21일 시청 게시판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기사들은 시위가 ‘의도적이거나 계획적인 시위가 아니었다’면서도 ‘고양시에 상주하는 일부 서울개인택시 때문에 고양시 택시기사들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어 시정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시 7개 법인택시와 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25일 시장과 면담을 요청해 놓고 서울택시의 불법영업과 함께 사납금 인하, 개인택시 발금 문제들에 고양시의 대책을 강하게 요구할 움직임이다.

한편 고양시 택시들의 대규모 점거농성 직후 사건의 발단이 됐던 서울택시들은 중앙로 주변에서 영업을 자제하며 이후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 대부분 서울택시가 정차해 있던 신도시 역세권 정차구간은 고양시 택시들이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M운수의 김 모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의 기사들이 뭉쳐 안산과 같은 수도권의 다른 도시처럼 영업권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 이용고객이 많고 고양시에 살고 있는 서울택시 기사들이 많은 지역 특성상 생존권을 앞세운 택시들의 사업구역외 불법영업행위는 여전히 분쟁의 불씨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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