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물재생센터로 이전 논의 결렬
대체부지 제안, 오히려 갈등 남겨
주민들 “물리력 동원 저지할 것”
“시설 지하화, 해결방안 아니야”
[고양신문] 은평구가 고양시 지축지구와 서울시 은평뉴타운 인근부지(진관동 76-20)에 추진 중인 ‘폐기물처리시설(은평자원순환센터)’ 건립에 대한 인접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금껏 지축지구 입주예정자 등 고양시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으나, 지난 8월 말부터는 은평뉴타운 주민들이 적극 합류하면서 주말마다 열리는 거리집회 규모가 커졌다. 지난 8일에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집회에 참여하면서 반대 여론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 주민들의 반대가 점점 거세지는 이유는, 얼마 전까지 논의에 급물살을 타는 듯하던 대체부지 가능성이 낮아져 주민들의 실망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폐기물처리시설 건립 정보를 잘 모르고 있던 은평뉴타운 주민들에게도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제는 고양시와 서울시 지역 주민들이 손을 맞잡고 집회 규모를 더욱 늘려나가고 있다. 평소 150~300명이었던 주말 거리집회는 8월 말부터는 800~1000명이 모이고 있다.
주민들의 관심거리였던 대체부지는 사업 주체인 은평구가 아닌 고양시 정치인의 입을 통해 먼저 제안됐다. 사업주체와 부지가 은평구 소관이지만 해당 부지가 고양시 땅에 둘러싸여 있을 뿐 아니라 주변 고양시 땅에서 택지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서울시보단 고양시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셌기 때문이다.
정재호 국회의원(고양시을)은 지난 6월 대체부지로 난지물재생센터를 지목했다. 정 의원은 대체부지를 제안하면서 은평자원순환센터의 통합이전 방안에 대한 검토를 각 기관에 요청했다. 하지만 이 제안은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곧바로 답보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난지물재생센터가 행정구역은 고양시지만 땅 소유권은 서울시에 있기 때문에 서울시가 동의하지 않으면 대체부지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 의원의 제안에 대해 서울시는 “해당부지가 장기계획으로 활용할 계획이 잡혀있어 계획을 변경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서울시는 “만약 합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전을 추진하게 되면 사업주체가 고양시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며, 은평구는 “사업이 늦어지면 고양시가 손해배상을 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할 것”을 희망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고양시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했다.
결국 고양시는 난지물재생센터로의 통합이전 추진은 불가하다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지역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부지라는 제안까지 하게 됐지만, 오히려 정치인이 던져놓은 대체부지 논란은 주민들의 불신만 더욱 증폭시키고 말았다.
원래 진관동에 짓기로 한 기피시설을 난지물재생센터로 옮겨온다는 소문이 돌자 대덕동 난점마을(원주민) 주민들과 향동지구 입주예정자들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대체부지가 한창 논의되던 지난 8월 향동 입주예정자 대표들은 고양시를 항의방문했다. 대덕동 주민들도 분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송원석 대덕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대덕동은 이미 수십 년간 난지하수처리장(물재생센터)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폐기물처리시설까지 들어온다는 게 말이 되냐”며 “지역 정치인이 같은 고양시민인 지축지구와 대덕동 주민들의 갈등을 부추긴 셈”이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래 계획된 부지인 진관동 인근(삼송·지축·은평지구) 주민들은 “우리가 직접 대체부지 선정이나 통합이전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일관되게 반대해 왔는데, 관철되지 않는다면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을 계획”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이미 많은 지역민들이 대체부지로의 이전 약속을 믿고 있다”며 “정재호 국회의원은 이전하겠다고 한 사항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자 은평구로선 대체부지 카드를 섣불리 꺼낼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특별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김미경 신임 은평구청장이 ‘시설의 완전 지하화’를 공약한 것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현재 주민들은 이를 전혀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은평뉴타운에 사는 이모씨는 “주민들과 합의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완전 지하화’는 특정인과 밀실에서 합의된 것일 뿐, 대부분의 주민들은 건립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삼송동에 사는 한 주민은 “서울시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고양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도 우습지만, 고양시가 대체부지 제안까지 했는데 서울시는 고양시에 손해배상 확약서를 쓰라는 등 기막힌 일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할만한 수준에서 일이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