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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산업은 우리 농업의 미래를 열어 줄 열쇠입니다<특별 인터뷰> 김진의 전국농협로컬푸드직매장 협의회장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8.09.14 21:11
  • 호수 1387
  • 댓글 1
전국농협로컬푸드직매장 협의회 초대 회장에 추대된 일산농협 김진의 조합장

 
[고양신문] 농업에 희망이 있을까. 김진의 전국농협로컬푸드직매장 협의회장(일산농협 조합장)은 이 질문에 확신에 찬 어조로 “있다”라고 대답한다.
다만 단서가 있다. “농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의 조합장은 남다른 경영능력을 발휘하며 짧은 기간 동안 일산농협을 전국에서 주목받는 지역농협으로 성장시켰다. 그가 특히 노력을 기울인 분야는 바로 로컬푸드직매장 사업이다. 1호점과 2호점의 성공에 이어 최근 장항동에 독립된 건물을 신축해 일산농협 로컬푸드직매장 3호점을 개점했다. 고양시가 전국에서 주목하는 로컬푸드 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른 데는 일산농협, 그리고 김진의 조합장의 견인이 강력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김 조합장은 최근 새로 결성된 전국 농협 로컬푸드직매장 협의회의 초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일산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장항점에서 김진의 조합장을 만났다. 그가 말하는 농업의 새로운 관점, 그리고 미래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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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협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직매장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대면하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일산농협 김진의 조합장이 로컬푸드직매장 장항점을 찾은 생산자 남덕순·전유선 씨(사진 왼쪽 2명), 생산자 조연복 씨(사진 오른쪽)와 함께 매대에 진열된 농산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전국농협로컬푸드직매장협의회 초대 회장에 추대됐다. 협의회는 어떤 조직인가.

현 정부는 농업과 관련해 ‘푸드 플랜’이라는 정책을 수립, 추진 중이다. 푸드 플랜의 핵심은 한마디로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유가 있다. 농산물을 먼 거리까지 유통하면 자연재해나 천재지변으로 유통망이 단절되거나, 대단위 농업단지에 극심한 농업적 재해가 발생했을 때 무척 위험하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비용이 많이 들고 불합리하다.
지역농협 단위로 운영하는 로컬푸드직매장은 정부의 푸드 플랜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이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국 협의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 어떤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나.
7년 전 첫선을 보인 로컬푸드직매장은 현재 전국 170여 개로 확대됐다. 이를 2025년도까지 1100여 개로 늘린다는 게 농림부의 장기 정책이다. 농협중앙회 역시 장기적으로 하나의 지역농협이 적어도 한 곳 이상의 로컬푸드직매장을 운영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계획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협의회가 앞장 설 것이다.

▲ 본인이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로컬푸드사업과 관련해 그동안 농협중앙회 정책담당자들에게 도시농업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도시농업이 활성화된 외국 사례를 보면, 농업이 단순히 먹거리 생산뿐 아니라 치유와 휴식을 바탕으로 한 일상 속의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로컬푸드직매장 사업도 도시농업을 견인하고,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펼쳐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그런 면에서 일산농협이 다른 농협과 차별화된 모델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미래지향적 비전이 어필한 것 같다.

▲ 로컬푸드 사업의 장점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근거리에서 만난다는 조건이 여러 가지 장점을 만들어낸다. 우선 소비자의 취향을 자주 접하고, 피드백을 빨리 받다 보니 농산물 품목이 저절로 다양화된다. 실제로 로컬푸드직매장에 자주 들러보면 생각보다 많은 농산물이 짧은 주기로 매대에 올라온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생산자 스스로가 농사 전략을 짜고, 소비자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로컬푸드직매장의 상품은 모두가 ‘얼굴 있는 농산물’이다. 라벨에 농부의 이름을 당당히 적어놓고 출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농산물을 구매하는 이들은 소비자이자 동시에 감시자 역할도 하게 된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은 유통 형태가 바로 로컬푸드 사업이다. 

▲ 로컬푸드직매장이 들어서기 좋은 입지는 어디인가.
소비시장을 곁에 두고 있는 곳이라면 대도시, 또는 지방 중소도시 등 어디든 상관없지만, 대규모 주거지역 가까이에 넓은 농경지를 품고 있는 고양시야말로 최적의 입지라 할 수 있다. 사실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로컬푸드직매장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앞에 퇴근시간에만 열리는 로컬푸드 반짝시장이 선다. 일본도 고속도로 주변에서 로컬푸드직매장을 흔히 만날 수 있다. 

▲ 직매장을 운영하는 농협 입장에서 수익성의 문제는 없나.
일산농협으로 국한해 답변하자면, 정책적으로 수익을 내려 하지 않고 있다. 로컬푸드 사업을 하는 첫 번째 목적은 농가 소득을 높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안전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수익이 증가하면 농협이 저절로 튼튼해지는 것 아니겠나.
대신 농협은 농협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면 된다. 로컬푸드직매장의 먹거리는 신선하고 안전하며, 가격 또한 착하다는 입소문이 나고 있다. 이보다 진정성 있는 기업 홍보가 어디 있겠는가.

▲ 소비자의 지지에 대한 일관된 의지가 느껴진다.

소비자를 농업과 농협의 친한 우군으로 만들지 않으면 로컬푸드 사업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 일산농협은 1~3호점을 합쳐 매일 평균 3000여 명의 고객이 매장을 찾고 있다. 연 매출 역시 조만간 3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직한 생산자와 우호적인 소비자를 이어주는, 농협의 본질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 고양시는 로컬푸드의 새로운 메카라고 평가받는다. 
고양시는 로컬푸드직매장의 성장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지리적 요인과 지역농협의 노력과 함께 고양시 농업행정의 협조도 한 몫했다. 고양시 농정은 로컬푸드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구체적으로 예산 지원과 토지전용 절차, 잔류농약 검사 시스템 등에서 적극적인 행정 협조가 병행됐다. 
현재 일산농협 3개 점을 비롯해 고양시 곳곳에 9개의 매장이 운영 중이다. 일산농협은 기존의 매장보다 더 큰 규모의 매장을 한 곳 더 개장할 계획이다. 신설 매장은 장터의 개념을 도입한 새로운 형태를 구상 중이다. 고양시 전체로 보면 최종적으로 15곳 정도의 매장이 운영될 것으로 예측한다.
 

장항동에 새롭게 문을 연 일산농협 로컬푸드직매장 3호점 앞에 선 김진의 조합장.


▲ 로컬푸드 사업의 고민거리는 뭔가.
팔지 못한 농산물의 활용 방안을 해결해야 한다. 로컬푸드 상품은 ‘유통기한 1일’ 원칙을 지키고 있어, 안 팔리면 생산자가 회수를 해야 한다. 매대 상품이 다 팔리면 하루에 몇 번이라도 다시 채워놓아야 하는데, 판매량을 예측 못해 생산자들이 추가 납품을 주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늦은 시간에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매장이 휑하다”는 불만을 표하곤 한다. 
잔품을 해결하기 위한 확실한 대안이 있다. 매장과 연계한 ‘농가 레스토랑’을 만들어 식재료로 쓰면 된다. 그렇게 되면 생산자는 회수 부담 없이 몇 번이고 매대를 채울 수 있고, 소비자들은 늘 다양한 품목을 접할 수 있어 서로에게 좋다. 문제는 농가 레스토랑이 비싼 땅에 건물을 지어 운영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책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 농가 레스토랑이라는 개념이 참신하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그 지역의 로컬 농산물로 전통음식을 만드는, 지역별로 특색 있는 농가 레스토랑이 많다. 거기서 일하는 이들은 마을의 아주머니, 할머니들이다.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셈이다. 이들이 좋은 식재료에 구수한 인심을 더해 전통음식을 만들면 농촌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그리워하는 현대인들에게 큰 만족감을 전할 수 있다.
나아가 타지에서 온 관광객을 그 마을의 농가 레스토랑으로 유인하면 하나의 로컬 문화 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일본에 연수를 가서 여러 곳의 농가 레스토랑을 직접 가 봤는데, 농가소득 증대, 소비자만족,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활성화 등 일석 사조를 거두고 있었다. 고양시라고 못할 게 뭔가.

▲ 로컬푸드 사업은 도시농업과도 연결된다고 들었다.
도시농업은 대규모 기업농과 달리 중·소규모로 전개된다. 자기 손으로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겸업농도 포함된다. 자급자족농사에서 한발 나아가, 생산성을 높이면 잉여 생산물을 인근 소비자들에게 팔 수 있다. 

▲ 농업은 사양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농업을 단순한 1차 산업으로 접근하면 해법이 없다. 생활과 문화의 관점에서 접근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야 한다.
서구에서 도시농업을 발전시킨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서구도 우리와 같이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는 과정을 겪었지만, 그로 인한 단절과 정서적 고립을 농업을 통해 해소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작은 텃밭이 모여 있는 도시농업 단지가 대도시 근교 곳곳에 조성되고 있다.
형태를 살펴보면, 낮은 울타리로 경계를 구분한 300평 땅에 10평 정도의 오두막집을 짓도록 허용한다. 그러면 각자의 취향에 따라 정원도 만들고 나무도 심고, 유실수도 가꾼다. 그리고 절반 정도 공간을 텃밭으로 만들어 시간 날 때마다 가족이 함께 찾아와 농사를 짓는다. 거기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품목이 굉장히 다양하고 생산성도 무척 높다.
이렇게 조성된 공간은 흩어진 가족과 친척들이 주말마다 만나는 휴식과 문화의 장소로 기여한다. 이웃과 파티도 열며 도시생활이 주지 못하는 정서적 안정감을 흙에서 찾는 것이다. 

▲ 도시농업이 우리 농업을 살리는 유일한 대안인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도시농업은 대도시 근교의 농지를 보전하고, 정서적 기능을 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하고, 도시화 밀도가 낮은 지방은 특화된 농업기지로 발전시켜야 한다. 도시농업과 농업단지, 이 두 모델의 정착에 정책 포커스를 맞추면 농업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미래산업이 될 수 있다.

▲ 직업으로서의 농업을 말해보자.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농사를 지으려면 일단 땅이 있어야 한다. 땅도 없고 돈도 없는 청년들이 농사를 시작할 수 있을까.
본인이 농사를 짓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땅을 빌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공간이 얼마든지 있다. 창업농을 위한 자금지원 정책과 농업기술센터나 농협대 등에서 진행하는 교육과정도 많다. 정보를 잘 습득해 활용하면 일단 농사를 시작할 수 있다.
제2의 직업을 찾는 중년들에게도 농업이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특히 고양시민이라면 귀농이다 뭐다 하며 굳이 시골로 가지 않아도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농경지로 출퇴근하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다. 꾸준히 경험을 쌓아 생산성을 높이면 머잖아 로컬푸드직매장에 농산물을 납품하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 일산농협의 비전을 들려달라.  
사업적 측면에서 일산농협은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고 중계하는 위치에 자리하고자 한다. 농협의 사업은 신용사업(금융업)과 경제사업(조합원의 생산품 판매)으로 나누는데, 일산농협의 신용사업 목표는 자산 3조원의 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경제사업 목표는 1년에 1000억원어치의 농산물을 파는 것이다.
일산농협처럼 중·소농 비중이 높은 지역농협에서 1000억원 경제사업을 달성한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목표다. 제한된 땅덩어리에서 농업생산성을 증진시키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다. 그래서 일산농협은 조합원들이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지력을 높여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도록 다양한 지원과 노력을 펼치고 있다.

▲ 네트워크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만들어 준 이익의 일부를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돌려주는 것도 일산농협의 또 하나의 사명이다. 일산농협과 거래하면 자연스럽게 어려운 이웃들을 돕게 된다는 생각을 정착시키고자 한다. 지금까지 네트워크협약을 맺은 기관과 단체가 41개에 이른다.

▲ 독자들에게 마무리 인사를 전해달라.
오랜 역사를 지닌 고양신문은 지역의 다양한 문제에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 온 유일한 ‘로컬 신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고양신문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 단순히 먹거리 생산만이 아닌, 환경과 정서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관점에서 ‘고양에서의 농업’을 모색해보자는 이야기다. 오늘 우리가 함께 뿌린 씨앗이 훗날 어떤 나무나 채소로 자랄지 모르는 것 아닌가. 일산농협의 2300명 조합원, 그리고 9만 명의 고객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고양시를 보다 행복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싶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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