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획된 원숭이 어떻게 지내고 있나>

포획된 지 한 달째, 고양시 소재 동물원에서 임시 보호를 받고 있는 북한산 원숭이 '산이'

고양시 쥬라리움 임시 보호
격리 사육, 사육사와 산책도
주눅 든 눈빛 여전 “마음 아파”
어디로 갈지 아직 정해지지 않아


[고양신문] 서울 도심 한복판 북한산 자락에 신출귀몰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원숭이가 포획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일명 ‘북한산 원숭이’로 불리며 관심을 받았던 이 원숭이는 현재 고양시 소재 쥬라리움에서 적응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곳니가 뭉툭하게 갈려있고 목줄을 한 것으로 보아 학대를 당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이 원숭이는 동물원에 임시보호처를 마련하고 담당 사육사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으며 적응생활을 하고 있었다. 북한산에서 구조됐다고 해서 ‘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원숭이를 만나기 위해 지난 19일 취재진이 동물원을 찾았다. 산이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개인 불법 밀수 가능성 높아

북한산 원숭이 산이가 처음 발견된 것은 5월 말쯤이고 구조된 것은 8월 22일 은평구에서다. 적어도 3달 이상 북한산에 있었던 것. 6살로 추정되는 이 수컷 원숭이는 멸종위기종 2급인 ‘히말라야 원숭이’이다. 원숭이 산이는 포획 당시 다소 야윈 상태였고, 포획 과정에서 손목에 상처도 입었다. 당시 동물원에서 원숭이 탈출신고도 없었고, 일반적으로 동물원에서는 목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동물 전문가들은 산이가 개인이 불법적으로 밀수해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발견 당시 수의사가 확인한 바로는 송곳니가 거칠게 갈려 있는 것이 ‘의료 기관에서 한 행위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사육사가 직접 이를 갈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먹이활동을 할 때도 학대의 흔적이 드러났다. 음식을 먹으면서 한손으로는 목줄을 꼭 쥐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담당 사육사는 “밀수는 보통 새끼 때 이뤄지기 때문에 5년 이상 학대를 당했을 거”라며 “음식을 먹을 때에도 방해나 괴롭힘을 당했을 과거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입엔 식빵, 양손에 하나씩 "뭐야 어떻게 먹지?"


사육사와 산책하며 적응 중

동물원에서 한 달째 적응 생활을 하고 있는 산이는 다른 동물이나 일반인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특별히 관리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람객이 적은 오후가 되면 동물원 잔디밭에서 산책을 하며 다양한 먹이를 제공받고 있었다. 체중도 불어 이제는 야윈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원숭이 전문 사육사인 김찬영(25세)씨는 “처음 봤을 때 기가 많이 죽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원숭이는 다소 공격성이 있고 호기심도 강하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지만, 산이를 처음 만났을 때 사람 눈을 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지금도 주눅 든 눈빛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먹이활동을 하면서도 일반적인 동물원 원숭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아직까지 목줄을 잡으며 먹는 모습이 가끔 보였고, 음식을 양 볼에 급하게 밀어 넣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이런 모습에 대해 김 사육사는 “북한산에서의 먹이활동이 쉽지 않아서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바나나 껍질까지 먹는 것으로 봐서는 평소에도 음식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동물원에서 키워진 것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고 말했다. 먹이가 풍부하게 제공되는 동물원에서는 거의 모든 원숭이들이 바나나 껍질까지 먹지는 않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찾은 날에도 산이는 바나나 껍질을 까서 알맹이를 다 먹고는 음식이 다 떨어지자 마지막에 껍질까지 주워 먹었다.
 

포획 당시 입었던 손목의 상처가 생각보다 깊다.


정식 보호처 빨리 정해졌으면

원숭이 산이는 현재 하루 두 끼 다양한 음식을 제공받고 있다. 당근, 단호박, 사과, 바나나, 식빵, 원숭이 전용사료는 물론 치커리, 청경채 등의 야채까지 모두 원숭이가 좋아하는 영양식이다. 이중 산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역시 바나나다.

산이가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은 특수동물 전문가인 신범 쥬라리움 대표가 선뜻 산이를 임시 보호하겠다고 나서면서다. 동물원에 온 첫날 ‘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도 신범 대표였다. 동물복지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는 신범 대표 입장에서 임시 보호처를 찾고 있던 환경당국의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신범 대표는 “같은 종의 원숭이가 동물원에 없을 뿐 아니라 그린밸트 등의 제한 때문에 시설을 증축할 수도 없어 우리도 산이를 오랜 기간 맡기는 힘들 것 같다”며 “아무쪼록 산이를 데리고 있는 동안에는 건강이 회복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원숭이가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국립생태원 등 적적할 시설을 찾아 보호할 예정이다.

 

"과일 다 먹었으니 사료도 하나 주세요"

 

산책을 거부했던 산이가 이제는 목줄 산책에 어느정도 적응하며 사육사를 잘 따르고 있다.

 

동물원 잔디밭을 거닐고 있는 북한산 원숭이 '산이'

 

"산이는 바나나를 제일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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