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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자생적 기획 강화해 도시문제 해결 나선다<기획취재> ‘커먼즈(Commons) 전환 계획’ 추진하는 벨기에 겐트(Ghent)시
  • 남동진 기자, (사진)윤상근 전문기자
  • 승인 2018.10.02 10:22
  • 호수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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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겐트시는 2017년부터 도시정부 차원에서 커먼즈 전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겐트시 전경.

[고양신문] 유럽에서 커먼즈(Commons) 운동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였다. 공공부문에 대한 긴축재정 및 정부당국의 철수, 이로 인한 민영화 흐름 속에서 한편으로 시민공동체가 스스로 공공부문의 자원을 관리, 운영하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국가와 시장의 실패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생태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민 층의 인식이 높아진 것과도 관련되어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커먼즈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도시정부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고 힘을 실어주는 모습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볼로냐, 바르셀로나, 릴, 암스테르담 등 유럽의 주요도시들은 시민들이 자신들과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지시하기보다는 커머너(Commoner)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시민으로서 자신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문제들을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들은 협동조합 창설 촉진, 시민참여 확대, 공동 창작 기술 및 도구 공유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역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중 대표적인 곳이 벨기에 겐트시다. 겐트시는 2017년 P2P재단 창립자인 Michel Bauwens의 연구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현재 ‘커먼즈 전환 계획(Commons Transition Plan)’을 추진 중에 있다. 시정부는 지난 10여년간 자생적으로 출현한 다양한 형태의 도시 커먼즈들을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는 한편 추진과정에서 하향식 접근법과 '명령 및 통제'와 같은 오래된 조직 원칙을 벗어나 새로운 사고방식 및 프로젝트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파트너 도시'로서의 접근 방식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겐트시가 추진하고 있는 ‘커먼즈 전환 계획’의 배경과 주요내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국가와 시장의 대안? 커먼즈의 등장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역에 위치한 겐트(Ghent)시는 약 26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로 과거 중세시대부터 상업도시로 발달했던 지역이다. 정치적으로 중도좌파 성향을 띠고 있는 이곳은 현재 플란더스 사회당(SPA), 플란더스 녹색당(Groen) 및 플란더스 자유민주당(Open VLD)으로 구성된 연합정부가 집권 중이다. 

이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겐트시는 과거부터 도시 내 탄소감소 및 교통량 감소, 생태적 전환, 유휴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일시적 사용 지원 등의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었다. 특히 이 도시는 커뮤니티, 주택보급, 식량, 육아, 이동권 등 인간의 필요(need)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의 기획·참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으며 이들 상당수는 각각의 영역에서 사회적·생태적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적이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국가나 시장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2005년경부터 시민들로부터 아래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니셔티브(initiative)들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이것들이 국가와 시장의 실패를 메워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겐트시 커먼즈 전환 계획 담당자인 Tom Van Nieuwenhove의 이야기다. 그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겐트시에 커먼즈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시정부 차원에서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활성화시킬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러한 이유로 겐트시는 2017년 3월부터 6월까지 공동생산과 공유경제 전문가인 P2P재단 창립자 Michel Bauwens의 지도하에 ‘커먼즈 전환 계획’을 위한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겐트시에서 약 500여 개의 의미 있는 커먼즈들이 발견됐으며 이들 각각은 도시의 사회 경제적 생활에 큰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9월 18일 겐트시 시청 별관에서 커먼즈 정책 담당자인 Tom Van Nieuwenhove와 대외협력부서 Tineke Cartreul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기에서 커먼즈는 '토지, 식량, 에너지 등의 공통자원을 지칭할 뿐만 아니라 특정 공동체가 이를 공동으로 소유하거나 혹은 일시적으로 각자가 소유하는 방식 혹은 이를 관리하기 위해 적용되는 여러 규칙과 규범까지 포함하는 개념'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Tom은 주요 사례로 에너지 협동조합의 예를 들고 있다. 

“국가차원에서 관리되던 에너지가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올랐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겐트시 커머너들은 에너지 협동조합을 결성해 태양열, 풍력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과정을 만들고 있다.” 

지속가능한 윤리적 경제 전환 모색
이처럼 커먼즈는 기존의 국가와 시장에 저항하는 형태를 띠고 있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들과 완전히 상관없는 독립된 영역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겐트시에 존재하는 커먼즈의 99%는 도시교부금 지원을 받거나 관련된 것들이라는 것이 Tom의 설명이다. 또한 이들은 모두 기여에 기반한 생산적 공동체라는 점, 이러한 도시공동체를 기반으로 추출방식이 아닌 생산적 시장형태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디지털공유경제영역과도 맞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경제학자 kate raworth교수가 제안한 도넛 경제학의 모델. 겐트시 측은 이 모델이 현재 자신들이 추진하는 커먼즈 전환 계획에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tom은 "사람들의 필요와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인정하면서 사회와 경제 안에서 경제를 보금 자리로 삼는 내재적 경제(embedded economy)"를 지향한다고 이야기했다.


다시 말해 겐트시 커먼즈 전환계획의 주요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획을 지원·활성화 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도시 내에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에 관한 부분이다. Tom은 “커먼즈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도시 전체 경제영역의 5%에 불과한데다가 이들 대부분이 파편화되어있고 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겐트시 커먼즈 전환 계획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커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긍정적인 경제를 창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커먼즈 전환계획 보고서의 제안사항은 총 23가지다. 여기에는 커머너들의 공동회의와 시정부의 협정체결을 비롯해 커먼즈 관련 규제해결을 위한 법률서비스 지원, 추출방식의 공유경제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플랫폼 협동조합 지원 등이 포함된다. 

겐트시 옛 시청건물. 현재는 결혼식 등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서 Tom은 크게 3가지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고 이야기한다. 첫째 커머너들의 활동 속에서 마련된 소중한 경험과 지식들이 파편화 되지 않기 위해 플랫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둘째 커머너 간의 협업뿐만 아니라 시의회와 커머너들이 입법문제를 논할 수 있는 일종의 공론장 같은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셋째 커먼즈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이러한 공유자원들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과 나누고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어떻게 맡을 것인가에 관한 것들이다. 

에너지협동조합부터 임시건물 공동관리까지
그렇다면 겐트시가 현재 지원하고 있는 커먼즈 프로젝트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겐트시 에너지협동조합인 EnerGent는 시와 협력해 각 가정마다 지붕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Tom은 “태양열 발전효과가 높은 곳에 사는 주민들이 개별태양열패널을 구매할 여유가 없더라도 협동조합이 설치해준다. 주민들은 공간만 제공하는 대신 남는 이윤은 협동조합에서 가져간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집들에도 태양전지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옛 수도원 건물을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관리하는 사례도 있다. ‘Neighbors of the abbey(대사원의 이웃들)’이라는 이름의 지역공동체에서는 오래된 수도원을 직접 관리하면서 문화행사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도 펼치고 있다. 여기에서 시정부와 시민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사실 시정부도 이곳을 관리할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Tom은 말했다. 

도심 주택가 인근에 마련된 ‘Het Spilvarken(돼지농장)’은 비어있는 공유지를 활용해 돼지를 키우는 사업이다. 2014년 3마리 돼지를 키운 지 몇주만에 주변 거주자들이 자발적으로 돼지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주민들과 인근 음식점에서는 남는 음식찌꺼기를 이곳에서 처분할 수 있게 됐고 동시에 지역사회 주민 간의 만남의 장이 되기도 했다. 또한 돼지를 직접 키우고 도축하는 과정 속에서 주민들이 육식문제에 대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겐트시에서는 비어있는 공유지를 활용해 돼지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Nest(Newly Established State of Temporality)는 작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재개발을 위해 비어진 시립도서관을 시민들이 임시로 사용했던 프로젝트다. 약 7000㎡의 건물을 활용하기 위해 270건의 시민제안이 있었으며 이중 30여 개의 아이디어가 반영돼 이곳에서 추진됐다. 참가시민들을 중심으로 이니셔티브 조직이 구성됐으며 이곳은 바, 회의실, 오피스, 휴식공간, 커뮤니티 공간, 스튜디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매달 책정된 7000유로의 임대료 중 순수상업적 사무실이 60%를 부담했으며 사회적, 창의적 활동일수록 임대료 비중이 낮았다. 1년간의 공동운영을 통해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었고 새로운 파트너십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 혁신적인 실험이었다. 

비어있는 옛 도서관 건물을 1년 동안 임대해 시민들의 다양한 창의적 기획공간으로 만들어낸 NEST프로젝트.

겐트시 파르타고(Partago) 운영자인 Lucie evers는 "이러한 커먼즈 활동은 궁극적으로 이 도시, 우리 마을을 살기 좋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커머닝은 적극적인 시민활동, 시민력(Citizenship)을 연습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도시안에서 사람들이 좌절하고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이러한 활동을 통해 우리가 외부세계와 연결되어있음을 깨닫게 되고 비정치화된 사람들을 다시 정치화하는 도구, 나아가 해방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아울러 Lucie evers는 커먼즈가 민주주의를 느끼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Democracy(민주주의)의 Demo는 본래 '사람들'이라는 단어이지만 신자유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관계가 파편화, 원자화 되어갔다. 관계의 복원을 위해서는 자본력, 지적능력 등을 통한 시민역량강화가 필요한데 커먼즈는 이러한 것들을 키우고 만들어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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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는 도시의 미래, 시정부 파트너로서의 역할 높여야 

겐트시 커먼즈 전환계획 담당자 
Tom Van Nieuwenhove 인터뷰

겐트시 커먼즈 계획 담당자인 Tom Van Nieuwenhove씨<사진>. 과거 사회복지분야에서 일했던 그는 전임자가 출산휴가를 가게 돼 우연히 이 업무를 맡게 됐다. “전임자가 연구책임자인 Michel Bauwens에 대해 좋게 이야기했고 또 평소에 이런 분야에 대한 시의 역할을 고민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결됐던 것 같다”고 말하는 그는 시 전략파트부서에서 현재 작년에 진행된 커먼즈 연구보고서에서 나온 제안들을 시정부가 실제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Tom은 “작년 연구프로젝트를 통해 청사진을 제시했다면 현재는 실제 활동하는 커머너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회의를 진행하는 한편 시정부의 다른 공무원과 정치인들에게 커먼즈가 앞으로 도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점을 인식하도록 하는 중요한 단계에 와있다”고 이야기한다. 아울러 시의 정책방향과 전략적 선택에 일치하는 커머너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총기사용을 공유하자고 주장하는 커머너들과는 함께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Tom은 커먼즈 전환계획의 목표로 3가지를 이야기한다. 첫째 기후변화에 맞서 생태주의적 방식의 해답을 제시하는 것, 둘째 시민참여를 통해 더 나은 도시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 마지막으로 커먼즈 경제를 통해 지역사회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민들이 커먼즈 즉 공통자원의 공동관리를 경험하면서 협동과 참여, 나아가 시민의식을 배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떤 의미에서 커먼즈는 ‘민주주의를 위한 학교’인 셈이다. Tom은 "Democracy를 넘어 Do-ocracy, 즉 실천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벨기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겐트시 커먼즈 전환 계획에 차질이 있을까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Tom은 “지역정부인 플레미쉬 정부에 우파연정이 집권하게 되면 아무래도 지원이 줄어들게 될 위험이 있다”며 “정부가 바뀌어도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현재 커머너들과 함께 강력한 권고내용이 담긴 제안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남동진 기자, (사진)윤상근 전문기자  xelloss11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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