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 도시재생사업 '활활활 프로젝트' 현장 탐방

부활을 꿈꾸는 침체된 상가거리
주민들 단합 잘 되고, 기대 높아
항공대 학생들 상가활성화 한몫

 


[고양신문] 방앗간과 여관, 식당, 문구점…. 화전역 항공대 앞 상가거리는 시간이 멈춘 듯 70~80년대를 연상시키는 풍경이 이어진다. 한때는 항공대 학생들로 제법 북적였던 이곳은 학교 정문이 바뀌고 경의선이 전철로 바뀌면서 상권이 쇠퇴해 지금은 대개의 가게들이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경의선이 전철로 바뀌면서 항공대생들이 신촌이나 홍대로 빠져나간 것도 악재였다.

하지만 최근 화전 상가거리가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고 있다. 지난해 원당과 함께 고양시에서 가장 먼저 도시재생 뉴딜사업지역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뉴타운 재개발에 익숙한 일반인들에겐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대체 무엇인지, 아직은 이름도 내용도 낯설기만 하다. 지금의 모습에서 변화된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까? 상상의 힌트를 얻기 위해 화전행정복지센터 길 건너편에 자리한 화전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이하 센터)를 찾았다.

지역주민-항공대 학생들 “만날까요?”

“지난달 말 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도표와 서류 속에서만 존재했던 계획들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야지요.”
도난영 화전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장이 의욕에 찬 눈빛으로 기자를 맞으며 설명을 시작한다.
“화전 도시재생의 별칭은 활력-활주로-활성화에서 첫 글자를 딴 ‘활활활 프로젝트’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화전역 주변 거리 주민들과 인근 한국항공대 학생들이 함께 힘을 모아 마을이 다시 기운을 차리는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지요.”

설명을 듣고 나니 화전 도시재생의 방향이 조금은 그려진다. 생기를 잃은 상가거리를 다양한 아이디어를 보태 새롭게 디자인해 정감 있고 찾고 싶은 거리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 일에 주민과 학생들이 주체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사업 성공의 핵심 과제일 터. 여기에 항공대의 특화된 콘텐츠인 드론산업이 결합돼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이 도 센터장의 설명이다.
 

화전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를 지키는 도난영 센터장(오른쪽)과 황인자 코디.


센터는 주민 참여 이끌어내는 ‘마중물’

사업 추진의 주요 공간은 센터와 거리, 그리고 새로 만들어질 드론센터다. 우선 센터는 사업 전체의 그림을 그리고, 주민들의 커뮤니티를 이끌어내는 허브로서의 기능을 하는 곳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기자가 설명을 듣는 동안에도 몇 명의 주민들이 센터 문을 밀고 들어와 황인자 센터 코디에게 사업과 관련한 설명을 듣고 돌아갔다.
“센터에서는 주민과 주민들이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다양한 작업이 진행됩니다. 구체적으로 마을재생디자인학교가 운영되고, 주민공모사업이 추진되며, 주민주도 자생조직 육성, 마을 기록화 사업 등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도 센터장은 센터의 역할을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라고 설명한다. 최종적으로는 스스로 모임을 만들고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기초·중급·심화단계로 나눠 도시재생 참여 방법을 교육하는 과정이 바로 마을재생디자인학교다.

주민공모사업도 흥미롭다. 작게는 수공예부터 크게는 각종 공사까지, 주민들이 함께 하고 싶은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응모할 수 있다고 한다.
“공모사업의 모토를 ‘실패해도 괜찮아’로 정했어요. 사업이 잘 진행돼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작은 기업으로 발전하면 더 없이 좋겠지만, 실패를 해도 격려해 드리려구요. 결과를 따지기보다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경험과 관계망 형성이 더 큰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마침 지역주민 유혜옥씨와 이인희씨가 “손바느질 자수 모임을 만들고 싶다”며 공모사업 신청서류를 접수하러 센터 문을 두드린다. 학부모 모임에서 만났다는 두 사람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 전문 강사를 모시고 손바느질을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남편과 함께 ‘카페 보노’라는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유혜옥씨는 “작은 취미를 공유하기 위해 모인 엄마들에게 발전적인 계기가 주어져 무척 기대가 된다. 예쁜 작품을 만들어 학교 행사에 물품 기부도 하고, 플리마켓이나 축제 부스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바느질 자수 모임 주민공모사업을 신청한 이인희씨(오른쪽. 아들 여은수 군)와 유혜옥씨(남편 이시우씨, 아들 이찬솔군).


사장님들 기충전 “힘내세요”

센터가 두뇌 역할을 한다면 몸통은 상가거리 자체다. 거리는 우선 물리적 변신이 기대된다. 현재 보행이 불편하고 시각적으로 낙후된 거리를 정비해 걷기 좋은 쾌적한 거리를 목표로 환경개선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화전사장님 기충전 사업’이 전개된다. 매장별 개성과 매력을 살릴 수 있도록 메뉴와 구성을 고민하고, 젊은 층의 감각에 맞는 홍보 아이템도 적극적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항공대의 창업관련학과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도 센터장은 상가 활성화의 일환으로 ‘막걸리축제’ 개최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양시의 대표 축제 중 하나인 막걸리축제와의 연계도 고민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화전마을만의 고유 막걸리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외부 막걸리를 판매하는 축제가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빚는 막걸리를 준비해 손님들을 맞이하자는 것이지요.”

거리 뿐 아니라 낡고 오래된 주택을 편리하고 깔끔하게 고칠 수 있도록 다양한 융자와 행정 혜택도 주어진다.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추진하거나 여러 주택이 함께 머리를 맞대 공동주택을 개발할 수도 있다. 또한 화재나 범죄의 위험은 줄어들고, 교통 등 일상의 편의성은 높아지는 스마트시티 시스템도 도입될 예정이다.
 

화전거리의 오래된 토박이 점포 중 하나인 현대페인트.


화전역 옆 드론센터 ‘기대 충만’

화전동행정복지센터에서 시작된 상가거리 동선의 종착점은 경의중앙선 화전역이다. 1960년대 경의선 간이역으로 문을 연 화전역은 화전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새로운 피를 공급하는 심장과 같은 공간이다. 경의선 철로 덕분에 외부 유입인구에 대한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화전역 바로 옆에 지역의 핵심 앵커시설인 드론센터가 건립된다. 드론센터에서는 다양한 드론 관련 교육이 진행되고, 드론레이싱 대회도 진행될 예정이다. 드론을 배우는 초보자부터 보다 새로운 경지를 찾는 마니아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실내·외 드론 체험장도 생길 예정이다.
아울러 화전역 앞 광장은 크고 작은 마을 행사들이 열리는 공공적 공간으로 활용될만한, 화전마을 유일의 광장이기도 하다.
 

인근에 드론센터가 들어설 경의선 화전역은 화전 도시재생사업의 관문이 될 전망이다.


벌말예술인마을의 유쾌한 문화콘텐츠

마지막으로 살펴볼 곳은 벌말예술인마을이다. 화전상가거리에서 거리상으로 조금 떨어진 이곳은 특별한 보너스와 같은 곳이다. 옛 화전상회를 새롭게 꾸민 한선현 작가의 작업실을 중심으로, 예술가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만나 유쾌한 문화 콘텐츠가 살아 숨 쉬는 마을을 만들 계획이다.

많은 이들의 발길이 북적였던 화전역 상가거리가 긴 잠에서 깨어나 다시금 활기를 찾을 수 있을까. 거리에서 만난 한 식당 사장님의 이야기에서 희망을 읽는다.
“도시재생사업 설명회를 듣고 와서 나도 뭘 좀 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겼어요. 우리동네는 더 이상 퇴보할 데가 없으니 앞으로는 어떻게든 좋아지지 않겠어요?”
 

화전벌말 예술인마을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할 Chiao(옛 화전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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