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경찰서 피의자 A씨 구속영장 보강신청... 10일 오후 결론날 듯

외국인노동자 A씨가 풍등을 날린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내려다본 고양저유소 휘발유저장탱크 화재현장.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공사 측의 부실한 안전관리 시스템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양신문] 화전동 고양저유소 화재사고의 원인으로 경찰측이 풍등을 날린 외국인노동자를 구속영장 신청한 것에 대해 '몰아가기식 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고양경찰서는 9일 인근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일하던 외국인노동자 A씨(27세, 스리랑카)에 대해 중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화재현장에서 300m 떨어진 공사장에서 날린 풍등이 휘발유 저장탱크 인근 잔디에 떨어져 불이 붙었고 이로 인해 탱크의 유증환기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 폭파됐다는 것이 주요 사건내용이다.

하지만 호기심에 풍등을 날린 행위만으로 화재사고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지적이 높다. 경찰조사 결과 화재사고의 불씨가 된 풍등은 A씨가 직접 구매한 것이 아니라 전날 인근 초등학교 캠프행사에서 사용된 풍등의 일부가 우연히 공사장으로 날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경찰 측은 9일 브리핑 자리에서 “A씨가 풍등을 날린 혐의는 인정했으나 잔디에 떨어져 불이 붙은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이야기했다.

오히려 잔디에 불이 붙은 후 폭발사고가 있기까지 18분간 대한송유관공사 측이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안전관리 부실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사고현장에는 45대의 CCTV가 설치돼 있었으며 당시 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음에도 초동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휘발유탱크 외부에 화재감지센서가 없었다는 점, 내부로 불씨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인화방지망 같은 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었는지 여부 등 안전관리 결함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측은 “현재로서는 송유관공사 측 관계자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계획이 없다”고 밝혀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규명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처럼 A씨에 대한 구속수사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9일 오후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리랑카인 노동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지 마세요', '스리랑카 노동자 구속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등의 게시물이 10건 이상 올라와 있다. 시민들은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구속돼야 할 사람이 스리랑카인 한 명뿐일까요? 사회적 지위나 국적을 떠나 공정한 수사를 바랍니다"라며 반대목소리를 나타냈다.

7일 화전동 고양저유소 휘발유저장탱크에서 발생한 화재사고 현장. (사진제공= 고양소방서)

고양시 소재 이주노동자 단체 ‘아시아의 친구들’ 또한 9일 입장문을 통해 “유류저장소와 같이 화재사고를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시설이 어떻게 풍등 하나로 큰 폭발사고에 이르렀는지 조사하지 않고 우연히 그것을 날린 외국인노동자에게 모든 문제를 덧씌우려는 것 아니냐”며 경찰의 수사방식에 대해 비판했다. 김대권 대표는 “힘없는 이주노동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고 정작 책임을 져야할 관리주체에게 면죄부를 주는 식의 수사와 재판은 지양해야 한다”며 “A씨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도록 양심있는 법조인들과 협력해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김 대표와 민변 측은 A씨의 석방을 요청하는 구속적부심 신청을 준비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연대모임 구성을 고민하고 있다.

한편 경찰 측이 9일 신청한 구속영장에 대해 검찰 측은 반려 후 보강수사 지시를 내린 상태다. 장종익 고양경찰서 형사과장은 “인과관계 부분에 대해 좀 더 보강수사를 마친 뒤 오늘(10일) 오전내로 재신청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A씨에 대한 구속여부는 10일 오후경에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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