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인천 계양산 골프장 철회 대법원 승소, 고양시도 결단해야

박종권 고양미래도시연구소 소장

[고양신문]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고양시 산황동에서는 ‘산황산 숲길걷기’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주 나도 그 대열에 함께 해보았다. 9월 초순경에 한 번 참여한 바 있어 이번이 두 번째다.

고양시, 파주시, 김포시의 수돗물과 인근의 풍산동, 백석동, 주교동, 식사동지역 공기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다. 현재 산황산에서는 산 북측에 있는 대중골프장(9홀)을 약 8만 평 추가 확장해 회원제 골프장(18홀)으로 증설하는 인허가가 진행 중이다. 2014년 7월 고양시의 ‘도시관리계획(골프장 증설) 결정’이 있었고, 올해 7월에는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가 있었다. 향후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 신청과 고양시장의 지정, 인가 절차만이 남아있다.

산황산의 울창한 수림과 그 속에 살고있는 무수한 생명체들, 무학대사가 심었다는 650년 수령의 느티나무(경기도 지정보호수 1호) 등 도심 가운데 이런 대규모 숲이 있었음에 새삼 놀랐다. 골프장 증설 예정지 바로 코앞(294m)의 고양정수장,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암석지대 표준지(입목도 기준) 현장, 산행 중 숲길에서 발견한 딱딱한 골프공, 골프장으로 인한 인근 지하수의 고갈 등은 시민들의 행동이 정당함을 입증해 주기에 충분했다.

산황산 골프장 주변 지형도. 골프장 증설 시 골프장과 고양정수장과의 거리가 294m밖에 되지 않아 비산농약으로 인한 고양시, 파주시, 김포시 시민들의 식수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풍동과 백석동의 아파트단지도 한눈에 들어왔다. 반대편으로는 멀리 화정동의 아파트단지도 보였다. 골프장의 비산농약이 정수장의 수질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인근 주거지역의 대기를 오염시킨다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들이 있다. 피해가 명확히 입증된 이후에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 피해는 예측 불가능하며 그때 가서는 되돌릴 수도 없다. 전략적 예방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지난 10월 12일 대법원에서는 의미있는 판결이 있었다. 인천시 소재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두고 인천시와 롯데 간에 벌어진 해묵은 소송이 마침내 끝이 났다. 대법원이 인천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인천시의 도시계획 폐지 결정이 위법할 정도로 정당성과 객관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고, 골프장을 건설했을 때의 사익보다는 폐지하면서 얻게 되는 공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인천시가 승소한 1, 2심의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안된다고 하지 말고, 되는 것 100가지를 적어오라”고 했다는 전임 인천시장의 결기와 시정 철학을 고양시장과 관계 공무원들은 참고하기를 바란다.  

고양시장은 ‘나무권리선언’을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워 당선되었다. 선언이 정치적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식재에 우선해 기존의 숲과 나무를 보존하는 것에서 공약 실천은 시작되어야 한다. 한번 파괴된 숲과 자연은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산황산 숲을 지켜 고양시의 지속가능정책의 성공사례로 만들어 보자. 그리하면 미래 세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의 깨끗한 수돗물과 울창한 도심숲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각 지역별로 촛불버스킹이 30회 이상 개최되었고, 시청앞 1인시위도 한 달반째 진행해 오고 있다.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함께한 몇 차례의 기자회견도 있었다.

이제는 고양시가 결단해야 한다. 물론 현재의 논란은 전임 시장 8년간 일어난 일들 때문이기는 하다. 신임 시장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시정의 연속성 측면에서 무한 책임을 져야한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역지사지한다면 머지않아 이 논란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정치권도 침묵을 멈추어야 한다. 시민들이 끊임없이 묻고,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답할 때만이 진정한 민주주의는 뿌리내릴 수 있다. 시민들의 계속된 물음에 답해야 한다. 산황동 골프장 증설 논란을 종결짓기 위한 ‘고양시 도시관리계획의 폐지’를 촉구한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