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박시동 의원 '교향악단 상주단체 선정 공정했나?'

정의당 박시동 시의원이 24일 교향악단 상주단체 선정과 관련해 고양문화재단 실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비전문기관에 심사위탁, 오류 많아
지원 자격 전국, 지역인사 심사배제
서울 사람들이 서울단체 심사한 꼴

 
[고양신문] 올해 4월 논란이 됐던 고양시교향악단 상주단체 심사에 대한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4일 고양시의회 문화복지위 행정사무감사에서 정의당 박시동(주교·성사1·2·식사동) 의원은 오케스트라 선정 과정에서 드러난 수많은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시 문화예술과와 고양문화재단을 강하게 질책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교향악단 상주단체 심사에서는 그동안 상주단체로 활동해온 지역 교향악단인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3위로 밀렸고, 서울에서 활동했던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1순위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단체를 내치고, 굳이 지원 자격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서울지역 오케스트라를 선정해야 했냐는 비난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심사 공정성에 대한 의심, 선정된 오케스트라가 1·2진으로 나눠서 2진을 고양시에 보낼 것이라는 문자메시지까지 공개되면서 여론은 더욱 싸늘해졌다. 고양문화재단은 별도의 해명자료까지 발표하며 ‘지역단체 가점과 우대조항이 있었다’, ‘심사는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등 선정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24일 박시동 시의원은 “단체 선정과정에서의 수많은 오류와 문제점이 있었음에도 시는 이를 교묘히 숨겼다”며 “시에 감사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감사에서 박 의원의 질문이 날카롭게 이어지자 고양시와 문화재단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19일 시는 예산 10억원을 문화재단에 넘겼으니 이후 있었던 일은 모두 문화재단 책임이라고 말했고, 24일 문화재단은 사전 기획부터 심사까지 전 과정이 시와 협의 하에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전문성 없는 외주업체가 심사

박 의원은 먼저 “고양시가 10억원의 예산을 세우고 전국 공모를 했는데, 실제로 교향악단 운영비(공연비)는 4억9000만원 정도로 확인된다”며 “애초에 예산의 성격을 정확히 구분했다면 예산을 5억원 밑으로 끊어서 지역 단체에 줄 수도 있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또 “심사를 외주업체에 맡겼는데, 오히려 문화재단이 직접 심사를 했다면 이런 엉터리 심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클래식음악 심사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는 취업포털 기업(커리어넷)에 심사를 맡겼고, 심사대행비를 2000만원이나 주고도 단순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는 수준의 서류접수와 심사 진행만 맡긴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심사위원 검증이나 심사표를 만들어 제안하는 등의 전문적인 업무는 전혀 하지 않았던 것. 모든 과정에서 실무를 맡았던 문화재단의 신모 차장도 “서류접수와 진행 외에는 고양시가 커리어넷에 요구한 사항은 특별이 없었다”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한 명이 0점 주면, 다른 심사 무의미

심사평가표와 심사위원들의 자질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거의 모든 평가항목이 추진능력, 창조성 등 매우 주관적인 ‘정성적 평가’였음에도 점수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 설명되지 않았다. 때문에 심사위원에 따라 특정항목에서 0점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많은 심사위원들이 심혈을 기울여 3점에서 5점 간격으로 점수를 끊어서 순위를 매겼다 하더라도 특정인이 특정단체에 0점을 주는 순간, 다른 심사위원들의 모든 점수가 무의미해지는 심각한 오류도 실제로 발생했다.

심사위원들은 과연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었을까? 이 부분을 보면 쉽게 확인된다. ‘고양시와의 협력자세’라는 평가항목(배점 20점)에서 18년 동안 고양시에서 활동했던 단체는 꼴찌를, 고양시를 ‘일산시’로 잘못 표기한 단체는 1등을 받게 된다. 최종 선정된 업체는 ‘일산시’라는 표기 외에도 고양시립합창단이 있음에도 ‘안양시합창단과 협연하겠다’는 등 낙제점을 받을만한 내용을 제출했음에도 역시 최고 점수를 받았다.

박시동 시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고양문화재단 관계자들.


덧셈 잘못해 합산 총점마저 틀려

박 의원은 “문화재단이 지역 인사를 심사위원에서 배제하는 기준을 만들면서 오히려 서울 사람들이 서울시 단체를 심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한 단체에서 활동하던 사람들끼리 2~3명이 함께 몰려와 심사를 보는 경우도 있었는데, 친구들끼리 와서 심사를 본다면 몰아주기식 점수가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냐”며 심사위원에 대한 검증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야말로 심각한 오류도 확인됐다. 심사를 대행시킨 문화재단은 대행업체로부터 최종합계점수로만 보고받았는데, 박시동 의원이 확인해본 결과 심사점수를 합한 계산이 틀렸음이 확인됐다. 수천만원 들여 심사를 하고선 덧셈을 잘못해 최종점수가 달라진 것. 순위에는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만약 이 오류로 순위가 바뀌었다면 정말 황당한 일이 벌어질 뻔 했다. 문화재단 측도 당시 총점만 보고받고 계별점수 합산을 직접 확인해 보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연주를 직접 듣고 평가하는 실연심사의 지정곡이 ‘베토벤1번’이었는데, 지원 단체 중 한 곳이 당시 이 곡을 연주하는 공연스케줄이 잡혀있었던 것. 결과적으로는 특정 단체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지정곡이었다. 단체의 공연스케줄은 서류심사용으로 제출한 자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공정한 심사를 위해선 지정곡을 바꾸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문화재단에서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모든 단계에서 오류, 검증 전혀 없어”

박시동 의원은 “상주단체를 선정하고자 하는 최초 기획에서부터 심사평가표, 심사위원 선정, 지정곡까지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은 오류 투성이 심사였다. 심지어 심사에서 1등을 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던 사람은 남의 단체이름을 함부로 쓰다가 실형까지 받았던 전과자다”라고 말했다. 이번 행정감사를 통해 당시 고양시가 해명자료로 발표했던 ‘지역단체 가점과 우대조항’, ‘공정한 심사’ 등은 거짓이었거나, 아니면 오류를 스스로도 찾아내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박 의원은 “이렇게 엉터리로 단체를 선정하고도 18년간 활동해온 고양시 단체의 항의에 시가 과연 할 말이 있을지 궁금하다”며 “이 문제에 대해 누군가는 꼭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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