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이웃 통일교육단체 ‘통일을 이루는 사람들’

(사진 왼쪽부터)백장현 고양파주통일시민학교 교장과 윤주한 통일을 이루는 사람들 이사장, 이바다 통일을 이루는 사람들 사무처장. 통이사는 생활 속에서 통일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풀뿌리 통일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고양·파주 시민중심 통일교육단체
회비 내는 회원 100명에 달해
통일교육·소모임으로 친목도 ‘돈독’
내달부터 북한 나무심기 운동 계획


남북관계가 화해무드로 전환되면서 지역에서도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고양·파주지역 시민들을 중심으로 통일교육운동을 전개해온 지역 풀뿌리 통일단체인 ‘㈔통일을 이루는 사람들(이하 통이사)’의 활동이 지역사회에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창립 2년 8개월만에 정규회원 250명. 이중 유료회원이 무려 100명에 CMS회원도 80명이 넘을 정도로 웬만한 중앙단위 시민단체들을 능가하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여느 단체들과 달리 회원들의 참여 또한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는 등 튼튼한 결속력마저 과시하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요즘 고양시에서는 “지역에서 뭔가 하려면 통이사부터 가입해야 한다”는 말이 농담반 진담반처럼 나올 정도다. 

통일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시민단체임에도 이처럼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24일 일산서구 한솔코아 빌딩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백장현 고양파주통일시민학교 교장, 윤주한 통일을 이루는 사람들 이사장, 이바다 사무처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역에 뿌리 둔 통일운동 필요로 출발
‘통일을 이루는 사람들’은 2013년 법륜스님이 제안했던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이라는 단체에서 출발했다. 백장현 통일시민학교 교장은 “당시 통일의병에서 진행한 임진각 평화기행 행사의 안내역할을 맡으면서 통일교육 프로그램을 맡아 줄 것을 제안 받았다”며 “지역중심의 통일학교를 운영한다는 조건으로 2014년부터 강사 겸 학생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지부의 운영과정에서 중앙의 지나친 간섭으로 의견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급기야 발전적 차원에서 서로 갈라서기로 결정했다. 지역에서 참여하는 사람들은 지역에 뿌리를 두는 통일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은 것이다. 그렇게 통일시민학교 5기 수료생부터 중앙과의 독립을 결정하게 됐고 이후 고양파주회원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통일을 이루는 사람들’이라는 단체를 출범했다. 2015년 2월에 있었던 일이다. 

통이사는 생활 속에서 통일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풀뿌리 통일 운동을 강조한다. 핵심사업 또한 매년 4회 진행하는 통일시민학교다. 이곳에서는 참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왜 통일인가’, ‘오늘, 분단의 뿌리를 살펴본다’, ‘남북관계 현안 분석 및 전망’, ‘통일 코리아로 가는 길’ 등의 주제를 담은 통일교육을 진행하며 심화과정으로 외부강사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하기도 한다. 조명균 현 통일부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한홍구 교수, 김진향 교수 등 내로라할 만한 통일전문가들이 통일시민학교에 특강을 진행했다. 

통일교육에 주력하는 이유에 대해 백장현 교장은 “진보 내에서조차 통일방법론에 대한 편차가 큰 상황인 만큼 우선적으로 통일에 대한 공감대와 합의의 기초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나면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소속감도 생기게 된다.

윤주한 이사장은 “통일시민학교 3기 학생으로 참여했는데 동기생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친분이 쌓이다보니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6기 수료생인 이바다 사무처장 또한 “그전부터 시민단체 활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통이사를 통해 통일운동과 시민단체 활동을 함께 이어갈 수 있어 의미도 컸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모집공고 없이도 교육생 찾아와
“통일시민학교 교육생들의 특징이 한 기수가 교육을 마치면 다음 기수들을 직접 홍보하고 모집하는 전통이 있다.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하다보니 신뢰도 높고 입소문도 자연스럽게 퍼져서 이제는 따로 모집공고를 내지 않아도 알아서 교육생들이 찾아올 정도다.”

통이사 회원들이 느끼는 만족감은 비단 교육과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회원 대다수가 고양파주시민이다보니 동네에서 친목모임을 자주 갖기도 한다. 이바다 사무처장은 “40대부터 60대 초반까지의 연령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교육내용도 좋지만 일단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재밌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도가 높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교육사업뿐만 아니라 평화생명기행, 통일골든벨 행사, 독서모임·탁구모임과 같은 소모임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회원 간의 밀착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지난 20일 파주·연천지역에서 진행한 두루미 생명·평화 기행.

“각 기수별 모임과 위원회 모임을 나눠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위원회의 경우 소모임뿐만 아니라 진행하는 사업이 있을 경우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해 자율적으로 활동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통일시민학교 수료생들을 대상으로 전체모임을 가진 뒤 원하는 위원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설과 추석에는 탈북민들과 함께하는 명절행사도 따로 마련한다. 통이사에는 현재 탈북자 출신 회원도 15명 정도가 있으며 회원들은 이들을 ‘윗동네’ 분들이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나타낸다. 명절행사 준비를 위해 윗동네 위원회를 따로 운영하고 위원장을 ‘윗동네’ 출신이 직접 맡아 기획한다. 올해 추석에는 탄현에서 명절행사를 열고 북한순대, 감자전, 만두 같은걸 직접 만들어 먹으며 친분을 나누기도 했다.

탈북자 출신 회원인 김나영씨는 “고양시에 정착한 뒤로 명절마다 많이 외로웠는데 통이사 회원들이 명절마다 함께 모여 식사도 하고 놀이도 같이 즐기다보니 따뜻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다른 모임들도 참여하고 있지만 통일을 가장 바라는 입장에서 통이사 활동에 애착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김씨는 “회원들끼리 자주 모여서 식사도 하고 교류가 많다보니 통일주제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의지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남남갈등 해소에도 나설 것
통일교육과 회원교류사업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 통이사가 주최했던 금정굴 조례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대표적이다. 백장현 교장은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 문제뿐만 아니라 남남갈등의 해소도 중요한 과제인데 그중 대표적 사례가 금정굴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지역중심의 통일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다보니 조례제정의 주체인 시장과 시의원들도 힘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  

오는 11월에는 한동안 중단됐던 북한 나무심기 운동을 통해 남북교류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도 마련한다. 이승환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천주교, 개신교 등 종교계 관계자와 고양시 담당국장, 고양시 새마을회 등 다양한 주체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북한 나무심기 운동을 위한 방안을 논의해볼 예정이다. 그밖에 학교현장을 돌며 진행하는 찾아가는 통일교육과 통일 동아리 활성화 사업에도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백장현 교장은 “통일은 정부나 정치인들의 힘만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생활 속 통일운동을 통해 점차 가까워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게다가 고양시의 경우 향후 남북협력사업의 거점도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통일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이야기 했다. 아울러 그는 통이사를 통해 새로운 지역운동의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그동안 중앙 중심의 통일단체들은 정세가 바뀔 때마다 큰 영향을 받기 십상이었고 내부 노선갈등도 심각했다. 모래성처럼 무너지지 않으려면 이제 풀뿌리 차원에서 튼튼한 기반을 마련하는 지역차원의 통일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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