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 낭송가, 서금희 파주경찰서 경무과장

여성 최초 강력계·지능범죄 영역 개척
이웃의 아픔 보며 위로의 시낭송 시작
아침마다 무전기로 ‘한편의 시’ 배달

30년 경찰 생활의 다양한 경험 담은
‘무궁화 꽃을 피웠습니다’ 책도 펴내

 


[고양신문] 서금희 파주경찰서 경무과장의 하루는 무척 바삐 돌아간다. 경찰서 총무부서에 해당하는 경무과장 직책과 항상 무전기와 모니터화면이 켜져 있는 112상황실장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5년부터 후곡마을에 살고 있는 고양의 오랜 이웃인 서 과장은 지난해까지 고양경찰서 경무과장으로 일하다 올해 파주경찰서로 왔다.
24살 때 경찰에 몸 담은 후 서 과장은 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왔다. 경기지방경찰청 1호 여성 강력계 형사가 바로 서금희 과장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졌을 때 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과에 수사본부가 설치됐는데, 제가 일원으로 참여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경찰조직 자체가 남성 중심이었고, 여성 경찰관은 강력계 수사에 참여한 전례가 없었지요.”

이후 서 과장은 사기나 횡령 등을 다루는 지능범죄 수사에도 뛰어들었다. 그가 남자들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강력계나 지능범죄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자, 이후 본청에서 전국 수사본부에 여경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라는 지시가 하달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서 과장은 ‘강력계 출신 1호’라는 이미지보다 ‘시낭송하는 경찰’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낭송 뿐 아니라 직접 시도 쓰고 수필도 쓴다. 강인함과 부드러움.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가지 얼굴이 서 과장의 캐릭터 속에서는 자연스레 조화를 이룬다.

“저는 ‘인권수사’라는 말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경찰은 범인을 잡는 냉정한 일 뿐 아니라 이웃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몇 년 전 시낭송의 세계를 만난 후 경찰 동료들에게 시를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입니다.”

서 과장은 혼자서 열심히 시낭송을 연습해 자신에 맞는 낭송법을 비로소 찾아냈다. 그리고는 전국 시낭송대회에서 상을 받으며 정식 ‘시낭송가’로 데뷔했고, 내친 김에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시낭송 지도자과정을 수료해 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무전기로 순찰차들을 통제하는 생활안전과장으로 일하며 매일 아침 10시가 되면 짧은 시 한편과 함께 그날의 전달사항을 전하곤 했어요.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순찰대원들이 조금 지나자 무전기로 배달되는 시 한편을 기다리더라구요.”

그는 시를 통해 경찰문화를 한결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크고 작은 자리를 가리지 않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낭송을 들려주고, 동료들과 동호회를 만들어 함께 시를 읽기도 한다.

서 과장이 시낭송에 채택하는 시는 나름대로의 선정 기준이 분명하다.
“대상과 자리에 맞게 가장 적절한 작품을 골라야 하지만, 일단은 시를 듣는 이들에게 따뜻한 기운과 희망을 전해주는 시여야 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시 보다는 누구나 편안하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하구요.”

그는 자신의 경찰생활을 회고하는 에세이 회고록 『무궁화꽃을 피웠습니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책 속에는 30여 년 동안 현장에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과 함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인권수사의 길을 걷고자 했던 서금희 과장의 일관된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봤습니다. 다행히 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내줬어요. 일반인들도 경찰의 세계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는 반응이 많았구요.”

그는 고양의 다양한 지역 모임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23년째 살고 있는 제2의 고향인 고양에서 보다 많은 이웃들과 오래도록 깊이 사귀고 싶은 마음에서다.
“인문학 모임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제가 자주 시낭송을 하다 보니 시낭송을 좀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달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에 송포동 로뎀나무교육원에서 ‘힐링 시낭송 특강’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든지 부담 없이 찾아오시면 됩니다.”

현재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 시낭송 강사로 출강하고 있는 그가 고양시민에게 흔쾌히 재능기부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런 저런 활동들이 경찰과 이웃들에게 두루 유익한 활동이 되기를 희망했다.
“경찰과 이웃 사이에 소통의 창을 만드는 나비의 날갯짓을 시작하는 마음입니다. 시를 사랑하고, 따뜻한 감성과 문화가 좀 더 확산되는 고양시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서금희 파주경찰서 경무과장이 자신의 30년 경찰생활 경험을 담은 자전에세이 '무궁화꽃을 피웠습니다'를 들고 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